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다녀온 날

by 박 혜리


어느 누군가 그랬지. 나이 먹는다는 것을 실감할 때는 눈이 점점 보이지 않을 때라고.


차일피일 미루다 안과를 찾았다. 시력을 측정하고 나서 의사 선생은 오랜만에 오셨다며 전보다 눈이 안 좋아졌다는 말과 함께 육 개월에 한 번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것을 권장하였다. 한해 한해 지날수록 눈은 점점 더 나빠질 거라고 한다. 처음 병원에 갈 무렵에 어느 날부터 글씨가 희미하게 보인다며 보이던 눈이 왜 갑자기 침침해지느냐고 질문을 하였는데 의사 선생은 오랫동안 눈을 많이 사용해서 그렇다는 답변을 하였다. 노안이 올 나이라면서 다른 사람보다 늦게 온 편이지만 눈 좋은 사람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면 처음부터 안 좋은 사람보다 더 빠르게 나빠지니 텔레비전이나 휴대폰 보는 것을 자제하라고 하였다. 안과를 다녀온 후로 책이나 글자를 볼 때는 안경을 써야 뚜렷하게 보이고 안경을 벗으면 사물이 흐릿하게 보였는데 앞으로 미디어 노출을 피하고 휴대폰으로 신문을 보는 것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병이 깊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몸의 한 부분이 옹이 지고 뒤틀린 오랜 세월 가슴에 병을 품고 상처를 안으로만 다독이고 견디느라 다른 부분보다 더 단단해진 느티나무의 용목은 나무 안에 자란 암 덩어리가 용무늬로 나타나는데 가구를 만들 때 무늬가 너무 아름다워서 옻칠이 필요하지 않다.** 오래 사용하여 닳은 물건은 기름칠을 하고 보수를 해야 하며 살면서 상처 하나 없는 사람 만나기 드물듯이 지금까지 살아오느라 몸에 수술 자국이 남고 눈이 침침해진 내 몸에게 상처를 견디고 스스로 아름다운 무늬를 피워 낸 용목나무의 무늬처럼 잘 견뎌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올해는 매년 하는 검진에다 생애 국가 검진까지 겹쳐 병원 갈 일이 많았는데 청포도가 익어가는 월이 가기 전에 병원에서 받아야 할 검사를 다 마치고 다행히 아무 탈 없음이 감사하다. 내 몸이 건강해야 내 가족도 잘 보살필 수 있을 테니 남은 인생은 마음을 가구 듯 내 몸을 많이 아끼고 잘 보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눈앞이 희미해질수록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실감하며 이제는 내 몸을 돌보며 살아야 할 나이가 된 것 같다.



** 정호승의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 준 한마디>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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