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영향력에 맞서 ‘인간 경험의 특수한 이질성’을 고수해야 한다.
얼마 전
목공방에 가서
‘우드 펜’을 만들었다.
생일인 친구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어서
찾아간 곳이었다.
예쁘게 만들고 싶었기에
부담감이 컸나 보다.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께서
말을 건넨다.
왜 그렇게 떠세요?
실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아는데
잘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컸기 때문에
떨었나 보다.
기계에 몸을 맡기며
빠르게 돌아가는
나무를 향해
칼질을 해야 하는데
괜히 모양이
예쁘지 않게 깎일까 봐
손이 덜덜 떨렸다.
사포질도
눈치껏
적당히 했어야 했는데
선생님께서 오실 때까지
무식하게
계속 사포를
밀고 있었다.
결국 나무에
흠집이 있는 대로 났고,
몸 쓰는 일은 나에게 맞지 않아!
라는 결론을 내렸다.
끊임없이 머리를 쓰며
공부해야 하는
내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상승하는
순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펜은 허접하게나마
완성이 되었고,
기대한 만큼의 퀄리티가
나오지 않아
친구의 선물을
추가로 더 샀다.
두 번 다시는 목공 작업을 하지 않으리!
라는 마음과
내 일에만 열중해야지라는 생각
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 있는
가족들을 보니
2019년을 마무리하는
기념 선물로
‘우드 펜’을
선물하고 싶어졌다.
그러면서
생각을 고쳐먹었다.
내가 오늘 미숙하게
펜을 만들었던 것은
당연했다.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하는 것이니까
못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 한 것인데
프로급의 수준을
원하는 것도
도둑놈 심보나
다름없었다.
마치 공부를
하나도 안 해놓고
서울대를
갈망하고 있는 것과 같은
무임승차를
원하고 있었다.
다시 목공방을 찾았다.
가족들에게 편하게 주는
선물이다 보니
잘해야겠다는
욕심을 내려놨다.
그러다 보니
지난번에 칼질을
왜 그렇게
서투르게 했는지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칼질을 하려면
두 손으로 칼을 들고
나무를 향해
좌우로 왔다 갔다
해야 한다.
한 손으로는
칼을 받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힘을 주면서
그 힘으로 나무를
깎았어야 했는데,
나는 그 힘을
반대로 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원리를 아니깐
나무 깎는 일이
갑자기 신나 졌다.
나무를 신나게
깎고 있었던 것을
선생님께서도
눈치를 채셨는지
저번보다 훨씬 잘하시는데요?
라며 칭찬을 해주셨다.
2주라는 시간의 간격이 있었어도
반복의 힘은 대단했다.
뭐든지 시간을 투자해서
그 일을 반복하면
실력은 늘기 마련이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절대적 진리이다.
나는 이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내가 해오지 않은 일을
처음부터 못한다고
자책하기만 했다.
그러니 무언가를
시작했을 때
시간이 많이 걸렸다면,
시간낭비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앞으로는
를 목표로 삼아
반복의 힘을 믿고
이것저것 도전하면서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다.
처음에는 똥 손이었는데
나중에는 목공예의 전문가가 됐어.
라고 말할 수 있는
그날까지
자주 목공방에 들려서
칼질과 사포질을
해보려고 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결과물들은
앞으로 내 성장의
증거물이 될 것이다.
끊임없이 확장하는 경제학의 영향력에 맞서
우리는 당연히 자신이 직접 체득한 것, 소위 ‘인간 경험의 특수한 이질성’을 고수해야 한다.
「손으로 생각하기, 매튜 B 크로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