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해질 수밖에 없었던 베트남 여성들과 그들을 위한 '여성의 날'
베트남 남자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진짜
한창 일할 시간임에도
평상에 누워 있는 남자들을 보며
주위 동료 남자 직원들이
농담 반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인 나도 종종
'베트남의 남자들은 도대체
어디서 일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베트남은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남성들보다 확연히 눈에 띈다.
사실 전체 베트남 노동시장 참여율을 따졌을 때는
남성 86%, 여성 79%로 남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나
세계 여성 노동 참여 비율인 47%로 따졌을 때는
베트남의 여성의 노동참여는
감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남녀 사업가의 비율도 1 : 1.14 라니
기업경영자의 비중만 따졌을 때는
단연 여성이 남성을 앞지르고 있다.
(실제로 내가 만나는 비즈니스 파트너사 CEO 중
90% 이상이 여성이다)
잦은 전쟁의 후유증으로 인한 실질적 모계사회 구축
근현대사 훨씬 이전의
고대부터 중국을 비롯한 외세(外勢)와의 잦은 전쟁으로 인해
남성 인구가 급감하고
생계유지를 위해
여성도 생활전선에 뛰어들며
생활력이 뛰어난 지금의 강인한 여성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사실 베트남을 모계(母系)사회라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
베트남의 '혼인 및 가족법' 상
베트남은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부계(父系)사회임이 명확하나
사실 실질적으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家長)의 역할을
여전히 여성이 하는 경우가 다수로
모계사회라 불러도 하등 이상하지가 않은 것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끌어가는 베트남의 영웅, '여성'
과거 잦은 전쟁 속에서
베트남 여성은 가정을 책임지는 것뿐 아니라,
실제로 총을 비롯한 무기를 들고
실제로 전선(戰線)에 뛰어들어 맹렬히 싸웠다.
월남전을 훨씬 거슬러
2천 년 전, 약 서기 1세기 때
중국 한(漢)나라의 가혹한 지배를 견디다 못한
쯩짝(Trưng Trắc), 쯩니(Trưng Nhị) 자매가
군대를 조직해 이를 몰아내고
언니인 쯩짝이 왕위에 오른 것은
그 에피소드들에 약간의 과장적 요소는 있지만
신화가 아닌 엄연한 역사적 사실로서
베트남 여성뿐 아니라
모든 베트남인들의 애국심과 민족적 자긍심에
큰 뿌리가 되고 있다.
이에 두 자매를 존경하는 의미로
하노이와 호찌민에는
'하이바쯩(Hai Bà Trưng, 두 분의 '쯩' 할머니)'이라는 지역과 도시가 있으며
곳곳에는 이들을 기리는 동상과 기념비가 있을 정도다.
이 외에도
베트남의 역사에는 시련이 있을 때마다
많은 여성 영웅들이 탄생하였으며
이들이 지금의 베트남을 만들고 지켜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지금도 베트남의 여성들은
누구보다 강인한 생활력으로
가정과 나라를 지켜내고 있으며
이들을 통해
베트남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
많은 사람들은 예측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보다 중요한 베트남의 '여성의 날'
이러한 여성의 영향력으로 인하여
베트남에서는 여성을 위한 많은 기념일들이 있는데
특히 곧 다가오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과
10월 20일 '베트남 여성의 날'이 그것이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는
'세계 여성의 날'이 사실
'세계 무역의 날'이나 '세계 물의 날'처럼
휴대폰의 캘린더에도 뜨지 않는
며칠인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의미 없는 날이었는데
(관련 종사자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베트남에 오니
"오늘 무슨 날이야?"하고 물어볼 정도로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데이보다 훨씬 더
나라 전체가 들썩이는 느낌이다.
온라인상에는
(베트남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을 주는)
발렌타인데이가 지난 지 고작 며칠되었다고
벌써 '여성의 날'이냐며
넋두리를 하는 남성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 베트남의 발렌타인데이가 궁금하다면
초콜릿 대신 발렌타인데이 때 이것 선물하는 베트남 (brunch.co.kr)
이 날을 잘못 지나치면
남자들은 일 년 내내 강인한 여성들의
진정한 전투력(?)을 맛봐야 할 것이다.
여성의 날에는
남성이 여성에게 꽃이나 선물을 주는 것이 일반적으로
꽃집과 유통가에는 연중 최고 대목이라
각종 프로모션과 이벤트가 넘친다.
회사나 길거리, 쇼핑몰 등에서는
여성들에게 무료로 꽃을 나눠주는 모습을
자연스레 볼 수 있다.
열심히 베트남을 이끌어오는 여성들을 위해
꽃도 좋고 선물도 좋지만
그들에게 가장 좋은 것은
이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베트남이 주 6일에서 주 5일제가 된다면
아마 이도 시행되지 않을까 싶다.
여성의 날을
그냥 국가공휴일로 지정해 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