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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Oct 01. 2024

조연이 아닌 주연의 삶을 살고 싶다

해외주재원의 득과 실



큰아버지의 장례식 후 

수민은 가늠할 수 없는 우울함과 불안의 시간을 마주하게 되었다. 


잠에 드는 것이 두려웠다.

자는 동안 모든 것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수민을 압도했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 또한 커졌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외동딸인 자신이

부모님을 챙겨야 함을 수민 스스로가 느끼고 있었다.


수민은 아슬아슬한 마음을 부여잡기 위해

의식적으로 베트남에서의 생활이 그녀에게 주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써 내려갔고 매일 내용을 더하거나 수정해 나갔다.



[이곳에서 얻는 것]

1. 오랜 꿈이었던 해외주재원이라는 목표실현 그리고 커리어의 확장

해외주재원으로서의 경험이 

앞으로의 밥벌이에 어떻게 작용이 될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똑같은 업무만 반복하는 것보다는 

향후 진로의 선택지가 더 다양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근무의 선택지가 이제는 한국이 아닌

베트남, 동남아로 가능해질 수도 있다)

또한 오랜 기간 상상하고 꿈꿔온 주재원이라는 타이틀을 중도포기하고 싶지 않다.

조기 귀국을 한다면 이후의 여성 후배들의 꿈도 앗아가 버릴 수 있다.

    

2. 주재수당 및 한국 대비 생활비 절감을 통한 자금 마련

이곳에 와서 알게 된 주재수당 및 회사의 각종 지원으로

한국에서보다 자금을 저축하기 훨씬 유리한 환경이 된 것이 사실이다.

포인트는 이곳에서 소비를 할 곳이 마땅치 않기에

여기에서 좀 더 돈을 저축해 목돈을 마련하고 싶다.



[이곳에서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

1.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이곳에서 보냄으로써 갖는 기회비용

누군가에게는 공부가 될 수도, 결혼이 될 수도 있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타지에서 보냄으로써 겪는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에 대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2. 귀국 후 한국 본사에서의 나의 입지

내가 속한 회사의 본사가 한국인 이상

어차피 나는 한국에 있는 직원들과 함께 평가를 받는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보다 지척의 사람과

한 마디라도 더 하고 정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다시 귀국했을 때 이 회사에서 나의 자리가 

그 전과 같다고 장담할 수 없고

오히려 적응을 못할 수도 있다. 

 

3. 소중한 사람들에게 잊힌다는 두려움, 

챙겨주지 못하는 미안함

2번과도 연결되는데 3번은 특히 가족과 친구에 대한 부분이 크다.

은퇴 후 아무도 찾지 않는 노년의 쓸쓸한 삶을

마치 미리 경험한 것과도 같은 기분이 종종 든다.

한국에 있어도 자주 만나고 잘 챙겨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나와의 연결고리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에게

잊힌다는 것이 두려웠다.

마치 그들이 나의 존재의 증거라도 되는 것처럼-


4.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따른 건강에 대한 염려 

공기도, 수질도 한국의 그것보다 좋지 않고

문제는 아플 때 신속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리스크가 크다. 

(작금의 한국의 의료파업 상황은 일단 논외로 한다) 


기록해 나가며 

수민은 해외주재원 생활의 플러스 요소보다 

마이너스 요소가 더 많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지만

플러스 항목의 가중치가 마이너스 요소보다 더 커서

가중치를 곱한 플러스 지표가

수민의 일상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1번 항목의 영향도가 가장 컸다.




내가 선택한 일이야




수민의 인생에서 '선택'해서 결정한 일들은

크게 많지 않았다.

회사에서도 수민은 선택이 아닌 

특정 부서에서 '선택받아' 업무를 진행하곤 했다.


하지만 개인이 스스로 '선택'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 

사람은 보다 자기 삶에 더 큰 애착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수민 스스로 이곳을 선택했다는

아주 사소한 사실은 

놀랍게도 그녀를 조연이 아닌 주연의 삶을 사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이것은 수민의 불안하고 위태로운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다.

수민은 마음을 다잡고 또 다 잡았다.




잘 만든 영화에 무조건 있는
클리셰 범벅 같은
시련의 시간일 뿐이야




이 시기만 잘 넘기면 

곧 가장 빛나는 순간이 찾아오겠지 -



늦은 밤 수민의 방에서 나는 뒤척임 소리도

어느덧 고요해지고 있었다.





《내 삶의 주연이 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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