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독특해도 괜찮아.
친구란 무엇일까?
나이를 먹어갈수록 주변에 사람이 없어진다.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일이다. 각자의 삶이 있고, 더구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 그때는 자신의 것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갈수록 사람은 자신의 것에 집중하게 된다. 친구라는 관계가 우선순위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당신은 친구에게 어떤 사람이고, 친구는 당신에게 어떤 사람인가? 서로 힘들고,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오랜만에 만나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인가?
고장 난 론을 보면, 외롭던 우리 주인공 바니 앞에 어딘가 심각하게 나사가 나가버린 친구, 로봇 론이 등장한다. 론은 이상한 표정으로 이상한 인사를 건네며, 바니를 괴롭히는 친구들도 때려주고 둘은 종의 경계를 넘어 진정한 친구의 모습을 맞추어간다. 마지막으로 론은 바니의 곁을 떠나게 되지만, 바니는 론과의 추억을 통해 성장하고 다른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결말을 맞이한다.
나는 론이 좋았다. 어딘가 반쯤, 아니 상당히 많이 미쳐있지만 같은 로봇들에 비해 발전적이고 되려 인간적이다. 그의 독특한 성질(identity)이 그를 특별한 로봇이자 친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론에게 바니라는 친구가 생기길 바랐다. 물론 엔딩은 바니에게 새로운 친구들을 안겨주었고, 론 역시 모든 프로그램에 업데이트가 되지만, 나는 둘이 함께 하기를 바랐다. 아무래도 제작자만큼의 큰 마음가짐은 안되어 있었나 보다. 나는 감정이 없는 로봇이지만, 론이 너무 불쌍했다. 론은 나눠주고, 받은 것 없었기 때문에. 나는 고장난 론을 정말 좋아한다. 나에게 질문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론처럼 좋은 친구일까?
나는 어린 시절, 연에 대한 소리를 많이 들어왔다. 어차피 시절인연이라는 소리부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소리까지 말이다. 그런데 겪어보면 결국 다 맞는 말이긴 하다. 옷깃만 스쳐도 연이 닿기 때문에 그들과 나는 한때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고, 때로는 슬픔을 함께 나누었으며, 시절 인연이기에 관계가 끝날 수 있었다.
이 지구상에서 하필 한때에, 비슷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시기에 태어나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잠시나마 함께 한 사람들. 구태여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결국 친구라는 말로 맺을 수 있는 관계 말이다. 어차피 잠시 머물다 가는 끝이 있는 관계라고 하더라도 잠시나마 서로에게 시간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던 사이를 맺었음에 고맙다.
나는 어릴 적에 독특한 친구들을 좋아했다. 그런데 그 독특함이라는 것이 왜 끌렸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 독특함이라는 것은 외형적이거나 성격적인 것이 아닌 그 사람 고유의 어떤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이라는 분류할 수 없는 존재를 가장 빛이 나게 만들어주는 그 특성, 그 자체를 탐구하고 싶어 하는 내 호기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는 그 독특함에 매료되어 그들을 궁금해한다. 조금 독특하면 어떤가. 그 사람의 인생은 어떤 식으로든 그들의 성질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터이다.
그리고 나는 경계 없이 그들을 받아들였고, 때문에 그들은 내 곁에 머물렀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결국 그들은 내게 바라는 것이 있어 머문 것뿐이었다. 어느 순간 내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그들과의 연은 끝맺음을 했다.
어릴수록 연이 끊어짐에 서글픔이 몰려온다. 마치 첫 직장을 그만뒀을 때, 퇴근길에 울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 자신의 탓이 아닌데도 그렇다. 그렇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는 알게 된다. 연이라는 것은 결국 끝맺음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속 기안 84님을 보면 어디를 가던 항상 친구를 만든다. 물론 방송이라 더 쉽게 연을 맺을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는 항상 진심으로 상대를 대한다. 그걸 보면 느껴진다. 진정한 마음으로 대하면 시절인연이라고 할지라도 항상 그리운 사람이 된다. 끝맺음이 있음을 알기에 아쉬우면서도 감사한 인연.
기안 84님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시절인연의 의미를 말이다. 가족이라는 질긴 연이 닿아 한 지붕아래 살며 살을 부대끼더라도 분명 죽음이라는 끝이 맞닿아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매우 닮은 모습으로, 매우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삶의 모습은 당신이란 보석을 가다듬고 세공하여 빛이 나게 만든다. 길가에 피어있는 잡초라 할지라도 꽃집 안 뿌리 없는 꽃보다 향기가 짙고 생명력이 강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와 거꾸로 된 방향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그들의 생각과 이유를 듣고 싶다. 물론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뭐 어떤가. 그렇게 삶의 눈을 넓혀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