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산타 할아버지, 선물은요?

by MissP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주신대.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오늘 밤에 다녀 가신대.
잠잘 때나 일어날 때 짜증 낼 때 장난 할 때도 산타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대.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리 마을을 오늘 밤에 다녀 가신대.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주신대.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오늘 밤에 다녀 가신대.
잠잘 때나 일어날 때 짜증 낼 때 장난 할 때도 산타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대.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리 마을을 오늘 밤에 다녀 가신대.

오늘 밤에 다녀가신대~.


이 얼마나 무서운 가스라이팅인가. 나는 올해도 울보였기 때문에 산타할아버지는 내게 선물을 안 주신다. 케빈은 사람을 거의 죽을뻔하게 만들었음에도 항상 선물을 받았는데 말이다. (물론 도둑이었으니까 선행이었을까.)


나는 그래도 올해도 착하게 지내고 그랬는데, 과연 뭐가 문제였을까. 울고 잠자고 일어나고 짜증 낼 때 중에 어떤 것들이 문제였을까. 아무래도 울보였던 게 제일 크지 않을까 싶다. 하하하.


추운 겨울 날씨 속 따스한 핫초코,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 불빛과 귀여운 가랜드. 퐁실퐁실한 밍크 목도리를 두르고도 외출을 하면 코가 빨개진 채로 뽀얀 입김이 나는 겨울날, 산타할아버지는 그 세찬 겨울바람을 가르며 호우호우호우! 하고 웃으시면서 코가 빨간 늠름한 루돌프를 앞세우고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하신다. 아마도 이제는 너무 늙은 나에게는 더 이상 주실 선물이 없으시겠지. 안타깝다.


크리스마스는 내겐 뭔가 따뜻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따스하다. 그 분위기가 주는 따스함이 차갑게 얼어붙은 날씨마저 붉게 물들게 만든다. 마치 포인세티아처럼.


어릴 적 엄마 손을 꼭 잡고 걷던 거리에 구세군 아저씨들 보고 엄마가 내게 돈을 쥐어주며 넣어보라고 했던 기억같이 춥지만 무언가 몽글몽글하고 따뜻하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나는 트리 조명을 장식하고, 포스터와 패브릭으로 적당히 벽을 두른 후, 가랜드를 걸어 둘 것이다. 포스터 위에는 작은 리스가 달릴 것이고, 폼폼이를 사용할까 말까 고민 중이다. 그리고 따스한 집안에서 핫초코를(혹은 따뜻한 라테)를 한잔 마시면서 캐럴과 겨울 노래를 잔뜩 들을 것이다. 행복하다.


산타할아버지는 내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지 않으셨지만, 뭐, 스스로에게 주고 말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분위기로 나름 적당하게 말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이미 나는 선물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내 생각만큼은 부족했지만, 나름의 건강을 챙겼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고,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려고 노력했다. 정말로 순수하게 설레었고, 좋아했던 순간들도 많았고, 어린아이처럼 반짝반짝하고 행복한 순간도 많았다. 물론 지긋지긋하게 아프고 지겹고 속상하고 걱정되고 불안했던 나날들도 넘쳐났다.


어른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물질보다는 그 해의 기억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나는 올해 꽤나 큰 선물을 받았다. (이렇게 위안중...)


감사합니다 산타할아버지.

내년에는 덜 울어볼게요, 더 좋은 선물을 주세요. 나는 인간이라서 욕심이 많거든요. 헤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은 올해 좋은 선물을 받으셨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착한 아이가 아니었던 건 아니었을 테니 걱정하지 말아라.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선물이니까 말이다.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호우호우호우!


PS. 산타 할아버지께.

그래도 나는 형체가 있는 선물도 받고 싶다고요,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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