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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Apr 23. 2023

우리 출근시간을 다시 정의 내립시다

'출근시간 논쟁', 명확한 규정으로 상호 합의합시다



AM 8:32



미즈짱이 내게 들킬세라

인사 없이 조용히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시간은 8시 32분.

오늘도 출근시간을 2분 넘겨 도착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별것 아니지만

나는 이게 또 뭐라고

아침부터 조금 기분이 언짢아진다.


8시 30분까지 출근시간인데

미즈짱은 최근 한 달간

평균 31분~ 33분 사이에 도착을 했다.

30분 안에 들어온 적이

일주일에 한 번 있을까 말까였다.

(이걸 또 의식하고 기억하는 나,

젊꼰일수도 있겠다.)


어떤 날은 40분을 넘어 도착한 적도 있었는데

10분 정도 늦어야 내게 사전에

길이 막힌다고 메시지를 보냈고

5분 내외로 늦는 것은

그저 사전코멘트 없이

상기되고 미안한 얼굴로 살금살금 들어올 뿐이었다.




그녀를 위해서
말을 해줘야 하나?


 


'다른 사람들 보는 눈도 많은데..

더도 말고 그냥 출근시간인 30분까지만 들어와 줬으면 좋겠는데..'

하고 수십 번 머릿속에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언제나 그렇듯 이내 포기하고 입을 더욱 꾹 다문다.


그녀의 직급 정도 되었으면

그녀 자신도 늦게 도착할 때마다

누구보다 다급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질 것이고

잘못된 것임을 스스로 알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더 이상 푸쉬하지 않으려 했다.


무엇보다 몇 달 전

타 부서의 모 팀장님에게서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우리 회사는 출퇴근 시

1층 출입구에서 지문인식을 통해 근태를 기록해야 하는데

과거 해당 팀장님께서

몇 분씩 늦게 출근한 직원에게 왜 늦게 출근하냐고 한 소리 하셨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이랬단다.





저 안 늦었어요
지문인식은 30분에 했는걸요




베트남 직원들은 근태인식기에 지문을 찍는 시간을

출근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미즈짱이 내게 사무실 1층에서 엘리베이터 탄 시간은

30분이었다고 주장한다면

나도 더 머리만 아파질 것이 뻔했다.

'그래, 오늘도 참길 참 잘했다.'

 


사실 어디까지가 '출근시간'이냐를 두고

베트남 MZ세대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참 말이 많다.

'출근시간 논쟁'은 가히 '깻잎 논쟁', '새우 논쟁'에 버금가는

직장 내 논쟁 아젠다다.

예전에는 출근시간 30분에서 1시간 일찍

상사보다 먼저 출근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다면

워라밸, 재택근무 등의 등장으로

업무효율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기업문화가 점점 바뀌며

9시까지 출근이면

9시까지 '사무실 입구'로 들어오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도어파'

그래도 9시까지는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한다는 '데스크파',

여기에, 무슨 소리! 20분 전까지는 와있어야지 하는

굳건한 '수구보수파'가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근로계약서에

출근시간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지 않은 데에도

그 이유가 크다고 본다.

예전에야 고용주의 성향에 맞춰

출근시간이 정의 내려졌지만

시급과 월급에 목숨 거는 현세대에서는

10분, 20분 또한 다른 경제적 가치로 환산될 수 있는

근로자의 부가적인 노동기회비용인 것이다.





출근시간이란 단어를
'업무시작시간'으로 바꾸면 어떨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텐데

시스템 개발과 근로자와의 상호합의가 전제가 되어

회사 컴퓨터에 접속하는 시간을

출근시간으로 정의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담배 피우러, 커피 마시러

장시간 자리를 비우는 직원들의 근무태만을 막기 위해

직원의 컴퓨터에 타임체크 기능을 달아

자리를 10분 이상 비울 때마다

별도 보고를 하자는 네티즌들도 더러 있었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지만

중요한 건은 시대가 변하고 노동문화도 달라지는 만큼

고용주와 근로자의 소통에 따른

기업문화의 변화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막고

더욱 업무효율도 높아지지 않을까.



이상, 수구보수파의 의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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