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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Jul 25. 2023

베트남에서 옷 사는 걸 포기했다

베트남에서 옷을 안 사는 이유




의상코디에서도 귀티가 나오게 하라




자기 계발 서적 베스트셀러에 랭킹 되어 있는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에 나온 문구다.


외모를 가꾸는 것, 특히 패션에 신경 쓰는 것은

필수적인 것이라 나도 생각해 '왔으며'

한국에서는 특히 패션 쇼핑에 쓰는 비용이

종종 월 소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곤 했다.


베트남에 온 이후로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거의 옷을 사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옷 사는 것을 좋아해서

어머니께 꼭 하나를 살 때는 하나를 버리고 사라는 타박까지 들었는데

나는 어떻게 베트남에서 이런 쇼핑습관을 한 번에 끊었을까?


내가 베트남에서 옷 사는 것을 포기한 이유를 얘기해 보고자 한다.



첫째, 옷을 살만한 매장이 마땅치 않다.


처음 하노이에 왔을 때가 기억난다.

베트남은 그냥 더운 나라이며, 한국인이 많이 살기 때문에

필요하면 무엇이든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한 겨울임에도 반팔만 가득 캐리어에 담아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베트남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베트남의 겨울도 '패딩'이 필요할 만큼,

매우 춥다는 사실이었다.

부랴부랴 옷을 사려고 했는데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된다.


명품과 길거리 시장 그 사이,

한국으로 따지자면 부담 없이 사 입을만한

제대로 된 영패션이나 여성패션 매장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가두점이나 백화점에 있는 베트남 기업 패션 매장 옷들은

현지에 맞춰져서 사이즈가 너무 작았고

자라, H&M과 같은 글로벌 SPA 매장의 사이즈 스펙 또한

서양인에 맞춰져 있어 나와 맞지 않았다.


유일한 옵션은, '유니클로' 밖에 없었다.


새삼 한국에서 얼마나 한국적인 옷을 입어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



▼ 베트남의 충격적인 사이즈 스펙이 궁금하시다면



[하노이 빈컴 메트로폴리스(Vincom Metropolis) 쇼핑몰의 유니클로 매장]



둘째, 동일한 브랜드라면 한국보다 비싸다.


화장품을 비롯하여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들은

관세와 현지 디스트리뷰터사의 가격책정으로 대개 한국의 그것보다 비싼 편이다.


때로는 한국에서 상품을 주문해 항공배송으로 받는 편이

배송료를 더해도 저렴하다.

그래서 급하지 않다면 쇼핑목록을 미리 메모해 두었다가

한국에 갈 때 구매해 오곤 한다.


셋째, 자주 세탁을 해야 하는 환경임에도 세탁소가 많지 않다.


더운 날씨 탓인지 남자들은 거의 와이셔츠를 입지 않으며

겨울 옷의 비중도 낮기 때문에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많이 사는 곳을 제외하고는

베트남에서는 세탁소 찾기가 힘들다.

(아니, 있는데도 내가 그곳이 세탁소라고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체감상 더운 시기가 3월부터 10월까지

약 8개월간 이어지는데

밖에 5분만 있어도 땀이 쏟아지는 날씨 탓에

여기서는 아끼는 옷을 입고 나가기가 꺼려진다.

 

무조건 세탁하기 쉬운 옷을 먼저 입는다.


세탁이 어려운 옷, 비싼 옷은 아예 입을 엄두도

살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어느 순간부터 옷을 더 이상 사지 않게 되었다.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품위 있고, 귀티 나게 입어야 한다는데

여기서는 그런 부분들에 있어 종종 찔리는 마음이 들곤 한다.


재킷과 블라우스를 입고

나름 커리어우먼처럼 출근하던

한국에서의 내 모습이 이따금씩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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