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거장, 음악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베토벤. 그는 소위 말해 '한 성격'하는 싸나이었다. 가정부가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잔소리를 엄청 해대서 두어 달도 못 버티고 그만두는 사람이 부지기수였고, 제자에게 피아노를 가르칠 때도 실력이 미흡하거나 태도가 좋지 않으면 기다란 자로 손등을 때리고 어깨를 물어버릴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귀족 앞에서도 머리를 숙이거나 굽실대는 일이 없었다. 심지어 자신을 후원하는 사람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베토벤은 스승이었던 하이든의 도움으로 많은 후원자를 얻게 되었는데 그중 리히노프스키라는 공작이 있었다. 그 귀족은 자신이 재정적 지원을 해준다는 점을 악용해 베토벤의 사생활이나 작품 활동에까지 관여하고친구들과의 모임 자리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도록 시켰다. 화가 난 베토벤은 화가 나서 문을 박차고 나온 것도 모자라 리히노프스키에게 항의하는 편지를 썼다. 내용은 이랬다.
"당신 같은 귀족은 옛날에도 많았고 앞으로도 많을 것입니다. 당신은 태어난 걸로 그 신분을 얻었지만 저는 피나는 노력으로 이 자리에 왔습니다. 귀족은 많지만, 베토벤은 세상에 나 하나뿐입니다.”
강자 앞에서 누구보단 강했던 베토벤이었으나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만큼은 한없이 다정하면서 애정 또한 아끼지 않았다. 남자든, 여자든, 친구든, 애인이든 늘 편지로 마음을 표현하고, 때로는 직접 만든 음악을 헌정하기도 했다.
특히 베토벤이 남긴 32개의 소나타 중, 가장 유명한 <월광 소나타>는 사랑하는 여인이었던 귀차르디를 위해 만들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타나 <발트슈타인> 역시 자신을 재정적으로 후원해준 발트슈타인 백작에게 헌정한 곡이다. 우리나라에서 학교 종소리, 자동차 후진 음악으로 자주 쓰이는 <엘리제를 위하여> 또한 '엘리제'라는 여인을 위해 쓴 피아노 소품곡인데 지금까지도 그 여인이 누구인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베토벤의 세 번째 교향곡 <영웅> 역시 누군가에게 헌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곡으로 그 대상은 바로 나폴레옹이다.
18세기 말, 프랑스 장군이었던 나폴레옹은 귀족 중심의 봉건체제를 타도하고 자유, 평등, 박애를 표방하는 프랑스 시민혁명의 정신을 전 유럽에 전파시키고자 했었다.
유럽 국가의시민들 역시 이를 지지했고. 평민 신분이었던 베토벤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폴레옹을 존경해 마지않던 베토벤은 자신의 세 번째 교향곡을 '보나파르트'(나폴레옹의 성)라고 짓고 완성되면 나폴레옹에게 헌정하기로 계획을 세운다.
허나, 시민의 편에서 시민혁명을 부르짖던 나폴레옹이 쿠데타를 일으켜 프랑스의 제1대통령이 되고, 얼마 후 권력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황제 자리에 오르자 베토벤은 크게 격노하며 외친다.
"너 역시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가! 너 역시 모든 인간의 권리를 짓밟을 테지. 그리고 너의 야심을 채우기 위해 모든 인간 위에 군림하며 폭군이 되겠지."
베토벤은 급기야 '보나파르트'라고 써진 악보의 윗부분을 찢어버리고 자신의 교향곡에 <영웅>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인다.
곡의 이름이 바뀌기는 했으나 나폴레옹을 상상하며 작곡해서 그런지 1악장부터 굉장히 웅장하고, 왠지 모르게 전쟁에서 적과 맞서 싸우는 장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나만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