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도전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by 미쓰양푼이

나의 유럽여행은


"저기요! 한국 사람이세요?"


라는

말로 시작되었다.


여행의 순서와

체류 기간만 정해 놓고

대책 없이 떠난 나는

로마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숙소부터 구해야 했다.


관광 책자에서 소개된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를

직접 찾아가면서

예기치 못한 것을

경험하자는 생각으로

온 여행이었다.


하지만

고작 로마 공항에서

시내까지 와놓고

짐 때문에

지쳐버렸던 것이다.


1달간의 여행을 위한

모든 짐을 큰 배낭 하나에

다 담아 왔는데

몸 전체가

앞으로 기울 정도로

무거웠다.


그 무거운 짐을 들고

어딘지도 모르겠는 이곳에서

왔다 갔다 할 수 없었다.


내 나름대로 체력이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장시간 동안

비행기에 몸을 실은 탓에

나의 체력은

이미 방전되어 있었다.


그것도 그렇다.


여행 경비를 줄이겠다고

가장 싼 항공편을 찾아

그것을 타고 왔다.


분명히 발권할 때만 해도

경유지가 방콕 한 곳이었는데

비행기는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홍콩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 당시 인천에서

방콕으로 가는

직항이 없었기 때문에

방콕에 가려면

어딘가 한 곳을

경유해야 한다고 했다.


괜히 비행기 값이

싼 게 아니었다.


좁은 비행기 좌석에 앉아

20시간 이상을 버텨내면서

다음엔 돈을 더 주더라도

꼭 직항을 타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힘들게

로마에 도착했는데

또다시 무거운 짐이

복병이 되었던 것이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를 찾고,

새로운 세계를 관광하는 것은

관심 밖의 이야기였다.


그냥 얼른 짐을

내려놓고 쉬고 싶었다.


'그냥 어디든 좋아.'


라는 마음이

굴뚝같았을 때,


마침

두 명의 한국인 남자들이

지나간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그들을 붙잡았다.



"저기요! 한국 사람이세요?
지금 묶으시는 숙소 어디세요?
저 좀 데리고 가주세요!"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무사히 한국에 돌아온 것도

참 감사한 일이다.


왜냐하면 로마를 떠나

베네치아역에 도착했을 때도

역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현지인을

무작정 따라가서

숙소를 구했었다.


어디론가 끌려가는 것 같은

알쏭달쏭한 베네치아 길을

신기해하면서도

호텔이 아닌 이상한 곳에 가게 되면

어쩌나 싶었다.


다행히 도착한 곳은

인도계 주인이 운영하는 숙소였다.


로마에서 지나가던

한국 남자들이 소개해 준 숙소는

여러 명이서 한 방을 써야 하는

한인 민박이었는데,


이곳은 1인실에 가격도 적당하고

생각보다 좋아서 놀랐다.


덕분에

내가 계획했던 대로

한국인을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진짜 한국을 벗어났다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어디를 가도

미로 같은 길이 펼쳐져 있는

베네치아야 말로

내가 원하는 여행을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도시였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때 무탈하게

한국에 돌아올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의 유럽여행은

20대 초반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은

여자 혼자 무계획으로

미지의 세계를 찾아다닌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기에,


가끔은 무모했던

나의 20대가 그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