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정리를 시작하는 움직임의 마법.
나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는 네게 헤어질 결심이 되었다.
나는 너에게 영원한 미결이어야 한다.
네게 평생 잊지 못할 여자가 되어야 한다.
이것으로 우리의 로맨스는 완성이 되었다.
결과나 과정에 집착하지 말고, 현재가 흐르는 대로 너를 놓아주어야 한다.
너의 삶에 그 어떤 여자가 들어오더라도 그녀들은 나를 이길 수 없다.
한 번도 듣지 못했던 너의 사랑한다는 말이 나의 가슴을 무너뜨렸듯이, 나의 침묵은 너에게 한 편의 영화가 되었다.
너는 나를 운명처럼 질긴 인연, 끊어지지 않을 트윈플레임이라고 여기겠지만, 그건 나를 원하는 너의 사랑이겠지.
영화보다 더욱 애절한 사랑을 네게 완성시켜 주었으니, 너는 나를 평생 그리워하겠지.
단지 너를 사랑하는 마음, 그 바람만으로 나는 차가운 바닷속으로 들어가리라.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하겠지만, 그렇게 나는 바닷속으로 잠겨 그토록 원하던 영원한 너의 사랑이 되었다.
생각이 먼지 쌓이듯 켜켜이 쌓이면 비워지지 않아 곤란한 순간이 온다. 개인적인 고민들과 많은 정보와 영상, 책들로 인해 머리는 쉼 없이 일을 하고 과부하된 정보는 심지어 꿈속에서까지 나올 때도 있다. 이렇게 생각이 많을 때는 머리를 비우는 것이 제일 좋다. 그러려면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고 헬스장에서 무거운 것을 든다거나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단순히 나가서 걷기만 해도 많은 생각이 정리가 된다.
가만히 걸으면 순간순간 다가오는 느낌들이 있다. 그날의 바람, 빗방울, 햇빛, 나무들의 숨소리 같은 것들 말이다. 만일 햇살이 따스하고 바람이 시원하며 듣고 있는 음악마저 감미롭다면 나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름이 다가오니 바람마저 후덥지근하고 햇빛이 강해 피부가 발갛게 타오른다. 온몸이 타오르는 것 같으면서도 단순하게 터벅터벅하는 것만으로도 고민을 하던 일로부터의 '결심'이 선다.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면, 해준은 서래와 헤어질 결심으로 핸드폰을 내밀었다. 다시 만난 서래는 해준에게 평생 헤어질 결심으로 미결이 되고, 해준은 그런 서래를 평생 동안 잊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헤어질 결심을 하면서도 동시에 헤어지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는 것이다. 서래가 바닷속에 잠기며 흐르는 음악은 그 비극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사랑을 더욱더 감탄스럽게 한다.
결심을 한다는 것.
그들에게는 잠을 잊고, 심지어 목숨을 거는 일이었다. 그것이 생각보다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우리는 살면서 매우 자질구레한 일부터 큰 결단이 필요한 일까지 많은 결정을 해야 하고, 그 안에서 결단을 할 결심이 필요하다. 그 작고 크고 한 결심과 결정들이 스스로를 옥죄어 오기 시작할 때는 반드시 정리가 필요하다. 비워지지 않은 쓰레기통은 넘치고, 넘치면 더 이상 버릴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심란하거나 곤란한 상황이 오면 의식적으로 잠깐이라도 햇빛을 보며 걸으려고 한다. 그러면 어느샌가 머릿속의 쓰레기통은 자연스레 비워지고 차마 버리지 못했던 것들마저 정리되면서 자연스레 결심이 선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잘못 버리는 것도 있고, 버린 것을 굳이 굳이 주워 들고 올 때도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은 올바른 선택이 되므로 반드시 복잡할 때는 천천히 산책을 한다.
요즘에는 도심 속에서도 공원이 잘 되어 있어 걷기도 좋고, 남산을 가도 괜찮다. 물론 날이 더워지면 벌레떼의 습격을 피할 수는 없지만, 걷기만큼 좋은 생각 정리법도 마땅치 않다.
세종문화회관 앞에 노상 의자를 깔아 두고, 꾸며진 작은 정원들 사이로 사람들의 여유 있고 평화로운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정말 좋은 세상, 좋은 시대를 살고 있구나, 내 고민은 생각보다 별게 아니구나 하고 깨닫는다. 단순히 좋은 풍경, 평화로움을 간접적으로 느끼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된다.
사실 답을 구하기 어려운 고민이라는 것은 대부분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들이기 때문에 막상 나의 머릿속을 비우면 고민이 고민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 왜 이걸 고민했지 하는 것들 말이다. 생각보다 단순한 것들이 더 많다.
그러니 너무 답답하고 생각이 꼬리를 물어 당신의 머릿속에 마치 똬리를 튼 구렁이처럼 무겁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고민이 있다면, 타이레놀보다 잠깐 10분이라도 바람과 햇빛을 쐬어보자. 그러면 잠깐이지만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머릿속 생각 구렁이는 뜨거운 햇살을 피해 도망가버릴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