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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Oct 20. 2024

베트남에서 골프 못 치면 바보




완전 초보인데요, 레슨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네, 찾으시는 선생님 있으세요?




회사 옆 골프연습장에 들어서자

데스크의 베트남 직원은 아주 유창한 한국어로

수민을 응대했다.


수민은 자신이 베트남에 와서

스스로 골프를 배우고자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모든 운동이 배워두면 좋다지만

골프는 쳐본 적도 없을뿐더러

수민의 취향에 맞는 운동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민은,

베트남에서 '골프를 친다'라는 것이,

운동 그 이상의 의미임을 

베트남 생활 첫날부터 느낄 수 있었다.




수민 씨는 골프 좀 쳐요?




한국에 비해 탁월한 자연경관을 갖춘

필드(Field) 환경임에도

그 가격이 무척 저렴한 데다

해외에서 한국 사람들끼리 친목을 다질

엔터테인먼트가 골프 말고는 딱히 마땅치가 않다.


해외에서 받는 주재수당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골프를 실컷 배워 가자는 사람들이 많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에 다 같이 

필드 또는 스크린으로 골프를 치러 가는 일이 많았다.

개인 간의 친목 골프 외에도

비즈니스 골프는 한국보다 훨씬 더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었다.


평소 관심 없는 분야에는 끝까지 관심을 두지 않는(?)

수민이었다.

오죽했으면 국민스포츠인 프로야구 룰도 모르지만

여태 알려고도 하지 않는 그녀였다. 


그런 수민이 골프를 배우고자 마음을 먹은 것은,

정말 큰 동기가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골프용어는 알아야 해




한국보다 현저히 적은 숫자의 인원이 근무하는 해외에서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관심사를 맞춰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여자주재원도 없는 커뮤니티에서

점심 식사나 회식 자리에서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레 온통 골프 얘기뿐이었다.


최근 어떤 골프채를 구매했고,

며칠 전 나간 필드에선 몇 타를 기록했으며

요즘은 어느 필드가 유명하다더라 등등의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때 문득 수민은,

해외에 나가는 그녀에게 

중고세트라도 꼭 골프채는 챙겨가라던

회사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뭐 쓸 일이야 있겠어, 유난스럽게- 하고 맨몸으로 입국한 

과거의 자신이 아주 살짝, 후회스러웠다.



7번 아이언부터 하시죠




레슨비는 한국에 비해 배나 비쌌다.

수요에 비해 한국어를 하는 프로의 수는 현저히 적었기 때문이다.


그런 피 같은(?) 레슨비를 냈음에도

수민의 골프 선생님은 3번에 1번 꼴로 지각을 하거나 

무단결석을 했다.




프로님, 오늘 수업 못 오세요?



아, 제가 깜빡하고 한국에 왔네요.



시장가치가 급등한 프로들은

고객 알기를 아주 우습게 알았다.


화가 치밀었지만 수민은 '아쉬운 입장'이기에

꾸역꾸역 20회의 레슨을 끝마쳤다.



마지막 레슨이 종료된 것은

첫 레슨을 시작한 지 정확히 1년 뒤였다.

 


 







《필드는 어느 세월에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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