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취미와 중독의 사이.

by MissP

1.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
2.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3.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


너를 지나 찾아오는 새벽은

차갑고 어두우며 평온하다.

나의 밤을 조각하는 너의 시작은,

매일의 고독과 두려움을 흡수하고,

아무것도 아닌 무의 세계로 나를 초대한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아이가 되어

나의 밤을 서성인다.


숨 쉬듯이, 나는 너를 들이켰다.

그것이 어느새 내 손과 다리를

마비시키는 줄도 모른 채,

황홀경에 빠진 나의 온몸이 발끝까지

딱딱하게 굳어

마치 늘어진 구체관절인형처럼,

마치 내 몸을 누군가 주물러도

반응하나 없을 것처럼.

그렇게 나는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


당신은 무언가에 중독된 적이 있는가?

나는 지금 중독되었다. 최근 악몽을 자주 꾸고, 불안감이 높아지고, 이상한 생각이 들어 원인을 찾고자 인터넷 사용 기록(유튜브 좋아요 기록)을 보던 중 유튜브에서 특정 영상을 자주 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예민하고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 아무리 재미있게 취미로 즐기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과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다. 나는 취미로 즐기던 것에 중독되었다. 그래서 황급히 좋아요를 할 수 있는 만큼 지우고, (알고리즘 추천 영상에 계속 뜨더라, 이게 또 반복되었던 것 같다.) 어느 정도는 정리를 했다. 추천 영상에 뜬다는 것 자체가 변명이지만, 중독이 될 가능성이 크므로 하나하나 삭제해 갔다. 물론 다 삭제하진 못했지만, 삭제해가다 보니 느껴졌다. 최근 한 두 달 사이에 평상시보다 급격하게 어머어마한 양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정말로 중독자처럼.


그전에는 사회 이슈, 강의를 자주 보고, 음악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시청 시간이 그리 길진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중독된 영상들도 원래부터 관심이 있던 것이긴 하지만, 최근 어마어마하게 본 시청 기록을 보니, 중독되었던 것 같다.


나는 무언가에 빠지면 흥이 떨어질 때까지 하는 것을 좋아하긴 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다시 해볼만큼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취미로 이것저것을 많이 했다. 어릴 때는 학창 시절에는 그림도 그렸으며, 이 것이 나중에 손톱에 무언가를 붙이거나 그리는 네일아트로 발전해 재미가 붙어 스스로 했다. (전문가가 아니라 취미.) 개인 사정상 이제는 네일아트는 못하지만, 다행히 문명의 발달로 붙이는 젤 네일이 나와 여름에는 붙이기도 한다. 물론 귀찮거나 답답해서 하루 정도면, 금방 떼지만 말이다.


어릴 때부터 뾰루지 하나 나지 않았을 정도로 피부가 좋은 편이었므로 피부 관리에도 흥미가 붙어 관리도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 한다. 어릴 때부터 해왔으니 십수 년 세월을 스스로 해왔다. 남들이 피부과를 다닐 때도 굳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물론 이제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다니긴 한다.


운동도 좋아해서 흥미를 붙이고 나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었던 때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해왔다. 방법도 크게 바꾸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방법이 있었다. 한다는 거 자체에 큰 의미를 가졌던 것 같다. 스스로의 몸(이라기보다는 나 자신)을 너무 좋아해서 몸에 나쁜 것들은 어릴 적부터 쓰지 않았다. 예를 들면, 국내 유기농 생리대가 유행하기 훨씬 전, 대략 한 15년 전부터 유기농 생리대만 사용한다던지, 화장품 역시 천연 화장품(이제는 쓰지 않지만)을 사용했다던지 하는 것들 말이다.


배우는 것도 좋아해 이것저것을 겉핥기식으로 배워보기도 했다. 깊은 지식을 쌓는 것도 좋지만, 무언가를 배운다는 행위, 새 지식을 알았다는 것 자체가 만족스러웠다.


생각하는 것을 좋아해서 글쓰기, 시 쓰기, 창작, 메모 남기기, 비밀 남기기 (비밀이라기엔 뭐 하고 남한테 말 못 하는 힘든 생각들 같은 것들.)도 좋아한다. 무언가 쓴다는 것 자체가 배출이라서 하고 나면 편해지는 것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나의 짧은 생각들을 적은 것은 가짜와 진짜가 섞여있었다. 나만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네일아트를 좋아했고, 한창 하는 동안에는 정말 예쁘게 잘하기도 했지만, 하면 할수록 손톱이 얇아져갔다. 중간에 휴식기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쁘자고 한 네일아트가 되려 손톱을 아프게 한 것이다. 또한, 매일매일 하던 피부관리는 안 그래도 예민하던 피부를 금세 붉게 달아오르게 만들고 자극을 주었다. 쉴 틈 없이 하는 운동은 몸에 피로감을 높인다. 휴식은 필수인데도 말이다. 유기농 생리대나 천연 화장품은 유통기한이 짧다. 사용주기를 지키지 않으면 소중한 내 몸에 반드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배우는 것이 아무리 좋아도 곱씹을 시간이 없다면, 금세 까먹고 말 것이다. 쓰기에만 집중하다 보면 결국 나중에는 쓸 것이 없어진다. 반드시 생각을 채워주어야 한다. 둘 사이에 균형이 맞아야 좋은 생각이 좋은 글을 만든다.


과유불급.

취미가 내게 고무되는 좋은 영향을 미친다면 분명 너무 행복할 테지만, 뭐든지 과하면 안 좋다.


나는 유튜브 속 그 영상들에 중독되어 나도 모르는 새에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는 나의 무의식 중에 꿈으로 배출되었나 보다. 원인 없는 (사실은 원인이 좋아요였던..) 불안감은 극대화가 되어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아무리 감이 발달해 꿈이 잘 맞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중독되어 배출되는 것은 길가에 버려진 배설물과 다를 바가 없다. 일명 개꿈이다.


나는 나의 생각의 중심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어느새 나는 매우 독창적으로, 그것도 매우 유니크하고 괴상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며 나를 잃어버렸다.


웃긴 것은 단지 좋아요를 삭제하는 것만으로 나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나의 문제점을 찾았고,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을 깨달음으로 인해 조심스레 놓친 중심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오히려 나의 본능은 돌아왔다.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마냥 멍청하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 나는 정말로 좋아했기에, 그 영상들을 그렇게 많이 봤던 것이다. 그건 인정한다. 그러니 만약에 당신이 지금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다면, 잘 생각해 보자. 내가 너무 많은 시간을 취미에 쏟은 것이 아닐까? 단순히 스트레스를 제거하고, 흥미를 돋우기 위한 애피타이저처럼 이용하고 싶었던 것이 어느새 메인 메뉴가 되어버려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혹시 밥 먹는 시간마저 취미와 함께하고 있다면, 그건 감히 말하지만 백프로이다. 그러니 유튜브의 좋아요 목록을 보고, 최근 자주 시청하는 것이 있다면 삭제해 보자. 생각보다 매우 빠르게 하는 중간에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중독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 '나'에 한정해서 하도록 하자. 그렇다고 스스로에게 너무 중독되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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