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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이로운 고작가 Sep 16. 2020

남자에게 필요한 권리

바야흐로 젠더리스 시대다. 여자가 숏커트를 해도 이상하지 않고, 남자가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다녀도 개성으로 인정해준다. 직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남자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직업들에 여성이 진입하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여성이 주로 종사하던 업종에 남성이 뛰어드는 사례도 많아졌다.


옷차림에도 남녀 간의 경계는 사라진 지 오래다. 요즘 여자들은 남자처럼 통이 넓은 정장 바지를 즐겨 입고, 남자들도 스키니진이나 화려한 패턴이 들어간 옷을 입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 허나, 남자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치마'다.


언젠가 인기 예능 중 하나인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가 치마를 입고 화보를 찍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난 이상하게 느껴지기보다는 '남자들도 치마를 입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치마는 편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물론 빤쮸가 보이지 않게 조심해야 하긴 하지만 가랑이 사이, 피부에 닿는 면이 없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시원하고 자유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어떤 남 기자가 치마를 입고 생활하는 걸 기사로 낸 적이 있는데 허벅지살이 서로 맞닿아 쓸린다는 것 빼고는 바지보다 편하다고 했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61916404731398


남자도 치마가 편한 옷이라는 걸 인정했는데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왜 남자에게 치마를 허락지 않는 걸까? 그 이유에 대해서 일부 학자들은 아직까진 남성 중심 사회이고, 남성이 여성의 옷을 입는 것이 남성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치마는 원래 남성들이 입었던 옷이라는 점이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에서는 남자들이 짧은 천을 허리에 감아 입고 다녔는데 '로인클로스'라는 이 의복은 오늘날 여성들이 입는 스커트와 매우 비슷하다. 길이 역시 스커트처럼 짧은 것도 있고, 긴 것도 있는데 짧으면 짧을수록 다리가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이 의상은 자신의 용맹함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었다.

기원전 3~4세기경, 바지가 등장하고 나서부터는 남자들은 서서히 치마를 멀리하기 시작했는데 재밌는 점은 21세기를 사는 지금, 여전히 남자가 치마를 입는 나라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미얀마다.


미얀마에는 '롱지'라는 이름을 가진 치마 형식의 의복이 있다. 천을 허리에 둘러 매듭을 짓는 형식이다. 전통의상이긴 하지만 시골 농부들은 물론 대통령까지 여전히 즐겨 입는다고 하니 '롱지'에 대한 미얀마인들의 애정이 각별한 듯싶다. 이처럼 과거에 남자들은 치마를 입었고, 지금도 남자가 치마를 입는 나라가 있는데 왜 우리 사회는 남자가 치마 입는 걸 남자답지 못하다 생각하고, 이상하게만  보는 걸까?


패션은 시대를 앞서간다고 하지만, 유독 치마만은 시대를 거스르고 있다. 아니, 치마뿐만이 아니다. 레깅스와 하이힐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작은 키를 감추기 위해 하이힐을 신었고, 중세시대 유럽의 남성들은 상처가 나는 걸 막기 위해 전쟁 중에 두꺼운 레깅스를 신었다. 허나 지금은 치마를 입는 남자도, 하이힐과 레깅스를 신는 남자도 찾아보기 힘들다.


난 여자들이 바지를 입는 것처럼 남자들 역시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치마도 입고 힐도 신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남자라는 이유로, 또는 여자라는 이유로 옷을 구분해 입을 필요는 없다.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 투성인 이 세상, 최소한 옷이라도 마음대로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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