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을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생택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온 이 말은
한 때 이별을 겪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헤어졌든, 헤어졌다 다시 만났든,
누가 봐도 사연 그득해 보이는 이 문구를
한국인 열 명 중 꼭 한 명은 프로필에 올렸다.
최근 수민도 이 문장이 갑자기 머릿속에 맴돌았다.
한국에서는
곁에 있는 친구들이 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다.
가끔 학창 친구들이 연락 올 때면
피곤할 날에는
괜스레 변명을 이리저리 둘러대며
만남을 뒤로 미루곤 했다.
친구보다는
수민 개인의 삶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오랜 친구보다
회사 거래처나 취미 활동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에 오히려 집중하며
그것이 '인맥을 넓히는 활동'이라 착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그렇게 쌓아온 '인맥'들은
수민이 베트남에 온 이후
알아온 시간에 비례하여 빠르게 수민을 잊어갔다.
시차 때문인지,
공유해 오던 에피소드의 단절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두 나라의 날씨만큼이나 서로 다른
감정의 온도차 때문인지 -
자주 연락하던 관계들 중 더러는
수민의 안부인사를 불편해하기 시작했다.
해외생활의 힘듦과 향수병을
시간을 내어 공감해 줄 '인맥'들은 많지 않았다.
수민은 그렇게 해외에서,
몇몇 사람들에게
'손절당했다'.
수민은 자신의 사회적 관계가
이곳에서 리셋(Reset)된 기분이 들었다.
다시 제로에서 시작하는 기분 -
무엇이 잘못 됐을까?
3천여 명이 넘는 연락처의 사람들 중
특별한 접점 없이
편하게 연락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란
너무나 힘들었다.
그렇다고 한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오랜 친구들에게 갑자기 연락하는 것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수민은 그간
오랜 시간을 알고 함께했던
가장 소중했던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 집중하고 노력하지 못한
과거의 자신이 후회가 되었다.
결국 수민과 연결될 사람들은
그들이었다.
오랜 친구도
식물에 물을 주듯 서로의 노력을 통해 유지되고
더 끈끈해진다는 사실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수민은 이제야 불필요한 연락처를 하나씩 지워나가다
몇 년간 연락하지 않았던
오랜 친구 희주의 이름을 발견했다.
왠지 그녀는 언제라도 수민을 반겨줄 것 같아
용기 내어 메시지를 보냈다.
수민아, 너무 오랜만이다
어떻게 지냈어?
중학교 친구 희주는
여전히 수민을 그때처럼이나 따뜻하게 반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