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_내가 알던 니가 아냐

일잘러가 되고 싶은 당신에게

by 옆집여동생

연휴를 맞아 교토로 여행을 왔다. 친구가 추천한 디저트 가게가 있어서 밥 먹고 후식을 먹기 위해 들렀다. 아주 유명한 곳이지만 예약을 해두어서 웨이팅 없이 바로 들어올 수 있었다. 사실 뭔 디저트 하나 먹는데 예약까지 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었는데, 이 가게의 몽블랑을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이 몽블랑을 먹기 위해서 다음에 또 교토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익히 알던 몽블랑의 맛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곳의 몽블랑은 가장 먼저 1mm 두께의 밤크림이 눈에 띈다. 그 얇은 실 같은 크림은 공기를 머금어, 입안에서 사라지듯 녹으며 향을 퍼뜨린다. 일반적인 몽블랑이 묵직하고 크리미한 반면, 이 몽블랑은 훨씬 가볍고 섬세한 식감이다. 사용하는 재료도 다르다. 일본에서도 귀하다는 교탄바산 생밤을 사용하는데, 그래서 단맛보다 밤 고유의 향과 미세한 쌉싸름함이 살아 있다. 또한 주문 즉시 만들어 내는 즉석조리 방식이라, 온도와 질감이 가장 완벽한 순간에 제공된다. 아래층의 머랭과 홋카이도산 생크림, 그 위의 밤크림이 동시에 무너지며 달지 않은데도 풍성한 층의 조화를 이룬다. 한낱 ‘디저트’라고 부르기엔 이 작은 한 조각에 들어간 재료와 시간과 기술의 완벽한 밸런스가 너무 아까울 지경이었다.

사실 그래서 이 몽블랑 한 조각은 웬만한 한 끼 식사 비용 보다도 보다도 더 비싼 가격을 자랑한다. 메뉴판을 봤을 때 적잖이 놀랐었지만, 맛을 본 이후로는 모든 불만이 눈 녹듯이 사그라들었다.




나는 최대한 일을 적게 하고 돈은 많이 받고 싶은, 아주아주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래도 막상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일을 잘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래서 도대체 이 일을 ‘잘한다’는게 어떤 것일까 가끔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열심히만 해서는 부족하다. 능력만 있다고 해도 역시 쉽지 않다. 나를 인정해 주고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나는 운도 따라야 한다. 이 모든 것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그래서 일을 잘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일잘러가 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자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누구나 본인만의 가치관이 있고, 적절히 일하는 것도 훌륭한 삶의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을 정말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가진 누군가가 있다면, 내가 속한 업에서 최상의 아웃풋을 내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체크리스트를 한 번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최고의 몽블랑 하나를 만들기 위해,

최적의 맛을 이끌어내는 품종의 밤을 썼는지,

식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베이스 빵은 무엇인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서빙할지,

모든 각도에서의 밸런스를 고민하는 것처럼


트렌드에 맞는 업무 지식을 쌓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지, 산출물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어떤 툴을 활용할지,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지와 같이 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체크리스트들을 적어보면, 생각보다 ‘내가 지금 이게 정말 안되고 있었구나’를 의외로 쉽게 깨닫게 된다. 물론 리스트를 만드는 것부터가 시작이겠지만, 시작이 없으면 변화도 없다.


‘너는 그럼 그렇게 살고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답변하기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그래도 여러 번 시도는 해봤고, 잎으로도 그럴 계획이다 정도로는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100세도 아닌 120세 시대를 향해가는 이 시점에서, 관성에 의해 일해서는 시장에서의 나의 몸값을 높이기 어렵다. 3만 원이 넘는 몽블랑을 예약까지 해서 먹으면서도 전혀 돈이 안 아까운 것처럼, 뭐가 도대체 나를 달라 보이게 만들까를 생각하며 일하는 당신의 가치가 매일 조금씩 더 빛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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