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출(社出-회사를 나감)을 위한 준비

퇴사 후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온실 속 화초의 결정

by 연대표
사출(社出) : 회사를 나가서 경제적 독립함
사출은 자체적으로 지어낸 말로, 감정적인 퇴사가 아닌 경제적 독립을 하면서 회사를 나가는 ‘진정한 독립’이자 ‘회사와의 성숙한 이별’을 말한다.




의무 교육 → 의무 직장인 시절


그 시절에는(불과 몇 년 전이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하는 게 모든 평범한 대학생들의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금은 취업난이 심각하지만, 그때는 대학교 4학년부터 이력서, 자소설, 스펙을 부랴부랴 만들면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는 있었다. 물론, 기본적인 경쟁은 해야 한다. 그렇게 벼락치기 취준생 4학년을 보내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면, 인생의 중심은 자연스레 학교에서 회사로 옮겨가게 되고, 의무 교육을 받았던 순간처럼 의무 직장인이 되어 일을 했다.




사회의 쓴맛, 굴러들어 온 돌 ‘이직’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대리가 되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재테크, 결혼을 고민하는 30대가 되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나는 커리어의 성장을 위해 비슷한 직무 유망한 업계로 이직을 했고, 맞지도 않은 조직문화에 어설프게 적응하고 있었다. 연차가 쌓이자 점점 사회의 ‘쓴맛’이 이런 건가, 깨닫게 되었다.


여직원에 대한 시선, 결혼한 여자에 대한 이직의 장벽, 임신한 여자에 대한 업무의 분배, 사내 정치에 대한 보이지 않는 움직임 들에 대해,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극단적인 이야기가 꽤 수평적일 것 같은 여초 문화에서도 소수의 남자들과 그 문화를 추종하는 세력들에 의해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당당하게 공채로 입사했건만, 뭐 잘났다고 커리어의 성장이니 뭐니 하면서 이직을 했나. 나는 그 조직에 굴러들어 온 돌이고, 입사한 부서는 가장 정치적인 조직인 신설부서인 탓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1년 안에 팀을 3번이나 갈아 치웠다. 인사팀은 치이고 치이는 굴러들어 온 돌들에 대해 신경 쓸 리 만무했고, 지원 부서와 바뀐 부서에 대한 적응은 나의 몫이었다. 머리가 굵어진 탓에 나를 버리면서까지 회사에 적응할 기력이 나지 않았던지, 나는 어느새 웃음기 사라진 투덜이 스머프가 되었다. 거울 반대편에는 항상 지쳐 있는 모습의 그녀(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물론, 하나의 이유로 직장인들은 퇴사를 하지 않는다. 평균 4년을 주기로 승진을 통해 상승하는 월급 폭은 너무나 작고, 집값과 물가 상승, 노후까지 계획하기 에는 우리는 많은 요소들을 통제하고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월급을 포기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경제적 독립을 꿈꾼다.



화려한 독립은 아니지만…


내 자신도 감싸주지 않는 나를 주변에서 이해해 줄리 만무했고, 직장생활 10년을 못 채운 채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물론 25살, 회사에 첫 발을 내딛을 때 월급쟁이 10년 후 멋지게 독립할 거라는 계획은 있었지만, 이런 식의 독립은 도망에 가까웠다.


타 회사로 재 이직해볼까? 잠깐 고민했지만, 이 대안도 별로였다. 이직을 한다 해도 회사의 비체계성과 랜덤으로 만날 이해못할 사람들에 대한 적응기는 필요했다. 이직할 미래의 회사에서 연봉 협상을 잘하려면 기존 회사에서 몇 년간 더 비비고 있어야 된다. 그럼 결국 나는 마음에도 없는 회사를 의미없이 다니면서 버텨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시키는 일은 아무거나 다 잘하고 속도 없는 악바리가 되지 않으면, 회사원은 어딜 가나 도긴 개긴이라는 답을 내렸다.






‘Who am I?’ 회사에 남긴 나의 모습들


게다가 내가 애청하는 유튜브에서는 연관 동영상으로 자꾸 ‘퇴사 후 월 1000만 원’, ‘온라인 쇼핑몰 대박’, ‘퇴사가 좋은 점’ 등으로 나가서 잘 살 수 있다고 유혹하기 시작했다. 그래, 맞지도 않는 조직에서 속 좋은 척, 의욕 없는 일들에 애착이 있는 척, 기분 나쁜 모욕에 쿨 한 척하면서 정신건강에 생체기를 내느니 월급 정도만 벌 수 있는 내 일을 찾는게 낫겠다 싶었다.


회사 생활이 안정적인 월급은 보장해 주지만, 내 정서는 점점 불안해지고 상처와 가식에 무뎌지고 있었다. 내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 남는 거라곤 회사가 원하는 모습과 회사가 나를 버리지 않을 만큼의 퍼포먼스들만 최소한 해 나가는 요령의 직장인 모습이었다.


이런 식으로라면, 회사나 내 스스로에게 모두 좋은 방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밖에서 ‘만 원’이라도 벌어 봤니?


두 번의 이직이라는 후천적 경험에 의해 겁이 많아진 나는 먼저 퇴사하신 인생 선배님들의 조언에 맞게 회사 밖에서 만원 이상 벌어 보기로 했다. 방황하다가 회사가 싫어 아무런 목적도 없이 도망가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싶지 않았다. 독립된 성인으로써 사출(社出)을 통해 진정한 경제적 주체로서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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