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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이로운 고작가 May 21. 2021

12살에 아빠가 된 남자(Feat. 수양대군 쌤통)

조카인 단종을 밀어내고 조선 제7대 왕이 된 수양대군(세조)

그는 계유정난(수양대군이 왕위를 빼앗기 위하여 일으킨 사건)이 성공할 수 있게 도와준 인물들에게 '정난공신'이라는 칭호를 내리고 이들을 표창하였다. 이중에 한명회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세조 즉위 후에도 정권을 위협하는 세력들을 제압하며 큰 공을 세웠다. 대표적인 것이 1456년(세조 2년)에 발생한 이른바 사육신 사건이다. 한명회의 끊임없는 감시의 결과 사건이 드러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단종 추종세력은 거의 약화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명회에 대한 세조의 총애가 각별할 수밖에 없었고, 세조는 죽은 세자를 대신해 장차 왕이 될 둘째 아들, 해양대군과 한명회의 딸을 혼인시킨다. 두 사람이 혼인할 당시 해양대군은 11살, 한명회의 딸은 그보다 5살이 많은 16살이었는데 금실이 좋았는지 그다음 해에 아들이 태어났다. 지금으로 치면 초등학교 5학년에 아빠가 된 것인데 조선 역사에서 가장 빨리 아빠가 된 케이스다.


세조는 손자가 생겼다는 소식에 심히 기뻐하며 '천하의 일에 무엇이 오늘의 기쁜 경사보다 더하다고 하겠는가'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잘못을 저질렀으면 벌을 받는 게 세상의 이치 아니던가. 숙부에 의해 억울하게 죽은 단종이 앙갚음이라도 하는지 세조와 그의 자식들에겐 늘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어느 날은 꿈을 꾸는데 단종의 어머니인 현덕왕후가 나타나 세조에게 침을 뱉었다. 세조는 불길한 꿈이라 하여 현덕왕후의 묘를 파해치라 명령하는데 얼마 후, 세조에게 피부병이 생겼고, 후에 이로 인해 죽음에 까지 이르게 된다. 둘째 아들, 해양대군과 혼인한 한명회의 딸 역시 아들을 낳은 지 사흘 만에 산후병으로 사망하고, 그녀가 낳은 손주 역시 3세의 나이에 병으로 풍질로 죽었다.


세조가 사망한 해, 왕으로 즉위한 예종(해양대군) 역시 재임 13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뜬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예종은 발에 종기가 나는 병을 앓고 있긴 했으나 죽기 전 날까지 아주 멀쩡했다고 한다.


조카를 밀어내고 왕이 되면 세상만사가 제 뜻대로 풀릴 거래 생각했던 세조.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몸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해 피부병으로 고생하다 죽고, 그의 아들들, 며느리, 손자 역시 너무도 일찍,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파란만장하면서도  안타깝기 그지없는 세조의 인생사를 보면 선(善)을 행하면 선(善)의 결과가, 악(惡)을 행하면 악(惡)의 결과가 반드시 뒤따른다는 사자성어, 인과응보가 생각난다. 요즘 말로 하면 '쌤통'이 적절할 것 같은데 선은 악을 이길 수 없다고는 하나 악을 저지른 자는 어떻게든 벌을 받게 돼있다. 고로 우리는 어찌 되었든지 착하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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