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책임감을 기르기 바라며!
추석이다!
가족들을 태우고
할아버지 댁에 가야 하는데
차가 너무 더럽다.
새롭게 이사한 동네에
세차장이 있길래
아무 생각 없이
그곳엘 갔다.
그곳은
셀프 세차장이었다.
차를 산지 4년 반이 지났는데
셀프 세차장은 처음이었다.
‘셀프 세차 뭐 별거야’
라는 생각으로
들어 가 놓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사장님께
방법을 물어보니
아무것도 모르는데
여성 분 혼자 어떻게 오셨죠?
갑자기 문득,
내 차 조수석에서
넌 할 줄 아는 게 왜 아무것도 없냐?
고 소리치던
전 남친의 모습이
내 뇌리를 스친다.
‘나에게 그런 태도를
일관하던 그의 행동들은
옳지 않아!‘라는
그동안의 생각들이,
마치 거품비누로 씻겨 내려서
말끔히 없어진
내 차의 묵은 떼처럼,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의 말은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팩트 폭격으로
하루 종일 나를 공격해왔다.
물론 꼭 셀프세차를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못해도
되는 것도 아니다.
난 스스로에게
운전을 좋아하고,
차를 아낀다고
말하고 있으면서,
한 번도 내 차를
소중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차 내부는
화장품 자국으로
가득하다.
아무리 닦아도
화장품의 기름진 자국은
지워지지도 않는다.
차 트렁크는
정리한 지가 한참 됐다.
트렁크를 열어
널 부러져 있는
물건들을 보면
복잡한 나의 머릿속과 같다.
오른쪽 문짝은
주차하다 부딪혀서
움푹 파여 있다.
입에 제동을
걸 줄 모르는
직장 상사가
나에게
도가 지나친
업무 피드백을 주었을 때
멘탈 붕괴가 왔었다.
그날 내 차 문짝은
주차장에서 그렇게
내 멘탈과 함께
찌그러졌다.
아직까지 찌그러져 있는
차 문짝이야 말로
바쁘다는 핑계로
질서 정연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나의 진짜 모습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다리에 멍이 한가득이었다.
세차장이 미끄러운데
쓰레빠를 신고 갔으니
넘어질 수 밖에 없다.
사실 난 온몸에
멍을 달고 산다.
매사를 그렇게
칠칠치 못하게
살고 있기 때문에
항상 멍이 들어 있는 것이다.
3달 전
중국 광저우에서
“35살인데 결혼 안 했으면
어디 문제가 있는 것 아니에요? “
라는 질문을 받았었다.
그때 나는 나이 같은 것을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언제나 젊게 살고 싶은 사람이었다.
결혼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지적 질을 해준
그 중국인의 생각처럼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당시엔
그 사람의 사고방식을
그냥 단순히
개발도상국 마인드라
치부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결혼을 안 하는 것도 있지만
못한 것도 있다.
확실히
나에게는 35살에 걸맞는
책임감이 없다.
그러니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꽤 주도적인 사람이라고
자부해왔다.
하지만
사실 계속 넘어지고 있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굉장한 착각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시퍼렇게 변한
멍을 빼기 위해
약을 몸 구석구석 발랐다.
약을 바르면
비교적 빨리
멍이 사라진다.
다행인 것은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이 있다는 것이다.
멍이 생기면
약을 바르면 되듯이,
넘어졌으면
일어서면 된다.
그리고
혼자 할 줄 아는 것이
없으면
이제부터
배워나가면 된다.
며칠 전,
결혼정보업체와
방문 약속을
잡아 놨었다.
한 번 내방해서
상담받아보라는
몇 년 간의 전화 구애
끝에 한 약속이었다.
그것을 취소했다.
결혼할 나이가 되어서
해버린다던지,
나의 부족한 부분을
상대방이 채워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결혼은
안일한 선택일 뿐이다.
스스로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진짜 나로
거듭나는 것이
시급하다.
그래야 지만
앞으로
나와 새로운 가족이
될 사람들에게
진정한 책임감을
발휘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