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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Sep 29. 2024

아빠의 눈물




수민아, 메시지 보면 연락 줘



두 시간 늦은 시차 탓에

새벽녘의 엄마로부터 온 메시지는 수민의 단잠을 깨웠다.


갑작스러운 연락은 언제나 수민을 불안하게 한다.




무슨 일이지?




엄마는 큰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담담하게 말을 전했다.


문득 해외에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새하얘졌다.


아빠를 대신해 엄마는

해외에서 올 수 없으니 우선 알고만 있으라 하였지만

수민의 마음은 편치 못했다.


언제까지 베트남에 있을지 알 수 없지만

해외에 있다는 것이

언제까지고 도리를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면죄부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문득 수민은, 해외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이

이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가족이, 친구가 기쁠 때나 슬플 때

바로 달려가 곁에 있어줄 수 없다는 점 말이다.

(물론 그 반대도 그렇다.)


짧은 고민 끝에 수민은 회사에 상황을 설명하고

가장 빠른 비행기를 끊었다.

연착만 되지 않는다면 발인까지는 갈 수 있을 터였다.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곧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합니다.




마중 나온 수민의 부모님의 표정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고 담담했다.

큰아버지의 장례식을 지키느라 고단할 텐데도

채 5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던 수민의 귀국길과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워 회사에서 딸이 난처해 지진 않았는지부터 걱정했다.    


잠시 집에 들러 가방을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은 뒤

수민은 부모님과 함께 이동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공항에 사람이 많지 않았고

비행기가 제시간에 도착해 가까스로 발인식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큰어머니와 사촌들의 슬픔도 걱정되었지만

수민은 형제를 잃은 아빠의 마음이 가장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큰아버지의 댁에는 한두 달에 한 번씩 인사 갈 정도로

수민의 아버지는 형을 많이 의지하고 따랐다.


다행인지 수민의 아버지는

평소와 같이 큰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고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과 밀린 이야기들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큰아버지를 납골당에 안치시키고

다 같이 마지막 인사를 할 때

수민과 수민의 엄마는 아빠가 사라졌음을 눈치채고는

사람들과 함께 찾으러 다녔다.

그리고 건물 밖 모퉁이에서 가슴을 붙잡고 앉아있는

수민의 아빠를 발견하게 되었다.



당이 떨어진 거야?



친척들은 평소 당뇨를 앓고 있는 수민의 아버지가

장시간의 장례식 끝에 당이 떨어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직 수민과 수민의 엄마는 느낄 수 있었다.




아빠는 아픈 것이 아니라
너무 슬픈 것이었다




수민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빠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보았다.


그런데 자식 앞에서 대놓고 울 수 없어

참고 참다 몸이 주저앉게 된 것이다.


수민은 곧장 아빠를 싣고 병원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자,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수민은 아빠의 말에 집으로 다시 차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온 친척들은 돌아가며 전화를 했고

수민의 아빠는 괜찮다고 답하기에 바빴다.

 

집에서 한숨 돌리자

수민은 다시 출국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음을 느꼈다.


수민은 아빠가 많이 걱정되었다.


그리고 갑자기 자신도 주체하기 힘든 슬픔에 빠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무엇을 얻기 위해 해외에 나왔을까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날 수민과 수민의 엄마가 목격한 것은 아빠의 슬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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