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세일? 이제 안 삽니다
자라 빅 세일! 올 6월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세일 때만 되면 필요한 게 없어도 꼭 한번 가게 된다. 패션, 뷰티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새로운 트렌드나 디자인이 뭐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고양이 생선가게 들리듯 꼭 가게 된다.
예쁜 아이템들은 세일하는 즉시 품절되기 때문에 온라인 앱에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시간 땡! 하면 바로 구매해야 한다며 유튜브에 난리도 아니다. 영업 비밀, 자라 세일템, 뽕뽑템, 정말 자라를 추천하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나도 거기에 한몫 더한다. 유튜브에 자라 추천템으로 매 시즌마다 콘텐츠를 올린다. 콘텐츠용으로 구매하는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사심 가득 쇼핑을 한다.
근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왜 매 계절, 아니 매달 옷을 사는 걸까?
옷장에는 입을 옷이 이미 한가득인데... 왜 늘 ‘입을 옷이 없다’고 느낄까?
생각해 보니 안 사도 될 필요 없는 것을 유행템이라고 트렌트 템이라고 사고, 한 시즌 입고 손이 안 가는 옷이 얼마나 많은가.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유행템은 한철 입고 말고 결국 자주 입는 옷만 입게 된다.
그래서 올해는 자라세일에 소비하는 대신 지난 8년간 주구장창 사모은 자라템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https://youtu.be/BtFmJCFk4p0?si=G4YhYcK1mw6BNL8S
쇼핑은 끝이 없는 욕망이다.
트렌드는 매년 다르고, 여러 매체에서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진짜 그렇게 필요한 물건일까? 모든 신상을 다 입을 수 있나? 생각해 볼 때 그럴 수도 없을뿐더러 정말 의미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옷은 나의 이미지와 상황에 맞게 갖춰놓고 센스 입게 매칭해서 입는게 더 멋있다.
그래서 이번 자라 콘텐츠도 구매템이 아닌 몇 년 묵은 자라의 아주 잘 입는 템으로 사람들이 오래오래 애정하면서 입을 옷을 추천하였다. 나는 새로운 계절이 되면 그 해에 트렌드를 먼저 조사하고, 옷장을 정리하면서 트렌드에 맞게 새로 조합해서 정리한다.
올해의 컬러가 버터 옐로우라면, 버터 옐로우와 어울릴만한 컬러의 코디로 조합해서 퇴근룩, 꾸안꾸, 원마일웨어, 출근룩, 일상복 등을 매칭한다. 생각보다 옷을 사지 않아도 재조합을 통해 충분히 보완이 가능하며 '아 이렇게도 코디할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가끔은 놀이(Play) 같기도 하다.
‘지름’은 감정의 배출구일지도...
쇼핑은 기분 전환이다. 누구나 그렇다.
충동적으로 새로운 무엇을 갖게 되면 그 새로움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일시적으로....
하지만 그 ‘기분’이 뭔지 깊이 들여다보면 대부분 피곤하거나, 일이 꼬이거나, 육아에 지칠 때, 나에게 뭔가 하나쯤 나를 보상해 주길 바랄 때,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을 때 쇼핑 앱을 킨것 같다.
내가 원하는 쇼핑 리스트가 아닌 인기 상품, 베스트셀러, 셀럽 착용을 보다가 나에게도 어울릴 것 같다로 생각이 들면 장바구니에 넣으며 기분 전환을 한다. 근데 그런 기분은 구매하고 배송중일 때 가장 설레고 막상 내 손에 들어오면 며칠만 지나도 시들시들하다. 아니 기억 속에 사라진다.
감정만 훈련하면 소비를 줄일 수 있다니.... 기분이 안 좋을 때 내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들여다보기로 한다.
‘감정을 소비로 덮지 않도록 하자' 이렇게 깨달은 사실만으로도 소비를 줄이기도 한다.
예전에는 무엇을 입어야 할지, 어떤 스타일을 따라야 할지, 어디서 많이 본 옷을 골라서 지갑을 열었다. 근데 그렇게 옷장을 채우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고, 정리하고 나에게 맞는 것을 있는 것에서 매칭하는 법을 조금씩 터득해 간다.
물론 옷을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또 언제 마음이 변해서 왕창 새 옷을 사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기준이 생겼다.
‘누구나 사는 옷’보다, ‘내가 맘에 들었던 옷을 다시 보는 법’
‘유행하는 컬러’보다, ‘내 이미지와 삶에 어울리는 톤’
‘많이 사는 사람’보다, ‘제대로 활용해서 입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실 이 기준은 단지 옷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사람, 시간, 감정, 일
모든 선택에서 ‘진짜 나에게 필요한가’,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잘 활용하고 있는가'를 묻게 된다.
스타일은 더 좋아졌다.
몇 년 전에 산 옷을 입으면 올드하고 뒤쳐질 줄 알았다. 컬러 조합, 레이어드, 액세서리를 조금씩 다르게 바꾸어 입다 보니 더 마음에 들기도 하고 그 아이템이 새롭게 보일 때가 있다.
있는 걸 다시 꺼내서 재해석을 한 것뿐인데 이게 더 나다운 것 같고 뭔가 새로운 창조를 한 것 같다.
쇼핑 전에 나는 나에게 묻는다. 옷장에 비슷한 느낌의 옷이 있는가?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서 충동적인 결정을 하는 건가? 사려고 하는 대부분의 옷들은 이미 옷장 속에 아이디어로 재탄생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옷에는 그때의 기억과 생각들이 묻어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새로운 ‘무엇을 살까’가 아니라 이미 가진 나의 좋은 것들을 얼마나 잘 쓰고 있나일지도 모른다. 소비장려가 아닌 나 다움을 보여주는게 좋은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