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편안해지는 용서의 힘, 불교의 자비

by 윤진선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크고 작은 상처를 경험한다.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하거나, 기대했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오해 속에서 관계가 틀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러한 경험 속에서 분노하고, 미워하고, 때로는 상처를 준 상대를 용서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무겁게 마음의 짐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용서란 단순히 타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용서는 무엇보다도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한 것이다.

불교에서는 자비(慈悲)의 실천을 통해 용서를 강조한다.

자비란 모든 존재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인간은 궁극적인 자유와 해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용서는 자비의 실천이며, 이는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자기 자신을 괴로움에서 해방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1.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란 무엇인가?


불교에서 자비(慈悲)는 인간이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다. ‘자(慈)’는 모든 존재에게 행복을 주고자 하는 사랑이며, ‘비(悲)’는 고통받는 존재를 불쌍히 여겨 그 고통을 덜어주고자 하는 마음이다.

이 두 가지 요소가 합쳐져야 진정한 자비가 완성된다. 이러한 자비의 실천이 인간을 해탈로 이끄는 중요한 길이라고 강조하며 이 자비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용서의 힘을 배우게 된다.


불교의 핵심 사상 중 하나인 연기법(緣起法) 은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안에서 우리는 타인과 함께 성장하고 변한다고 말한다.

즉, 타인의 고통과 나의 고통이 다르지 않으며, 내가 미워하는 상대 또한 나와 다르지 않은 존재라는 깨달음이 불교 자비 사상의 출발점이다. 그렇기에 자비는 특정한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중생에게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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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자비 사상은 용서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일반적으로 용서는 ‘상대가 나에게 잘못을 했지만, 그 잘못을 덮어주고 이해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우리의 내면에서 깊은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이며, 자비를 실천하는 핵심적인 방식이라 말한다.


"우리는 왜 용서하기 어려울까?"

많은 사람들이 용서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아마도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곧 ‘그 사람의 잘못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용서란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나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을 때, 내가 그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계속 품고 있다면, 결국 괴로운 것은 나 자신이다. 하지만 그 사람은 이미 내 삶에서 사라졌거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그 감정에 사로잡혀 고통받는다. 이런 점에서 불교의 자비는 상대방을 위한 용서가 아니라, 결국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불교에서는 용서를 배우기 위한 방법으로 자비 명상을 한다. 자비 명상은 내면에서 사랑과 연민을 키워, 점진적으로 용서를 실천하는 과정이다.


자비 명상의 기본적인 단계는 다음과 같다.


자신을 향한 자비 “내가 행복하기를, 내가 평화롭기를.”
먼저 자기 자신을 향한 자비를 기원한다. 용서란 타인을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먼저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자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기를.”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을 떠올리며,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키운다.


중립적인 사람을 향한 자비 “내가 별 감정이 없는 사람도 행복하기를.”
평소 특별한 감정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같은 마음을 확장한다.


미운 사람을 향한 자비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도 행복하기를.”
마지막으로, 용서하기 어려운 상대를 떠올리며, 그 사람이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이렇게 자비 명상을 꾸준히 실천하면,

용서를 통해 나 자신이 더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용서를 통해 자유로워진 사람들


불교의 자비와 용서를 실천하여 내면의 평화를 얻은 사례는 역사적으로도 많다.


1. 틱낫한 스님의 용서

베트남의 유명한 승려 틱낫한 스님은 베트남 전쟁 중에도 평화와 용서를 강조했다.

그는 전쟁 속에서 부모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젊은이들에게 “증오는 또 다른 증오를 낳을 뿐이다”라며 용서를 설파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바로 마음의 평화는 복수가 아니라 용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2. 간디와 비폭력저항

비록 간디는 불교 신자는 아니었지만, 그의 철학은 불교의 자비 사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간디는 영국의 식민 통치에 맞서면서도 폭력이 아닌 사랑과 용서를 강조했다. 적대자조차 포용하며, 그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자비의 힘을 실천했다.




용서는 상대방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용서는 나를 위해 존재하며, 나 자신이 해탈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다.

미움을 버리고 자비를 실천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리고 이 자유로움 속에서 우리는 더 깊은 행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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