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2.

정말로 사랑을 한다는 것.

by MissP

내가 좋아하는 건 넌데,
넌 왜 다른 사람을 신경 쓰고 질투할까?
왜 그럴까?
알고 싶어, 나는 잘 모르겠어.
너한테 많이 표현했다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과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네가 상처를 입지 않도록 경계를 돌아 감싸주는 것.
비록 그 고통이 나를 힘들게 할지라도, 너만큼은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사랑이라는 말이 내게는 무겁다.

그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기에 나는 너무 고장 난 것처럼.


"너랑 나랑 무슨 사이야?"

"도대체 내가 왜 좋아?"

"나랑 왜 만나?"

"나를 좋아하긴 하니?"


저 말들은 어릴 때 실제로 들었던 말이다. 듣는 사람의 상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우선 말을 뱉고 보는 사람의 가벼움이란.. 나는 상처를 받았지만, 도를 지나친 얘기에도 애써 웃으면서 넘겼다.


"좋아하니까 만나지."


나의 그 가볍게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넘어가는 태도가 때로는 그들에게 안정감을, 때로는 더 크나큰 불안감을 야기한다. 어떤 상황이든지 결국에는 끝은 난다. 그렇지만 그들은 모른다. 저 말을 하는 내게 얼마나 상처인지 말이다. 나의 감정을 의심받는다는 것. (한사람인지 다수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본인의 경험에 빚대어 볼 수 있기를 상상에 맡겨 보리라.)


나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이 무섭다. 그 말을 하기에는 내 감정이 항상 부족한 느낌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의 무게가 내게는 많이 무거웠다. 나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내가 그 말을 하기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것은 내게 희생과 고통이 함께 수반되는 마음이다. 그 사람을 위해 나를 일부 희생시키는 것.


나는 좋아하기 때문에 시간을 같이 보냈고, 좋아하기 때문에 어울렸고, 좋아하기 때문에 응원을 하고, 애교를 부리고, 마음의 한편을 건넸건만 부족했던 걸까? 내가 자신들에게 보였던 태도는 오로지 자신들을 위한 것이었단 것을 몰랐던 걸까?

"언니한테 기대하는 게 많은데, 자기 기대보다 언니가 주는 게 부족하다고 느꼈으니까, 그런 거예요."

"너를 좋아하는데, 자기 마음만큼 자신을 안 좋아한다고 느끼니까 그러는 거야. 더 표현해."

"네가 좋아하는지 아닌지 헷갈리니까 저러는 거야. 근데 좀 그래."

"네가 문제가 있었겠지, 우선 좀 더 만나봐."


다들 내가 부족하다고 했다. 그럼 뭘 얼마나 해줘야 했을까?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차라리 내게 말을 해주면 안 되는 걸까?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마치 나사가 하나 부족한 불량품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천천히 불타오른다. 누군가를 만나서 처음부터 뜨겁게 타오르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런 사람을 만난 일이 없었다. 뭐가 부족했던 걸까? 물론 감정의 크기가 다는 것이 아니다. 나도 그 사람을 좋아하고, 표현은 상대가 당황할 정도로 급하게 타오르지만, 사랑한다는 것을 느끼는 내 속도가 남들보다 늦다는 것이다. 좋아하고 내가 표현하고 하는 것은 많은데, 말뿐이라며 상대는 계속 부족함을 느낀다. 결국에는 나의 탓을 하며 떠나려는 감정을 비친다. 당황하는 나는 그들을 붙잡을 테지만, 결국에는 놓아줄 것이다. 내 좋아함의 감정이 그들에게는 부족했을까? 그들이야말로 나를 좋아하긴 했을까?


첫눈에 반하고 사랑에 빠지기에는 내 상황과 현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나는 조심스럽고 유약한 사람이라서 내 바운더리는 겹겹이 선이 있다. 농밀하게 친밀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즐겁고 유쾌한 사람이지만, 조금씩 안으로 들어올수록 부드럽게, 나를 기다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사랑이 어려웠다. 보통 사람의 속도와 다른 걸까. 다들 그리 쉽게도 사랑을 하는데 나는 왜 못 느꼈을까.


월 E를 보면 월 E는 끊임없이 이브를 향해 사랑을 표현한다. 이브는 그의 사랑에 대해 항상 웃으며 대답하지만, 그녀는 월 E를 향해 사랑한다는 말이나 애정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다만 항상 그를 걱정하고, 그를 구해주고, 망가진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는 그를 챙긴다. 월 E는 알고 있다. 말로 표현하지 않는 그녀의 사랑은 자신보다 부족하더라도 언젠가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자신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것을 말이다. 결국 이브는 월 E를 사랑하게 된다.


사실 처음부터 둘은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단지 그녀는 그 감정을 느낀 적이 없고, 표현한 적이 없기 때문에 몰랐던 것뿐이다. 그것이 사랑인지 말이다.


그가 자신을 위해 보여준 그의 작은 취미, 티브이 쇼와 춤을 좋아하고 행복해한다.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그를 소중히 여긴다. 그것이 애정이었다는 것을 월 E는 알고 있다.


확실한 것은 나는 사랑을 받으면 그만큼 더 피어난다는 것이다. 배운 만큼 잘해주고, 배운 만큼 사랑이 깊어진다. 나를 믿어주고 신뢰할수록, 사랑해 준 만큼 보답을 해주고 싶고, 그 사람이 소중해진다는 것이다. 설사 내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나를 기다려주고, 감싸준다면 나는 반드시 당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것, 언젠가는 내 입에서 그 말 '사랑한다'는 말이 나오게 될 것이라는 것. 그건 확실한 것이다. 마치 작은 화분에 아침마다 물을 주면 꽃이 피는 것처럼 말이다. 믿음을 가지고 싹이 나오길, 싹이 나오면 꽃이 피길. 언제 피었나 모를 정도로 환하게 필테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어느 순간, 어떤 사람들의 이해되지 않던 행동들이 이해될 때가 있다. 나는 그만큼 더 자랐고,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불안함.

이용당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

어장일까 하는 상처.


나는 그런 게 아니었지만, 그들은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계속 관계에서 상처를 받아왔고,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고생한 기억에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나에게 날이 서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전의 그 사람의 상처가 내게 투영되는 것을 조금은, 한 번쯤은 생각해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나 역시 상처가 매우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욕망의 눈이 아니라 조금만 더 애정의 눈으로 바라봐주었다면 분명 보였을 것을 말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상대의 반응에 갑자기 그런 불안감이 올라올 때가 분명 있다. 하지만 스스로 조절하려고 한다. 내가 받아봤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아픈지 알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부드럽게, 나를 기다려주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나의 사이에는 완벽한 타이밍은 없었던 모양이었다. 마치 나와 사랑이라는 것 사이에는 평행우주가 있는 것처럼, 그들과 나의 속도는 닿을 수 없다.


그런 것을 보면, 나는 꽤나 어려운 사람임은 맞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꼭 말해주고 싶다. 누군가가 당신을 사랑하는 게 맞는지 불안하고 의심스럽다면, 자기를 사랑하냐고 묻기 전에 차라리 사랑한다고 말해주기를 말이다. 상대 역시 그렇다면 분명 시간이 걸려도 그 응답을 해줄 테니까 말이다. 만약에 아니라면 헤어지면 그만일 테니까. 당신은 그 사람의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의 진심을. (물론 모를 수도 있다. 그건 알아서 해야겠다.)


조금 비틀어진 채로 가다가 언젠가 닿을 우리의 선을 위하여. 부디 조바심을 가지지 말고 구석에 숨어있는 내 '사랑'이라는 이름의 새끼 고양이에게 먼저 손 내밀어 주기를 말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먼저 와서 가르랑거릴 테니까.


고장 난 채로도 언젠가는 사랑을 할 테니까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자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