보안을 위하여 회사밖의 문 앞에 설치된 CCTV에 나타난 그는 여행용 가방 같은 캐리어에 가득 짐을 실은 채로 유유히 차를 타고 떠났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몇몇 기업을 전전하다 입사한 이 직원은 회사의 직무와 전공이 맞아 입사를 하였는데 2년여의 세월 동안 기본업무인 시키는 일만 담당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늘 하던 일만 하는 것보다 발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 직원에게 새로운 미션을 맡겼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갔지만 직원은 도무지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였고 보다 못하여 남편은 한마디를 하였다.
" 모르면 모른다 하고 질문하면서 배우고 그것이 싫으면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이 말을 한지 얼마되지 않아 직원은 남편에게 회사를 그만둔다는 짤막한 문자를 보내고 그날부터 출근을 하지 않았다.
남편이 퇴사하는 이유를 묻는 전화와 문자를 해도 답이 없던 그 직원은 얼마 후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퇴직금을 지정계좌로 이체해 주는 대신에 은행에 가서 IRP계좌를 개설하여 퇴직연금으로 지급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만둔다는 통보도 없이 퇴사하는 바람에 스케줄에 문제가 생겼지만 바쁜 와중에도 남편은 직접 은행을 방문하여 원하는 대로 해 주었으며 회계사무실에 퇴사처리를 요청하였다.
그리고 더 이상 그의 연락을 받을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남편이 다시 문자를 받은 것은 그가 회사를 퇴사하고 두 달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그 내용인즉슨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다.
남편은 회계사무소에서 이미 퇴사처리를 하였기에 실업급여 신청을 해줄 수 없다는 회신을 보냈다.
그 이후로 그 직원의 전화와 문자를 받을 일은 없었다.
회사를 창업한 후에 직원들은 큰 기업으로의 이직, 또는 창업, 아니면 적성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가끔 퇴사를 결정하곤 하였다.
그때마다 그들은 회사를 그만둔다고 미리 알린 데다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퇴사하였기에 실업급여 같은 요청이 있으면 두말없이 신청을 해주었다.
남편은 이번처럼 아무 말도 없이 그만둔 경우는 처음이라며 다시 구인광고를 내어 직원을 채용하였는데 말로만 듣던 MZ세대를 직접 경험해 보았다며 앞으로 그렇게 책임감 없는 사람을 채용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