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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리절트 이승민 Jul 05. 2022

(우리들의 블루스1), 호식아 꼭 그래야만 했쪄?!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란 걸' 제대로 보여준 드라마

(*약간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참조 바랍니다. ) 


초호화 캐스팅, 안구정화 시켜주는 제주도 바다풍경, 사람냄새 가득한 이웃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블루스는 참 따뜻한 드라마였다. 나이 마흔이 넘어서 그런가, 왜이렇게 공감가는 내용들이 많은지... ㅎㅎㅎ (특히 이병헌(동석)과 김혜자(옥동)가 열연한 죽기전 마지막 모자지간 여행스토리 볼 때는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이 드라마를 통해 단 하나의 키워드만 뽑으라고 한다면, 나는 '소통'을 뽑고 싶다. 


1. 인권과 호식

극 중에서 둘은 철천지 원수지간이다.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마주치기만 하면 쌍욕을 퍼부으며 싸운다. 예전에는 둘이 친형제 저리가라 수준의 절친 브로였다는데 이유도 안알려주고 만나면 싸우는 모습만 내내 보여준다. 그러다가 인권의 아들 정현과 호식의 딸 영주가 본의아니게 애를 베게 되고 결혼을 결심하면서 결국 둘이 어쩌다 그렇게 원수지간으로 돌변했는지를 보여준다. 사연은 대충 이렇다. 


학창시절 같이 싸우고 얻어터지며 둘은 특별한 우애를 다진다. 커서 인권이는 제법 잘나가는 조폭이 되었고, 호식이는 어쩌다 도박에 빠져서 도박중독자의 삶을 산다. 돈이 필요했던 동생 호식이가 한번씩 형 인권을 찾아가 도박자금을 빌리는데, 좋은 말로 빌려줄 인권이 아니다. 정신차리란 마음을 담아 굳이(?) 더 거칠게 표현한다. 아무리 혼을 내고 욕을 해도 도박중독이 어디 잘 고쳐지는 병인가? 어느 날 딸래미까지 안고 또 찾아온 호식이에게 인권은 "이젠 딸래미까지 데려와서 엥벌이를 시키느냐"고 뭐라하면서 돈을 던지듯 주고 간다. 


그런데, 하필 그 날이 호식이의 도박중독에 질린 아내가 집을 떠나버린 날이었다. 친형같던 형에게 아내가 떠나버린 슬픔을 위로받기는 커녕, 하나뿐인 딸래미한테  엥벌이 타령까지 하며 무시를 하고 가는 형이 얼마나 미웠겠는가. 열을 머리끝까지 받은 호식이는 그 돈을 냅다 집어던져버리고는 그길로 떠나서 정신을 차린다. 그게 둘이 원수로 변한 시작이었다. 


어떤가. 당신은 호식이의 변심이 이해가 가는가?  그 이야기를 듣던 인권은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었다. 정신차리라고 당시에 하던대로 그날도 했을 뿐인데, 너한테 그런일이 있었는지를 내가 어떻게 알았느냐고 따진다.  시청자 입장에서 나도 호식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인권이한테 훨씬 공감이 갔다. 심지어 돈까지도 줬잖은가. 인권이 뭘 잘못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굳이 잘못이 있었다면, 호식이의 상황을 좀 더 상세히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단거? 마음이 있었다면 골이 그토록 깊어지기 전에 서운한 마음을 먼저 물어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재밌는 건 이렇게 이야기가 다 오픈되었어도, 호식이는 여전히 그날 자기의 그 특별했던 상황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내가 그런 괴로운 상황이었는데, 니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었냐고!, 나한테는 그때 형뿐이었다고!" 그저 자기 뿐이다. 그렇게 둘은 사이가 틀어졌고, 수십년을 서로 원수지간으로 못잡아먹어서 안달인 사이로 지낸다. 둘 중 누구라도 그때 왜 그랬는지, 뭐가 그렇게 섭섭했는지, 그리고 그때 뭔 특별한 일이 있었던건지 제발 한번만이라도 소통을 했어라. 그럼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아낄 수 있었겠냐고. 그리 힘들게 매일 싸우면서도 둘은 끝내 자존심 때문에 소통을 안한 것이다. 아니면 미움이 일상이 되어서 어느 순간 화해라는 단어를 잊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일상에서도 이런 일이 참 빈번하게 일어난다. 


우리는 자기애가 지나친 나머지, 내가 알고 있는 상황을 대부분이 알거라는 착각을 한다. 이 세상이 내가 주인공인 드라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오늘 아침 출근 길에 지하철에서 너무 열받는 일이 겪었다면, 회사에서 신경질을 좀 부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동료들은 내 아침의 일을 드라마보듯 다 보고 있었을 거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니 짜증도 많이 내고, 신경질도 부린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그러면서 미안한 마음조차 없다고 한다.  

일터에서 겪은 짜증을 소중한 가족들에게 화풀이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니 드라마보듯 이해했을 거라는 착각 때문일까?  이 소중한 사람들이 여느때와 같이 평온한 상황 속에 있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오래 봐온 만큼 이해해줄테니까. 그런데 만약에 그 사람에게도 뭔가 특별한 일이 있었다면?  


그러면 그냥 인권과 호식의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둘다 서로 모르는 각자의 드라마 스토리로 상대를 원망하며 소중한 인연을 날려버린다. 그리고 자존심이라는 미명하에 끝까지 상대의 드라마를 한번 봐주려고도 않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2가지만 좀 조심하며 살자. 

1.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다. 나한테 무슨 안좋은 일이 일어났는지 남들은 모르니까, 그럴 때 특히 소중한 사람들한테 더 조심하자. ('불천노' 를 꼭 검색해봐라. )

2. 혹시 실수를 했다면, 싸우고 오해하는데 에너지를 쓸 바에 그냥 소통을 해버리자. 오해를 먼저 풀려는 게 자존심을 버리는게 아니다.  자존감이 진짜 높아서 그런 용기를 가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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