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인가 재능인가 습관인가
성실하다 :정성스럽고 참되다
그럴 일이 많지는 않지만 장점 같은 걸 쥐어짜서 말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만만한 게 성실함이다. 회사원이라면 지각 안하고 제때 나타나고, 맡은 일을 제때 완료하고, 상대방에게 비교적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어주는 것이랄까. 의외로 그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아서 잘 해내는 사람을 보면 성실함도 재능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에게 그렇게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당연한 거 아닌가?
하지만 성실함만 있는 것도 각광받을 만한 일은 아니다. 결과물에 초점을 맞추면 사실 성실함은 태도에 가깝다. 성실하지 않아도 좋은 결과를 낸다면? 그때 취했던 태도는 과정일때보다 결과가 되었을 때 조금 힘을 잃는다. 과정까지도 주목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기억될 수 있겠지만 조직의 일이라는 것이 언제 그렇게 낭만적이던가. 하지만 이해한다. 뭔가 가릴 처지가 아닐 때, 나도 결과부터 볼 것 같으니까.
그리고 성실함은 시간이 누적되어야 비로소 그 가치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축적에서 빛이 나는 태도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이 시간과 축적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자기만족이라면 괜찮지만,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 어찌보면 내가 성실한 것보다 이렇게 간택 당하는 게 더 어려울 것 같다. 나의 의지와 상관 없이 엮여 오랜 시간을 보내온 가족 말고 그런 시간을 지켜봐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렇다고 반드시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다. 농업사회의 근면성, 산업화사회의 역군 DNA를 타고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언가를 안하는 불편감이 더 커서 꾸역꾸역 책상에 앉는다. 어릴 때부터 “공부할 때 하고, 놀 때 놀아!”하고 엄마한테 맨날 혼났지만 꾸역꾸역 책상에 앉았다. 그러고 앉아서 졸거나 몰래 라디오 듣고 놀았지.
여전히 뭐가 더 좋은지는 모르겠다. 팽팽 놀다가 벼락치기로 시험 잘 보는 동생이 부러울 때도 있었고, 주어진 일을 적당한 말로 잘 쳐내는 동료가 부러울 때도 있었고, 요즘 같은 때는 ai를 써서 뭔가 뚝딱뚝딱 잘 시키는 사람도 부럽다. 하지만 나는 내일도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또 앉아있겠지? 그리고 또 무언가를 사부작사부작 하고 있겠지. 아무래도 나에게 성실함은 그냥 습관인 것 같다.
+’성실하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정성스럽고 참되다’라고 한다. 찾아보기 전에는 부지런하고 근면함에 더 가까운 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단어의 뜻이 저거라면 나의 추구미는 맞긴 맞네.
260326 미솔랭가이드 : [미솔랭 떠들랭] 성실하다 :정성스럽고 참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