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요지경

by 박 혜리


몇 년 전까지 다니다 그만둔 동창회가 있었다.


총무가 이상한 짓 (?)을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내가 총무를 맡게 되었는데 직책이 있다 보니 의무적으로 가끔 회원들에게 안부 전화를 돌렸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회원에게 전화를 걸자 이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이 여러 이야기를 하며 직접 겪은 에피소드 한 가지를 들려주었다.


동창회 모임이 있던 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난 뒤 집으로 가기 위하여 택시를 탔는데 마침 같은 방향으로 가는 친구들이 있어서 셋이 함께 타고 갔다고 하였다.


친구 중 한 명은 인사불성일 정도로 술에 취하여 집으로 가는 동안 내내 이러쿵저러쿵 중얼거리며 친구의 손을 놓지 않았다.


고속도를 지나 타고 온 택시에서 내리자 함께 온 일행 중 한 명이 해장국을 사겠다 하여 세명은 다시 근처의 포장마차에서 국수 한 그릇씩을 비우고 각자의 집으로 헤어졌다고 한다.


이야기를 마친 친구는 그 친구가 다음에 한 번만 더 자기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노라며 엄포를 놓았다.


다 듣고 난 나는 그 친구가 술에 취하여 한 행동이기 때문에 다른 의미는 없을 거라며 네가 정 기분이 나빴다면 당사자에게 그 자리에서 손을 잡으면 불쾌하다는 말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였다.


부부사이에도 꺼내지 말라는 정치 이야기부터 꺼내는 친구는 다음에 또 손을 잡으면 경찰서에 신고하겠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이 친구와 경우는 다르지만 나도 비슷한 일을 겪은 일이 있었다.


현재까지 참석하고 있는 동창회인데 처음 동창회를 시작할 때 맡은 회장이 내려오고 두 번째 회장이 선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임에 참석하였을 때였다.


일차에서 식사를 마친 후 이차는 노래방으로 갔을 때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노랫소리에 섞여 옆에 앉은 친구와 나는 귀를 가까이에 대고 대화를 해야만 하였다.


그때 내 옆자리에 앉은 회장은 이야기를 하다가 허벅지에 슬그머니 손을 올려놓았다.


순간 꺼림칙한 기분이 든 나는 " 이 다리는 니 다리 아니고 내 다리인데" 하였다.


내 말 뜻을 알아차렸는지 회장은 다시 자기 손을 다른 데로 옮겼다.


그날이 있은 지 얼마 후에 새 회장님은 옆 친구와 귓속말을 나눈 모습을 동영상에 담아 밴드에 올려놓았다.


내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 친구가 지적하였듯이 주위가 시끄러워 귀엣말을 나눈 것뿐인데 자기 이야기 안 들어준다며 질투하는 애인처럼 행동한 회장에게 나는 많이 실망을 하였다.


어릴 때 소꿉친구도 좋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 가치관이 다른 데다 각자 가정을 꾸려 서로 지킬 것은 지켜가며 만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며 세상은 참 요지경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총무를 맡은 지 2년이 지나자 그 모임은 그만 참석하기로 하였다.


동창회 친구가 겹치는 데다 초등학교를 같이 다닌 사촌이 술을 너무 많이 마셔 그때마다 뒷감당을 하기가 너무 벅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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