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우위 씨'와의 결별
요즘 나는
간헐적 단식을 한다.
첫째는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고3 때 몸무게로 변모한
나의 몸매 관리를
위해서이다.
(살이 좀 빠지고 난 후,
동생이 말하기를
그동안
멧돼지 같았다고 했다.)
둘째는
뇌에 대한 통제권을
나 스스로 쥐기 위해서이다.
말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나에게 머리가 띵해지면서
의도치 않게
혀가 꼬여
좌절하는 순간들이
너무나 자주 찾아왔다.
이런 이유에서
식사를 제한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자기 전에
내일은 어떠한 건강 음식을 먹을지
에 대해 고민하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내일은 파스타다!
시중에 파는 파스타 소스는
건강하지 않으니,
직접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당찬 포부를 안고 잠이 들었다.
이 사소한 것에
당찬 포부가 필요한 이유는
음식을 직접 만들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요리를 하면서
다시금 깨닫는다.
왜냐하면
엄마가 5분 만에 끝내버릴
야채 썰기를
1시간 동안 하고 있다.
덕분에 정확히
1시간 반 후에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내가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매일 요리하면서
이 오래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켜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동안 살았던 대로
살아야 하는 것일까?’
라는 고민 말이다.
사실 그 순간
후자로 마음이
많이 기울어졌다.
잘하지도 못하는 요리를 하느라
나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다.
라는 생각은
나의 머릿속을 계속 괴롭혔다.
그 이유는
대학생 시절에 읽었던
‘멘큐의 경제학’의
‘타이거 우즈’ 이야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비교우위’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사례였다.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였다.
결론은
이다.
타이거 우즈는
아주 적은 돈을 주고
잔디 깎기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그 시간 동안
골프를 치면
억대의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다.
직접 잔디 깎기를 하는 것은
기회비용 측면에서
손해라는 것이다.
잔디는 잔디를
잘 깎는 사람이
깎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잔디 깎는 행동을
선택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것이
타이거 우즈 보다
훨씬 적은 사람이
깎아야 한다.
그렇다.
그동안
요리를 안 했던 이유도
요리를 선택함으로써
내가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비교우위 개념은
국제 무역을
설명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개념은
내 인생에 적용되고 있었다.
학벌중심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본적인 사회 규칙은
다 무시한 채
좋은 성적을 얻는 것에만
열중했다.
사회인이 되어서는
가치 없는 집안일을 할 바엔
일에만 집중하여
몸값을 올리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나는 타이거 우즈가 아니다.
골프도 잔디 깎기도
둘 다 잘하는
프로가 아니다.
학창 시절 거뒀던
좋은 성적은
대학입시와는
직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직장에서
내 임금은
앞으로 2년 동안
동결이다.
기회비용이 가장 적은
한 가지를 선택하여
그것만 했으면,
프로가 될 수준으로
집중했어야 했다.
나에게 있어서
'비교우위' 란,
그저 멀티 플레이어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일 뿐이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결별하려고 한다.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