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다는 것,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평소보다 이른 퇴근길. 현관문 너머로 들려오는 비번 누르는 소리. "다녀왔습니다." 말끝이 채 흐르기도 전에 터져 나온 흐느낌. "엄마..." 어린아이처럼 엄마를 보더니 품 안으로 달려들어 오는 딸아이. 세상의 모든 말들이 사라진 순간, 오직 눈물만이 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마치 수도관 밸브가 열린 것처럼 멈추지 않는 눈물. 순간, 가슴 한편이 무너져 내렸다. 품에 안긴 딸의 등을 조용히 토닥였다.
토닥이는 손길에 담긴 말없는 위로. 때론 침묵이 가장 깊은 위로가 되는 법이다. "너무 걱정하지 마, 그냥 엄마 보니까 갑자기 서러워서..."
퇴사를 고민하는 딸의 마음속엔 얼마나 많은 폭풍이 몰아쳤을까. 육체의 고통은 시간이 약이지만, 마음의 상처는 시간조차 멈추게 만든다. "그냥 퇴사하자. 엄만 무엇보다 네 행복이 더 중요해." 해줄 수 있는 말이 이것밖에 없다니, 짧은 말에 함축된 수많은 언어들이 위로가 되기를, 도시에서 벗어나 시골의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처럼,, 딸의 흐느낌이 조금씩 가벼워졌다.
퉁퉁 부은 눈으로도 출근을 준비하는 모습. 출근길이 즐거워야 하는데 저 마음이 얼마나 무거울까, "당당하게 기죽지 말고, 네가 해야 할 말 차분하게 잘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니, 순간 가해자 역할을 맡게 된 딸은 충분히 억울했을 것 같다. 마음이 편안한 곳이 천국이요, 편하지 않은 곳이 지옥이라 했던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만,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생마늘을 삼킨 듯 아린 마음을 안고,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말이 이것뿐이다. 눈물은 약함이 아닌 용기의 다른 이름. 감정을 인정하고 마주하는 순간, 새로운 길이 열린다.
큰 딸과 통화를 하면서 동생 마음 좀 만져주라고 했다. 큰 딸이 하는 말, "똘아이 보존법칙에 의하면 자기 보호를 위해, 항상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 "엄마, 막내가 상대방을 견딜 수 있으면 괜찮지만 견딜 수 없으면 부딪히면서 스트레스받지 않게 그만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딸의 눈물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본다.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 더 멀리 뛰어오르기 위한 준비가 된다.
이제 딸은 안다. 엄마의 품처럼 따뜻한 곳에서 잠시 쉬어가도 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쉼표가 인생이라는 문장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을. 눈물로 자신을 마주한 딸의 감정이 회복하기를 응원한다. "너무 힘들면 울어도 괜찮아. 다만 혼자 울지는 마, 엄마가 늘 곁에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