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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Jun 22. 2023

베트남 직원들과 일하면서 여전히 힘든 점 세 가지

베트남에서 베트남 사람들과 일하며 느낀 점



오늘도 퇴근 후 터덜터덜 분짜 식당으로 향한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평소 습관적으로 5분씩 늦는 미즈짱에게

두 차례 출근시간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좋게 말을 했는데

그다음 날만 딱 정각에 도착할 뿐

그녀의 지각은 계속 고쳐지지 않는다.



▼ 그녀의 이러한 지각에 관해서 궁금하시다면


다시 말을 해야 할지

아니면 이제 내려놓아야 할지

고민하며 종지에 가득 담긴 마늘과 고추를

느억맘 국물에 남김없이 다 털어 넣는다.



베트남 직원들과 일을 한지 어언 1년 반이 되어가는데

진리의 '사바사(사람바이사람)'를 고려하더라도

이건 나라나 민족 전체의 문화처럼 보이는,

그래서 내가 여전히 적응하지 못하는

베트남 직원들만의 다음과 같은 3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 지각.


우리네 같은 경우 늘 일정한 출근길이더라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10~20분 정도 여유를 두고 집에서 출발하는 반면

베트남 사람들은 "오토바이"라는

신속한 개인교통수단이 있어서 그런지

이동 시간을 "저스트 하게(딱 맞게)" 계산해서

집에서 출발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날 갑자기 도로가 공사 중이거나 비가 내리면

30분이고 1시간이고 그냥 속수무책으로 늦는다.


또한 베트남은 도로의 배수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비가 와도 도로에 물이 범람하고 교통이 심각하게 정체된다.

그래서인지 비 오는 날은 늦는 것을

매우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다.

왜 늦었냐고 물어보면

아주 당연하게 "it's rainy today(오늘 비가 오잖아요)"라고 말한다.




[비 오는 날의 흔한 하노이 풍경.jpg]




둘째, 도시락.


베트남 직원들은 점심시간에 자기 자리에서 도시락을 먹는다.

심지어 은행 창구에서도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까먹는(?) 걸 볼 수가 있다.


돈을 아끼려는 경제적 이유와

외부 길거리 음식의 위생에 대한 우려 때문에

대다수의 베트남 사람들은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그래서 점심시간 전후로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돌리고

자기 자리에서 식사를 하면서

사무실에는 음식 냄새가 자욱하다.


그리고 먹고 나서는

팔베개나 목베개를 하고는 모두 낮잠을 잔다(!)

(북부는, 누워서 잔다는 남부만큼 정도가 심한 편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강한 자기주장.


한국에서 자기주장이 강한 MZ세대가

SNL을 통해 희화화된다는 사실은,

어쩌면 그만큼 기성세대 대부분이

여전히 겸손과 '눈치 보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반면 베트남은 사상교육에서 비롯된 것인지

여섯 개의 성조 다양성을 지닌

베트남어의 특성에서 기반한 것인지

절대 지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우리네가 상사가 깰 때는

무조건 땅을 보고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 베트남 구직자들의 당당한 모습이 더 궁금하시다면



여기서 나의 포인트는,

자신의 주장과 의견을 얘기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다만, 본인이 과오(過誤)가 있는 상황에서도

사과를 먼저 하기보다

소리 높여 본인의 변명을 먼저 한다는 것이다.



참고 참다 미즈짱을 불러

마지막으로 그녀의 지각에 관해 얘기하자,

그녀가 내게 한 말은

나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그전에 일본회사 다닐 때는
10분 정도 늦는 것은 이해해 줬어요.
한국 문화니깐 제가 적응해야 한다는 거 알아요
어렵겠지만 저도 나아지도록 노력해 볼게요  



일본 회사가 그럴 리가! 아마 나보다 더했을걸?

어쨌든 저쨌든 Anyway,

그녀는 10분 먼저 도착할 여유를 두고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10분 늦게(!) 도착할 여유를 두고 여태 출근을 해온 것이다.

그리고 팀장이 한국인이니

본인이 맞춰 보겠다는 말이었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여기 베트남이구나




물론 로펌과 같은 보수성이 강한 집단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베트남의 90프로 이상의

일반적인 회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라고 본다.


사람 사는 거 어디든 똑같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 해외에서는 납득이 어려운

'사회적 문화'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오늘도 '하노이에 왔으면 하노이 법을 따라야지',

하고 마음을 다독인다.





em ơi, Cho chị thêm ớt.
(에머이, 쩌 찌 템 엇
: 저기요, 여기 고추 좀 더 주세요)




[나의 소울 푸드, 아니 소울 그 잡채, 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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