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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트 Mar 09. 2023

[단편] 잘 자

잠시 후에

금방 전까지 격하게 온몸을 엉겨 붙여가며 섹스를 나누던 둘은 침대에 누워 각자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순간만큼은 A도 B도 머릿속에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B는 몸에서는 가까이 다가가면 느껴질 만큼 뜨거운 온기가 뻗쳐 나오고 있었다.

A는 머리만 살짝 들어 올려 B의 가슴팍 위에 올려두었다.

B는 한 팔과 가슴팍을 내어주고 반대편 손으로 A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오늘은 대화가 별로 없었네'

'하고 싶었나?'

'그것도 좋은데 오늘 같은 것도 좋아'


B가 피식 웃자 A도 덩달아 머리가 들썩였다.

B는 머리칼을 쓰다듬던 손가락을 A의 입술에 가져가 윗입술 한번, 아랫입술을 한 번씩 쓸어냈다.


'입술이 텄네'

'아직 날이 추워'


B는 A의 눈꺼풀을 쓸어내리며 손으로 A의 얼굴을 가렸다.


'왜?'


A는 B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조금 자라고'

'안 졸린데'


B는 A의 머리를 침대 위에 내려놓고 자신의 상체로 A를 눌러냈다.


'무거워'

'재워줄게, 눈 감고 있어 자려고 해 봐'


B는 A가 자는 모습을 지켜보기 좋아했다. 자면서 꿈을 꾸는 건지 입술을 씰룩이고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는데 이를 보는 것도 즐거웠고, 춥다고 이불을 몸에 돌돌 말았다가 갑자기 뻥 차버리는 모습에도 웃음이 났다.

그러다 추울까 이불을 덮어주면 이내 표정이 조금 더 풀리는 게 보였다. 그런 함께 지켜볼 수 없는 자잘한 귀여운 순간들을 온전히 누릴 수 있어 좋았다.


'싫어, 너나 자'


A는 B의 가슴팍을 진심으로 밀어내려 했지만 꿈쩍이지도 않았다. 도리어 자신을 더 눌러내는 B의 힘에 밀려 점점 더 움직임의 폭이 제한되고 있었다. 어느새 B의 품에 알몸으로 완전히 안겨버린 A는 몸부름을 치기 시작했다.


'안 졸리단 말이야, 아아 씻고 올게, 놔봐'


취침시간이 되어도 놀고 싶어 온갖 생떼를 부리는 어린아이마냥 자지 않을 이유를 열변을 토해내는 A였다.


그러다 갑자기 B가 상체를 번쩍 들어 올렸다.

B의 왼쪽 어깨에는 상처가 있었다. 어릴 적 친구들과 놀다 생긴 상처라고 했지만, 볼 때마다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처음 새겨질 땐 얼마나 아팠을까 A는 마음이 뭉클했다.


'자기 싫어?'

'싫어'

'그래, 자지 마'


갑작스레 말이 바뀐 B의 말에 놀랄 틈도 없이 B의 손이 A의 몸을 어깨에서 등을 타고 갔다.


'아니, 자, 잠깐'

'하나만 해, 잘 거야 할 거야'


'할래'

A는 어느새 자신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는 B를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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