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란.
어느 날 님께 물었습니다. 나를 처음 보던 날을 기억하시오? 그랬더니 님께선 기억하다마다 그날 아주 진기한 소리를 들었거든 하시었지요. 그래서 무슨 소리를 들으셨소 물었더니..
길채 : 내가 미웠던 적이 있으십니까?
장현 : 그대가 나를 떠나던 날 죽도록 미워 한참을 보았지. 한데 아무리 봐도 미운 마음이 들지 않아 외려 내가 미웠어. 야속한 사람, 내 마음을 짐작이나 하였소.
길채 : 차마 짐작지 못했습니다. 그저 내 마음이 천 갈래 만 갈래 부서져 님만은 나 같지 마시라 간절히 바랄 뿐.
길채 : 어쩐지 그날, 내 꿈속 낭군님이 오실 것만 같았지요. 이제 대답해 주시어요. 그날 무슨 소리를 들으셨지요?
장현 : 꽃소리, 분꽃소리.
길채 :.... ㅠ_ㅠ
장현 : 길채야, 길채야. 여기서 기다렸지, 그대를. 아주 오래.
_ 드라마 연인
삶에 굽이치는 파도 속,
어쩌면 가장 낮은 곳에서 만나
함께 올라가는 것.
그 긴 여정 속 파도가 험난할지라도.
스펜서 : 아까 해주신 박사님 얘기를 듣고 갑자기 생각났어요. 박사님 어머님과 버스 살인범의 어머님이 동창이었다는 말이요.
타라 : 뭐가 말인가요?
스펜서 : 어머님 두 사람이 같은 반에서 공부하고, 동창인 건 아무 인과 관계가 없을 수 있죠. 그러나 한 아이의 자녀는 자라서 살인범이 되었고, 다른 한 사람의 자녀는 자라서 FBI 프로파일러가 되었죠.
타라 : 으흠.
스펜서 : 그리고 두 사람은 결국 범인과 경찰로 만나게 되었잖아요? 여기에서 생각이 났어요. 사실은 아무 인과관계가 없는 것 같은 두 사건이 어쩌면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요.
스펜서 : 불교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두 사람이 맺어지려면 500년의 시간을 반복해서 보내야 이어지니 서로 만난다면 진심을 다해서 서로를 귀히 여겨라'고요.
타라 : 멋진 말이네요.
스펜서 : 어쩌면 이미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르죠. 친구 관계에서도 마찬가지겠죠. 그래서 저는 200년쯤 지난 뒤에 이제껏 나를 놀린 걸 모건에게 복수하려고 해요.
_ 크리미널 마인드 시즌 11, 2화
대놓고 두 집 살림.
티브이에서 아주 수상한 제목의 프로그램을 보았다. 처음에는 요즘 유행하는 각자살기, 이혼, 별거 등등 어쩌면 결혼의 부정적일 수 있는 내용들을 다루는 프로그램인가 싶어 보기 싫었다. 그런데 출연진을 보고 마음을 바꾸었다. 장윤정 씨, 도경완 씨 부부와 홍현희 씨, 제이슨 씨 부부였기 때문이다. 물론 중간에 출연자들의 배우자를 바꾸어 보내는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제작진의 모티브가 바람이나 불륜이라기보다 그냥 사이좋은 두 부부가 함께 여행을 한다가 주제 같았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전 국민의 무려 40%가 넘는다는데, 이런 시국에 저런 다정한 부부들이 많이 나와준다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나라 여수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소소하게 즐기고 노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두 부부가 공용주방인지 하는 곳에서 식사를 하면서 나누는 이야기를 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 부부가 고민이 없겠냐만은,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도경완 씨가 많이 힘들었다고 하면서 그걸 지켜보는 장윤정 씨 역시 많이 힘드셨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 짧은 이야기에 주제넘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경완 씨는 장윤정 씨의 그늘에서 힘들었던 이유는 책임감, 사랑, 자존감 때문이라고. 그리고 윤정 씨 역시 마찬가지의 사람이다. 두 부부는 참으로 많이 닮았다고 말이다.
사실 부부는 공동체니, 그늘이 아닌데도 남자니까 그럴 수 있다. 가장으로의 책임감, 자신의 자리가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그럴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만약에 도경완 씨가 부족한 사람이었다면, 장윤정 씨가 그렇게 버틸 수 있었을까? 덕분에, 당신 덕분에 내가 이렇게 버티고 살아가고 있노라고 아마 장윤정 씨는 그리 생각하지 않으셨을까 한다.
보이는 것과 다를 순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해할 수 있지만, 어찌해 줄 순 없는 그 안타까운 서로의 마음을 알기에 서로 잘 보듬어주시고 계신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도경완 씨는 엄청 멋있는 남자다. 단지 연예인, 방송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장윤정 씨가 조금 더 유명하니 그런 것뿐이지, 모든 사람들이 그걸 알고 있지 않을까.
홍현희 씨 역시 제이슨 씨가 너무 사랑하는 게 보이고, 홍현희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로 아기 보듬듯이 사랑하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현희 씨 행동 하나하나를 바라보는 제이슨 씨의 눈빛에 사랑이 그득했다. 예뻐죽겠다는 마음, 그야말로 애정, 사랑이다.
아이를 낳고 힘들어하는 나의 아내. 자녀 역시 사랑스럽지만 나의 아내가 더 소중하다. 아이는 우리 두 사람이 있어야 가능한 선물이니까. 힘들어하는 나의 아내를 옆에서 지켜보기란 힘들었을 터다.
그러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사랑이란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이다.
내가 이렇게 약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이기적인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모자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와, 너는 나와 함께 하고 싶다.
우리가 이렇게 한낱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이것이 사랑이라고 말이다.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있다. 때론 그들은 사랑해서, 소중해서, 이 사람이 아니면 죽을 것 같아서, 적당해서, 필요해서, 때가 돼서, 어쩌다 보니, 조건이 맞아서, 돈이 많아서, 예뻐서, 잘 생겨서, 때마침 함께해서 같은 이유로 일생을 같이 보낸다. 바탕에 개인적인 애정이야 당연히 있겠지만, 다양한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개중에는 시작과 다른 이유로 끝을 맞이할 수도, 같은 이유로 끝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시 부부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믿음,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뿐이라는 마음, 사랑과 애정이 아닐까. 이 세상에서 나의 마지막 숨까지 함께할 사람, 그 사람은 역시 바로 배우자다. 스펜서 리드 박사의 말대로 단지 당신을 다시 만나기 위해 무려 500년의 시간을 스쳐 지나온 내 소중한 사람 말이다. (사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건 500겁인 거 같지만, 모르는 척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