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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이로운 Mar 16. 2020

방송국은 오늘도 열일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자주 가던 분식집이 결국 잠정휴업에 들어갔다.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에 그 집 어묵 국물 한 모금이면 추위가 싹 달아나는 것 같았는데...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은 사장님 마음이 이해가 가면서도 자주 먹던 어묵 국물을 못 먹게 되니 약간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내가 자주 가던 분식집 말고도 문을 닫은 상점은 꽤 많은데 장사하는 사람뿐 아니라 많은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들 역시 강제휴식에 들어갔다. 가까이서만 봐도 크레인 운전을 하시는 우리 아빠 역시 일이 없어서 놀고 있다고 하고, 학원 강사를 하는 지인들 역시 수업이 다 중단돼 수입이 끊겼다고 하니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여기저기서 비상이 걸리고 일상생활에도 왠지 제동이 걸린 느낌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잘 굴러가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방송국이다.


방송 아카데미에 입학해 연출과 시나리오를 배우던 시절, 한 교수님이 수업 중 이런 말씀을 하셨다. "방송국은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진 절대 안 망해" 그때는 교수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허나 요즘 같은 시국에도 '이태원 클라스'가 방영되고 뉴스 속보가 나가고, 주말 예능이 아무 이상 없이 제작되는 걸 보면 교수님 말처럼 지구가 멸망하고, 인류가 사라지지 않는 한 한 방송국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갈 것 같다.


현재 내가 작가로 몸 담고 있는 프로그램들 역시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난리가 난 상황에서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방송을 만들고 있다. VJ들은 야외촬영을 하고 스튜디오에서는 수십 명의 스텝이 모여 녹화를 뜨고, 좁디 좁은 편집실에서 PD들은 밤샘편집을 한다. 다음 아이템 선정을 위해 다 같이 회의를 하기도 한다. 물론 마스크는 필수!


나도 수많은 방송국놈들 중 한 명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일하는 스텝들을 보면 코로나가 무섭지도 않냐고 묻고만 싶은데 아마 다들 무서워도 참고, 아무 내색 없이 참고 일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 대부분은 프리랜서라 방송 제작이 중단되거나 방송이 나가지 않으면 뼈 빠지게 고생하더라도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스포츠 중계 땜에 결방되고, 뉴스 속보 때문에 결방되고 골치 아픈 일들을 하도 많이 겪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도 방송을 만들고 방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 그저 묵묵히 일하는 게 아닐까?


코로나 확진자 증가세가 점점 주춤하고는 있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갑작스레 찾아온 코로나가 언제 자취를 감출 지는 아직 모르지만 하루 빨리 종식돼서 방송국놈들이 좀 더 편하게 일을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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