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이 빠듯하게 느껴지는 당신에게
나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사회생활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회사란 곳은 정말이지 어쩜 이렇게 아직까지 익숙해지지가 않는지 종종 놀라곤 한다. 물론 이직을 꽤 자주 했기 때문에 근무 환경이 여러 번 바뀐 탓도 있지만, 매번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서비스에 반영해야 하는 업의 특성상 단순히 연차가 쌓인다고 업무가 자연스럽게 손에 익지 않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출근은 늘 일정 수준 이상의 스트레스와 텐션을 유지하게 만드는 활동이고, 자연스럽게 아침에 눈 뜨면 가장 먼저 ‘아, 오늘 휴가 낼까?’란 고민을 하게 된다. 물론 실제로 실행하는 날은 아주 가끔이지만, 이전 글에서도 썼다시피 정말 가끔씩은 아프지도 않고 특별한 일도 없는데 휴가를 내곤 한다. 오늘도 그렇게 멘탈 케어를 위한 휴가를 쓰고 소중하게 얻은 평일 한 낮을 즐기러 동네 카페에 왔다.
카페에 앉아 글도 쓰고 영상도 보고, 한가롭게 지나가는 차들과 주위 사람들도 관찰한다. 수다를 떨러 온 나이 지긋한 어머님들,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것 같은 수트 입은 남자들, 핸드폰 보며 시간 때우는 사람들, 나처럼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는 사람들… 아무래도 번화가가 아니라 동네에 있는 카페다 보니, ‘만남’ 보다는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고, 시끄럽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조잘거리는 소리를 배경 삼아 익숙하지 않은 월요일의 여유를 최대한 누려본다. 그리고 이런 날엔 항상 디저트를 함께 시킨다. 어렵게 얻은 한시적인 여유이므로, 짧은 시간 동안의 행복 수치를 최고로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고, 오늘은 초코 바스크 치즈케이크를 골랐다.
나는 달다구리 디저트도 좋아하지만, 보통 식사빵이라고 부르는 바게트나 치아바타, 깜빠뉴 등도 애정한다. 달지 않고 담백한 식사빵들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샌드위치를 해 먹거나 수프나 샐러드, 고기 요리 등에 곁들이기도 편하다. 하지만 졸리는 오후를 깨우기 위해,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일상적이지 않은 순간들을 축하하기 위해서는 케익이나 머핀, 쿠키 같은 스윗함이 필요하다. 이렇듯 상황에 따라 어울리는 빵이 있고, 만약 매일매일 식사 때마다 케익을 먹는다고 한다면 난 얼마가지 않아서 케익을 싫어하게 될 것이다.
아무래도 어느 정도 나이도 있고 연차도 쌓이다 보니 ‘이제 나도 좀 쉬어볼까?’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남의 돈을 받고 일한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아마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심심찮게 하는 생각이기도 하겠지만, 하지만 항상 결론은 ‘아직은 아니다’로 난다. 제일 큰 건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지만, 만약 회사를 그만두고 마냥 쉬게 된다면 정말 행복할까 라는 생각을 해보면, 매일매일 케익만 먹는 삶처럼 너무 텐션 없는 삶에 질려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언제까지나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마냥 여유만 즐기는 삶보다는 개인사업이든 프리랜서든 적절한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삶 쪽에 아직까지는 좀 더 마음이 간다.
식사빵으로 많이 쓰이는 바게트는 길게 발효하고 수분을 많이 머금은 도우라서 반죽의 텐션이 잡히지 않으면 납작하게 퍼지고 속이 무거워진다. 텐션이 살아 있어야 ‘크러스트는 바삭, 크럼은 촉촉하고 공기구멍이 고르게 난’ 이상적인 바게트가 되는데, 우리 삶에도 이런 텐션은 필요하다. 가끔씩의 일탈과 여유가 꿀맛 같은 이유는, 나의 일상을 나름의 최선을 다해서 긴장감 있게 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지금 나의 하루하루가 너무 빡빡하다고 느껴진다면, 휴가든 여행이든 중간중간 한 김 식혀가는 장치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조금 멀리 떨어져서 내 삶을 조망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래도 내 성격에는 매일 노는 것도 즐겁지만은 않겠다.“라는 소소한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