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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Oct 14. 2024

주재원 계급도(진짜최종).txt

현채인의 존재




혹시 한국 본사의 정규 주재원인가요? 



어느 날 울린 한 통의 전화는

수민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하기 충분했다.


누가 들어도 알만한 한국기업에서 

스카웃 제의가 온 것이다.

한국이었으면 꿈도 못 꿀일이다.



갑자기, 내게 어떻게 이런 일이 -



들뜬 마음을 최대한 다스리며, 

수민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질문 하나를 더 했다.




아닙니다. 현채 입사예요




'현채''현지채용'의 줄임말로,

현채직 혹은 현채인은, 

기업의 본사 소속이 아닌 해외 현지법인의 소속으로

현지에서 채용된 직원을 일컫는다.


기업의 해외법인이 속한 나라의 국적을 지닌

'현지인'과 구분하기 위해 

'현채인' 또는 '현채'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를테면, 이곳 베트남 현지에서

미세스 응옥 같은 친구들은

베트남 사람이, 베트남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에 고용되어 일을 하니

현지인으로 채용된 것이고,

한국본사에서 주재원으로 파견된 한국인이 아닌

특정 업무를 위해

현지인과 같은 프로세스로 채용된 한국인을

'현채인'이라고 한다.


같은 사무실에서, 때로는 비슷하거나 같은 업무를 하지만

현채인들이 받는 설움은 크다.


가장 큰 어려움은,

고용의 불안정성이다.


현채인들의 고용에 관한 법률은, 

현지의 법률에 따르므로 한국만큼 고용의 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

하지만 베트남의 경우, 

높은 경제성장으로 지원가능한 일자리가 많기 때문에

현채인들은 현지인들과 마찬가지로 

이직에 대해서는 유연한 태도를 갖고 있고

2년 안에 이동해야 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하고

입사를 한다.


두 번째는 한국 주재원들과 다른 복지혜택이다.

이 부분도 입사 프로세스가 다르기 때문에

현채인들이 서운하긴 하지만 차별이라 생각하지 않는 부분이다.

한국 본사에서 파견된 주재원에게 지원되는

주거, 차량 등 각종 체재비의 혜택을

대개의 경우 지원받을 수 없다.

(보통 이 부분을 감안해 임금협상을 하고 입사한다.)


끝으로 출신이 다르기에 섞일 수 없는 분위기에 따른 소외감이다.

사실 수민이 느끼기에 이 부분이 현채인들이 느끼는 

가장 큰 설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채인들은 한국 본사의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상황을 한 발짝 멀리서 지켜보는 편이다.

본사에서 출장을 나와도 회식은 주재원들과만 진행하는 편이며

추후 한국 본사로 재입사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다시 말해 이 회사에 일하지만

이 회사 사람은 아닌, 그런 경계인의 느낌을 계속해서 받는 것이다. 

몸 담고 있는 조직 내에서 자신의 커리어 성장에 대해 

분명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들은 현지법인에서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 득실을 계속해서 계산해 보아야 한다.

 


보통의 경우

현채인들은 각자의 직업관이나 나름의 비전을 가지고 

커리어의 디딤돌로서 직장을 선택하며

지원할 때부터 위와 같은 부분들을 알고 지원하기에

눈칫밥을 먹어도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삭이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너무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하지만
이번에는 저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수민은 헤드헌터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아직 1년도 채 안된 시점에

현지인들과의 알력싸움에도 머리가 혼미한데

현채인으로서의 도전은 

더더욱이나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감수하고 왔지만

현지에서는 수민의 생각보다 더욱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존재했다.




《몇 안 되는 조직에 계급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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