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스 수민,
너도 강남에 살아?
나 미세스 아니래도!!
베트남 나이라면 진작에 결혼해서
아이가 둘은 있을 나이라 그런지
미스터 타잉은 벌써 세 번째나
그녀를 미세스라고 불렀다.
우리가 베트남을 공식 명칭인 비엣남(Vietnam)이 아닌
'베트남'이라 부르는 것처럼,
베트남 사람들도 외래어 발음규칙에 의해
서울을 '세운'이라 발음한다.
하지만 어쩐지 강남만큼은,
또렷하고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여
수민은 그 정확한 발음만큼이나
강남을 안다는 사실에도 깜짝 놀랐다.
마치 우리가 뉴욕이나 홍콩 집값이 비싸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걸
그 나라 사람들이 알면 이와 비슷한 느낌일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도시 안의 지역명까지
이렇게 알고 있는 것은 놀랍지 않은가
그만큼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 집값이 비싸고, 특히 강남은 너무나도 비싸다는 사실을
우리만큼이나 잘 알고 있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관심이 참 많다.
K-컬쳐의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한국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기도 하고
중국인보다 약 1.2배 정도 많은
최대 해외관광객이 한국인인 까닭도 있다.
베트남의 제2 외국어가
영어가 아닌 한국어란 사실만 봐도
베트남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얼마나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많은 수의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집값을 포함한 과도한 경쟁에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으며
심지어는 스트레스에 목숨을 끊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안다.
가끔은 한국 사람들의 완벽주의 성향과 책임감,
급한 성미를 이용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사업파트너 또한 보게 된다.
결국 질질 끌면 답답한 것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기 때문이다.
강남에 살지는 않지만,
왠지 미스터 타잉의 반짝이는 눈에
보답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아
수민은 이렇게 대답했다.
아, 내 친구가 거기 살아
혹시 그럼 블랙핑크도 본 적 있어?
베트남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대화소재가 떨어질 걱정은 없겠다-, 고
수민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