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그것은 사랑의 찌꺼기일까.

by MissP

아주 사무치게 미워함, 또는 그런 마음.


증오란 무엇인가.

당신은 누군가를 '증오'해본 적이 있는가?


증오란 감정은 확실히 분노와 적개심과는 다르다. 우리는 웬만해서는 쉽게 누군가를 증오하지 않는다. 그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거부감이 들 순 있지만 증오하는 마음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가 나의 생사에 크나큰 위협을 가했다거나, 엄청나게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만들었을 때 정도일까? 물론 가족이나 자신에게 범죄를 가했다거나 하는 정도의 철천지 원수는 제외하고 말이다. 나는 이런 범죄적 상황을 제외한 일상에서의 증오를 말하고 싶다.


처음 누군가를 증오하게 되었다면, 나는 이면에는 사랑과 관심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대상을 사랑하고 원하고 바랐던 것이 좌절되어 돌아온 마음. 그것이 화살이 되어 심장에 꽂혀 온 마음을 박살 내버려서 너무 아픈 나머지 증오라는 것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 혹은 스스로를 너무 사랑해서 부적절한 상황에서 원치 않는 상처가 생겼을 때, 그 상황으로 인해 고통받는 자신을 보호하고자 생긴, 그 원인의 대상이 되는 상대에게 투영하는 비통한 심정.


번외로 나는 이 상기 언급한 비통함은 Heartbreak로만 정확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표현하고자 한 것은 실제 우리말의 비통하다와는 좀 다른 느낌이지만 마땅히 설명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Heartbreak 같은 경우 그물에 걸린 심장(실제 심장은 좀 충격적인 모양새이므로 하트 모양으로 하자.)이 깨어져서 조각조각난 느낌이고, 비통하다는 단어는 심장 그 자체에 화살이 꽂혀버린 느낌이다. 우리말이 주는 느낌이 말도 못 하게 훨씬 아픈 느낌이랄까. 그렇기에 만약에 당신이 증오로 인해 '비통하다'는 느낌까지 갔다면 그건 증오라기보다는 트라우마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증오란 무엇일까.

만약에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했었다고 하자. 그 대상은 가족이 될 수도, 연인이 될 수도 또는 선망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만약 그 사람으로 인해 당신이 입은 상처가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라고 생각한다면 분명 증오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애증이란 감정이 존재한다. 당신은 그 사람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그 사람은 계속해서 당신을 상처 입힌다. 당신은 그 사람을 너무나도 바라고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이 상처입도록 허락한다. 당신의 마음은 혼란스러운 당신의 상태에 당황할 것이다. 그래서 마음을 망치로 때려 부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그대로 방치할 것이다. 그리고 부서지다 못해 모든 모양새가 갈가리 찢긴 다음에야, 그 사랑이 비로소 끝났을 때 증오만이 남을 것이다. 그때 진짜의 증오라는 감정이 시작된다.


증오만이 남은 당신의 마음은 조각난 마음을 원래 형태로 되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할 것이다. 모든 것을 수복하는 과정은 처음 생길 때보다 어려운 것이다. 처음 생길 때는 밑부터 차례차례 쌓아 올리면 되지만, 복구시키는 과정은 남아있더라도 가능하지 않거나, 남은 것을 다시 산산이 부순 다음에야 다시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마음이 리모델링 공사 중인 그 사이에 당신은 계속해서 그 상처를 떠올리고 불량인 자재를 찾고, 없다면 대체재를 찾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와중 당신은 떠오른 기억에 아파서 숨을 못 쉴지도 모른다. 밥을 먹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고, 새로 사귄 애인과의 데이트 도중 떠오른 증오심에 아무 죄도 없는 그 사람을 야멸찬 눈으로 바라보며 의심할지도 모른다. 지나가는 다른 이를 보고 발견한 흔치 않은 비슷한 면에 갑자기 밀물처럼 밀려오는 생각에 당황해 혼자 조용히 자책을 할 수도 있다. 잠에서 깨어 혹은 잠이 오지 않아서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고, 갑자기 속부터 타올라 마구 소리를 지르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


물론 당신은 집념이란 이름하에 이 모든 과정을 불태워버릴 수도 있다. 마치 엘리멘탈의 엠버처럼 가까이 온 모든 것을 불태우고, 당신마저 불 살라 당신이 원하는 훨씬 더 나은 삶의 방향으로 향할 수도 있다. 수없이 파이어볼을 만들면서 고뇌, 증오 따위의 감정은 모르겠다는 식으로 심연으로 지워버리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과정을 진행하는 당신의 곁에 웨이드가 있다면 다행일 테지만, 아쉽게도 우리에겐 웨이드가 없다.


그러다 '마침내' 어느 순간 모든 복구 프로세스가 종료되면, 당신을 휩싸고 있던 그 증오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물론 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복구된 자재 중 원래 자재가 아닌 것은 자리를 잡기 전까지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킬지 모른다. 그럼에도 당신의 마음은 잘 이겨낼 것이다. '당신을 위해' 끊임없이 복구하고 고쳐내며 원활한 작동을 할 수 있게 말이다.


재건축된 당신의 마음이란 집은 기존 환경보다 쾌적할 수도, 컨디션이 나빠졌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과정을 이겨낸 당신은 또 다른 깨달음을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 재건축이란 과정이 얼마나 값 비싸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많은 노고가 필요한지 말이다. 당신의 마음이란 조합원끼리 계속해서 의견 충돌을 일으키고, 다투며 합의했다가 다시 또 싸우고 그런 과정을 오랜 시간 지속하며 그럼에도 '당신을 위해'다시 만들어냈다는 것을.


우리가 증오를 하면 결국 그 증오는 우리의 마음을 부수거나 정상 작동 중인 당신의 세계를 마구잡이로 바꾸어버릴 수 있다. 또한, 실제로 당신의 뇌에도 부정적인 신경들이 생겨날 수 있다.


그러니 누군가가 사무치게 미워질 때에는, 타인은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사람이 사람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만 기억해도 증오란 불꽃은 곧 빛을 잃어버리고 당신은 중심을 찾을 수 있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필요한 만큼의 사랑을 주지 않았을 때, 그때는 부족한 나머지를 자신이 채워주면 된다. 그러니 부족하다 생각하지 말자. 증오라는 힘은 우아한 자기애 앞에서는 그 힘을 잃기 마련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랑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