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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닮다 Jan 15. 2022

싸이월드 감성, 거꾸로 흐르는 시간

나는 싸이월드 세대다. 중학생이 되던 그 해, 2002년부터 2010년대 초반 페이스북 등의 여타 sns가 등장하기 전까지 버디버디, 드림위즈 지니 등의 메신저들과 함께한 Y세대.

국민학생으로 입학해 초등학생으로 졸업한 우리는 손편지를 쓰는 세대도, 그렇다고 완벽한 인터넷세대도 아니다. 지금은 그 때 우리의 감성을 손발이 오글거린다고 표현하지만 우리에겐 그게 당시의 감성 그 자체였다. (다만 지금 해보라면 못하겠다)

놀면 뭐하니의 도토페를 보며 반가웠고 저녁밥을 먹는둥 마는둥 설거지도 미뤄둔 채 티비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남편은 자기가 입대하던 당시의 노래를 자주 들어서인지 싸이월드 이용 당시의 노래들엔 별 반응이 없었다. (주로 싸이월드에서 유행하던 2009-2010년도 노래임에도 그 때의 노래밖에 모른다)

도토리에 집전화비를 야금야금 쏟아부으며 BGM수집이 취미였던 나는 대략 1000곡이 넘는 노래들을 가지고 있었고, 그 중엔 에픽하이의 노래도 꽤 많았다.

그래도 차라리 울거면 윤하의 등장에서 우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에픽하이의 'Fly'의 전주가 흘렀고 그 때까지도 그저 오랜만에 듣는 노래에 신이 난 상태였다. 그런데 첫 소절인 '힘들죠' 에서 눈물이 펑 터지기 시작해 노래가 끝날때까지 왜 그렇게 울었는지 모르겠다.

노래는 듣는 이의 시간을 거꾸로 거스르는 듯 하다.

쓰는 것이 취미인 것에 비해 난 가사보다 비트를 더 잘 기억하던 소녀였다.

이 노래를 그저 신나는 음악으로만 기억했던 나는 지금 현재 힘든 것도없이 '힘들죠' 첫 마디에 교복을 입고 하두리 셀카를 찍던 10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랐다. 남편이 곁에 없었기에 망정이지, 있었더라면 왜 또 우느냐 했을 일이다. 남편 생각에 나는 늘 엉뚱한 포인트에서 우는 것 같겠지만 정작 나는 그 기억이 향수처럼 온 몸 구석구석 퍼져도 돌아갈 수 없는 시간임을 알기에 우는 것일뿐이다.

아빠가 이승철의 희야를 반복해서 듣던 것도, 노래방만 가면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는 것도 왜인지 알 것 같아서. 당시 내가 듣던 노래를 이해하지 못했던 아빠의 모습이 내가 지금 큰 아이가 듣거나 보는 노래, 만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라

나는 천천히 시간을 되짚을 나이가 되었고 지금 이 순간도 먼 훗날 다시 되짚을 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 시간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다.

나는 싸이갬성의 세대이니 오늘만큼은 우는 ㄴㅐㄱㅏ 좋ㄷㅏ..는 뜻이다 ^^ ㅁㅓㄹㅣㄱㅏ ㅇㅏ닌 맘으로 우는 ㄴㅐㄱㅏ 좋ㄷㅏ......^^ (못해먹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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