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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지나 Oct 05. 2022

낯선 남자와 덩 튼 SSul

덩덩구리덩덩 

일요일마다 들리는 양재천에 있는 내 방앗간에 들어섰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여서 꿉꿉한 기분으로 카페에 들어서자
쾌적하고 향긋한 커피냄새가 가득한 이 곳에 취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은지 1시간이 넘어서 화장실을 갔는데,

화장실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별로 급하지도 않았는데
화장실로 향하는 순간 발사준비가 되는 단순한 생물 그자체이기 때문에.. 
곧 나올것만 같은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나름 힘들게 기다리고 있는데
화장실에 들어가있는 사람이 도무지 나오지를 않길래,
한숨을 내뱉으면서 똑똑똑 하고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두들겼다..
저 안에서 조금은 민망해하는 소심한 똑똑
그 후 더 길어지는 기다림에 지쳐 나는 또 한숨을 쉬며 궁시렁거렸다.
그리고는 안에서 나온 시커먼옷을 입은 남자..

철저하게 코로는 숨을 쉬고 있지 않아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오늘의 습한 공기와 합쳐져 내 몸을 감싸는 그 불쾌한 암모니아와 뒤섞인 공기
내 니트 뜨게 섬유 한올한올 베어버릴 것만 같은 그 뜨끈한 공기가 너무 불쾌해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콱 썼다.
변기에 앉자마자 뜨뜬하게 느껴지는 그 남자의 온기,
으으으으 너무 찝찝해 마치 그 남자의 엉덩이위에 앉아있는 기분이였다.  
그렇게 찝찝한 기분으로 일을 마치고는 나오는데,
나오는 길에 마주친 카페 남직원이 들어오면서 하는 말이
"여자화장실은 3층이에요" 라는 것이다 .. ㅜㅜ
좌.투더 절 .... . .

그렇게 미안한 마음을 안고 멋쩍여하며 다시 들어왔는데,
내 맞은편에 그 덩냄새의 주인공이 앉아있었다.

혹시나 하며 두리번 거렸는데 그 검은 우아래도리를 입은 남자가 맞은편에 앉아있는 것이다.
뭔가 그 사람을 보니 아까의 뜨거운 덩냄새가 다시 느껴지며,
그 생판 모르는 남자의 덩냄새를 텄다는 것에 웃음이 자아내어지면서
뭔가 가족들끼리도 평생 겪어보기 힘든 그 냄새를 내가 안다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웃기면서
말도 해본적 없는 남자와의 어떤 끈끈해지는 전우애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리고 막상 밖에서 보니 따끈한 덩내를 감싸고 있는 그 사람은 나름 훈훈하다.  
그래서 또 한번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망상에 망상을 더 해본다. 흐흐흐흐흫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망상의 나래. 자만추의 꿈 흫흐흐  
또 혼자 몰래 코를 킁킁거리면서 히죽히죽 웃고있는 지금이다.
너무 웃겨 웃겨웃겨 웃겨죽겠다.  
이런 나 자신도 웃기고 지금 이 망상의 시간도 행복하다.  흐흐흐흫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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