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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Jun 10. 2023

베트남에서 지갑 잃어버릴 뻔한 사연

베트남에서 일어난 극과 극의 지갑 잃어버린 사연




너무 황당해서 한숨도 못 잤어요



며칠 전 탕비실에서 커피를 내려마시는데

동료 팀장님의 안색이 너무 좋지 않아 이유를 물었더니


전날 밤 3인조 강도에게 지갑을 뺏겼다는 것이다.




그것도 하노이 시내 한복판에서.




내가 놀란 이유는

베트남, 특히 하노이는 우리나라만큼 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안이 괜찮은 편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관광 또는 거주하러 베트남에 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들어보니

술에 잔뜩 취한 것도 아니었고

밤 10시쯤 지인들과 늦은 저녁을 먹고 나오는데

여자 두 명이 갑자기 팔짱을 끼고

양팔을 서로 잡아당기면서

알아듣지 못하는 베트남어로 정신을 분산시키더니

이내 옆에서 달려오는 오토바이로 뛰어가

도망을 쳐버리더란다.


10초 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백팩을 확인했더니 지퍼가 열려있었고

안에 있던 지갑이 송두리째 사라졌다고 한다.




그게 말이 돼요?




너무나 황당해서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소매치기범들의 기술과 과감함이

날로 진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간 아주 늦은 밤이나 새벽에

퍽치기나 날치기를 당한 사연은 종종 들었어도

이렇게 '눈 뜨고 코 베인' 사연은 정말 처음이었다.



신용카드 정지 등 뒤처리에 분주한 팀장님을 뒤로하며

문득 작년에 겪었던 비슷한 사건 하나가 떠올랐다.




나는 차를 운전하는 운전사입니다





아침 출근준비로 한창 바쁜 와중에

베트남 메신저 '잘로(Zalo)'

모르는 사람의 친구 요청이 들어왔다.

당연히 '거절' 버튼을 눌렀는데

이내 전화가 울렸다.

역시 또 '거부' 버튼을 눌렀다.


그때는 베트남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르는 번호로 내게 전화 올 일은

잘못 걸린 전화 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누가 봐도 번역기를 돌린 것 같은 문자는

빨리 이해하기가 어려웠으나

곧 보내온 사진은 나를 완전한 충격에 빠트렸다.





내 지갑이네?






그렇다.

창피한 말이지만

나는 내가 지갑을 잃어버린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사진 속 즐비하게 펼쳐진

한국 신분증과 각종 카드들은

'응~거짓말 아니야, 네 거 맞아~'라고 강하게 외치는 것 같았다.



어제 그랩(Grab) 택시를 타고 내리면서

헐렁한 주머니 탓에 지갑이 차에 떨어진 모양이었다.

지갑 안에 베트남 연락처가 적힌 명함도 있었기 때문에

그 연락처로 운전기사님이

메신저로 전화로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던 것이다.


주소를 알려주면 찾으러 가겠다는 나의 말에

운전기사님은 현재 있는 위치를 알려주면

무려 내가 있는 곳까지

친히 가져다주시겠다고까지 하였다.



 


[친절하게 번역기를 돌려 내게 연락한 베트남 기사님]




접선장소(?)에서 기사님을 기다리며

계속 다짐을 한 것이

지갑 안에 넣어둔 현찰이 모두 그대로 있다면

지갑에서 바로 현찰을 빼서

기사님께 사례를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혹시 현찰이 모두 다 사라졌다 해도

기사님이 빼간 것인지 다른 손님이 빼간 것인지 알 수 없으므로

지갑을 찾아준 것에 대한 소정의 사례는 꼭 하자고 마음먹었다.


사실 지갑에는 신분증과 카드 외에도

만일을 대비해 미화 200달러와

베트남 동화 100만 동(한화 약 5만 원) 정도가 있었는데

운전기사님이 보내준 사진에는

현찰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나기로 한 곳으로

내 앞에 차량 한 대가 멈춰 서더니

운전석에서 창문이 직-하고 열렸다.

내게 지갑을 건네며 환하게 웃는 기사님은

막 성인이 된 듯해 보이는

스무 살쯤 되어 보이는 아주 앳된 분이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지갑을 열었는데

다른 것은 그대로였는데

역시 달러와 베트남 고액 화폐는 없었다.

잔돈만 약 30만 동(한화 약 15천 원) 정도 남아 있었는데

그걸 다 꺼내서 기사님께 드렸다.

이 정도면 여기까지 오는데

왕복 교통비는 충분히 될 것이다.


 

그러자 기사님이 고맙다고 하며

쑥스럽게 자기의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하노이 시내 - 공항
편도 20만 동~25만 동





운전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 같았다.

명함을 보면서 하루종일 헛웃음이 났던 게

현금을 빼 간 것이 그 기사님이라면

자체 팁 수거를 한 뒤

내게 영업까지 하는 게 참 너무나 당당하게 느껴졌고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지갑 찾아주고 고객 확보하는 게

어떤 면에서는 똑똑하면서도 순수하게 느껴졌다.


여하튼 다 털린(?) 것보다는

이렇게 지갑을 다시 찾은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행운이라 생각했다.





진짜 이렇게 돌려주는 사례는 거의 없어요




베트남에 오래 거주하신 지인분들도

내게 이렇게 지갑을 다시 찾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운이 좋았다 말했다.



[그의 인생 모토인 것 같은 '열정/배려/프로다움'이라 적힌 명함의 앞장과 하노이시내에서 공항까지의 요금이 담긴 명함 뒷장]





해당 사건 이후로 나는 택시에서 내리기 전

한 번 더 자리를 체크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최근 동료의 사건으로 지갑은 또

몸에 지니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다.



베트남에 오시는 분들이라면

치안에 너무 안심하지 마시고

지갑은 꼭 지퍼가 달린 상의나 하의의

호주머니에 지니고 다니시길 당부드린다.


아 그리고 혹시 유심을 사용 중인데

모르는 번호로 현지연락이 온다면

속는 셈 치고 전화는 꼭 받아보시길 추천드리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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