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구심.

믿을 수 있는 걸까.

by MissP

1. 믿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마음.


나는 불안도가 높은 것 치고는 나를 꽤나 확신하는 편이다. 무턱대고 믿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에 내가 늦더라도 해낼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일이 잘 안 풀린다면, 그건 내가 생각해도 내 노력이 생각보다 부족했을 터이다. (물론 외부 조건이 같다는 조건하에 말이다.)


대체로 평상시에는 매우 평온하다. 그런데 아주 가끔 나 스스로에게 의구심이 든다. 그럴 때면 불안은 매우 높아지고,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


모든 것이 마찬가지다. 일도, 관계도 모든 것들이 말이다.


가령 일을 할 때, 우리는 순서라는 것이 있다. 일이 풀릴 때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나가야 하고 밑바닥이 튼튼해야 오래간다. 나는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기초공사가 길어지면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조바심이 난다. 그러다 보니 준비 과정의 미흡함은 생각지 못하고 불안감에 빠져 널브러진다. 분명 주변에서는 남들보다 빠르다고 하지만, 결국 내 기준에는 성에 차지 못한다.


관계에 있어 다른 일과 차이가 있는 건 대상이 있다는 것이다. 상대의 마음은 대체로 나와 동일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연인과의 관계라든가 친구도 마찬가지다. 만나는 사람에게 당신이 벨트를 선물했다고 하자. 그 사람은 벨트를 선물 받고 고마워하기는커녕 필요 없다고 한다. ( 이렇게까지 나쁜 사람은 만나지 말자. 이건 그냥 예시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크게 실망할 것이다. 화가 나고 갑자기 관계가 불안해질지 모른다. 관계에서의 불안은 스스로 자초하는 것도 있지만, 상대로부터의 반응에서 오는 것도 있다. (불안감을 일으키게 하는 상대는 만나지 말자. 그건 좋은 관계가 아니다.) 친구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친구와 더 친밀한 관계를 원한다. 그렇지만 친구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당신이 허용하고 싶은 친구의 선과 그 친구의 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그건 기대에 답이 있다.

나는 스스로를 믿는 만큼, 나 스스로에게 거는 기대치도 매우 높다. 나는 높다고 생각한 적이 없지만,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므로 크게 흔들리진 않는다. 객관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나는 내가 가지고 싶은 것, 바라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 생기면 그것에 대한 열망이 크다. 소유하고자, 빨리 이루고자 하는 마음. 다른 말로는 조급함이자, 욕심이다. 또 다른 말로는 안정감, 평온함이다. 내게는 저 말들이 결국 지향하는 것이 똑같다. 나를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다행히도 나는 타인에게는 그렇게까지 관심이 없다. 하지만 내 사람이라고 인식되는 순간, 그 기준이 나처럼 바뀐다. 나는 나를 믿는 만큼 상대도 믿음직스럽기를 원한다. 집착을 한다기보다 실망스러운 면이 적기를 원한다. 이건 가까울수록 더 그렇다. 실망을 할수록 내가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실망만 할 뿐, 그 사람에게 해코지를 하거나 괴롭히지는 않는다. 대신에 관계에 대한 의구심이 올라오면, 스스로 지칠 확률이 올라간다. 불안함 상승으로 인해 상처 치료에 쓰는 에너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내게 불안함이 일어난다는 것은 내가 스스로 나답지 못한 생각과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객관적 상황상 별 문제가 없더라도, (남들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지라도 라는 뜻이다.) 내게는 나름 큰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어서 그 불안함을 일으키는 상황을 정리하고 항상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그럴 때면, 나를 분리해야 한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타인을 대하는 것처럼 질문하고, 답을 얻어야 한다. 그때의 상담자는 매우 프로페셔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어느 순간, 내려놨다 하다가도 순간 다시 반복한다.


어째서 인간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이건 뇌의 장난인가, 아니면 그저 아직도 어른이 안 된 걸까. 정답이 무엇이든지 나는 안다. 나는 꾸준히 잘한다는 것을 말이다. 어느 순간 분명히 내가 원하는 것을 상상한 만큼은 아니라 하더라도 꽤, 많이 손에 얻을 거라는 것을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꽤 운이 따랐던 편이었던 것 같다. (난 항상 운이 좋다고 나 스스로 그렇게 믿는다.) 물론 그만큼의 시기와 방해도 많아서 나를 지지하는 것이 없거나 부족하면 금방 지친다. (나는 생각보다 연약해서 꽤나 지구력이 부족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알지 않은가. 토끼와 거북이도 그렇고, 개미와 베짱이도 그렇고, 우리는 결국 높은 확률로 끝까지 버티는 자가 이긴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말한다.


나의 불안감과 조급함은 스스로부터 온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스스로에게서 온 형벌을 누굴 탓할까. 천천히 가도 되니 중간에 낮잠만 자지 않으면 된다.


나는 매번 이렇게 지치지도 않고 나와의 싸움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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