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의 은퇴 선언

삶의 균형이 필요할 때

by 미쓰양푼이

그동안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

이직을 하면서

여유가 생겼다.


신인배우에게

역할이 많이 들어오지 않듯이

신입인 나에게

많은 일이

할당되지 않았다.


여유로운 삶도

그것을 즐겨왔던

사람에게만 행복이지,

익숙하지 않았던 여유가

오히려

내 목을 조여 온다.


일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몇 달간 일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예전에는

바빴기 때문에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다른 것을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일 외의 것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내가 있다.


내 방에 있는

거울을 바라보니

그 속엔

일 밖에 할 줄 모르는

한심한 나만 보일 뿐이다.


오히려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없는 것이 낫다.


지금 아니면 언제 게으름을 피워봐!


라는 생각으로

아무것도 안 한다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머릿속은 복잡한데

실행력이 떨어지니

매일매일이

자책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내가 나를

학대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니

적게나마 있는

일의 성과마저도

현격히 떨어지는 것이었다.


경고등이 들어왔다.


더 이상 이런 상태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는

빨간불 말이다.


내가 선택한 처방전은

자기 계발 유튜브 채널과 책이었다.


슬럼프에 빠진 날 구해준 책들


유튜브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실행력에 관련된 책을 읽다 보니

기운이

조금씩 솟아나기 시작했다.


나도 유튜브에 나오는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나도 책의 저자가 쓴

내용대로 살고 싶었다.


일 이외 것들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대한 계획을

조금씩 조금씩

실천해나가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나 때문에 괴로워하던

나는 더 이상 없었다.



당신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답을 생각해본다.


왜냐하면 지금은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춤'이라는

친구를 기억해낸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언제나 춤을 추고 싶어 했다.


그래서 여러 번

춤에 도전했지만,

그때마다

다른 일의 우선순위에 밀려

그것에 집중하지 못했다.


내가 춤에게

여러 번 고백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애타는 마음을

지속하는 힘이 부족했기에

우리 관계는

항상 나의 짝사랑으로

끝이 나버렸다.


애타는 마음.

항상 그것이 문제다.


안절부절못하지 못하는

그 불안함 때문에

이렇다 할 취미도 없고,

특기도 없다.


나는 일만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는

이 풍족한 시대에 태어나서

생존을 위한

삶만 살아왔던

그동안의 삶에 반기를

들을 때가 온 것이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걸스힙합.


1달 동안 빠지지 않고

모든 수업에 참석하면서

조금씩 진전되고 있는

내 춤 실력을 발견한다.


핑크 저지 입은 양푼이 ㅎㅎ


예전 같았다면

춤보다 더 중요한 일에

정신이 압도되어

그 순간을 즐기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잡념 없이

춤에만 집중하고 있는 내가

연습실 거울에 비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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