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뿐만 아니라 인생에도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26년 정도를 사니, 쓸데없는 자기 계발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조금이라도 흥미가 생기는 것이 있으면 해 보곤 했는데, 결국 지속하기는 힘든 얕은 흥미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포토샵, 프리미어, 애프터에펙트를 배웠는데, 이것을 회사에서 하루종일 하기에는 너무 어렵고(특히 애펙이) 그다지 흥미 있는 분야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하나둘씩 하다 보니 결국 이 세상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그때 호기심이 생기는 것들을 조금씩 경험해 보며 바람처럼 흘러가는 그런 삶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삶은 뭐 나쁜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기, 전에 바람과 함께 살아지는 삶을 살고 싶다.
예전에 대학 동기가 너는 자기 계발서나 자기 계발 영상을 많이 보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예전부터 취업 전까지만 해도 열심히 살고, 무언가 잘하는 게 있어야 하고, 하루하루를 알차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사람 자체가 조금 딱딱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 정도가 지났고 요즘의 나는 무언가를 계속 더 알아보고,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러닝, 글쓰기, 춤, 직접 해 먹는 요리 이렇게만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소소한 일상 속 작은 즐거움들을 느끼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나씩 설명을 해보자면 먼저 러닝은 신체건강에는 당연히 도움이 되겠지만, 나는 특히 정신건강에 웨이트나 필라테스 같은 다른 운동에 비해 가장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오늘 처음으로 겨울 러닝을 하고 왔는데 냉수마찰을 받는 것 같은 정도의 정신력 향상과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5km를 달리겠다고 했던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서 자아존중감까지 높여준다.
두 번째로 글쓰기. 이것도 한 인간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살려면 중요한 의식이고, 나는 달리기 못지않게 며칠만 거르면 잘 못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기 쓰기나 휴대폰 메모장에 글 메모하기 등은 내가 예전부터 쭉 해오던 습관이다.
그리고 가끔씩 흥이 오르거나 내적 욕구가 북받쳐 오르면 춤을 추어야 한다. 어제는 집에서 와인잔에 저번에 샀던 에어링된 와인을 따라먹으며 맥북으로 감성 있는 뮤직비디오를 감상한 후(맥북이 음질이 좋다) 전등을 옅게 틀고 춤을 췄다.
마지막으로 직접 해 먹는 요리. 외식비도 외식비이지만 내가 먹을 음식을 직접 해 먹는다는 감각도 소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있는 요즘이다.
앞서 말한 이 모든 것은 자기계발을 한다라는 생각으로 하지 않는다.
내 인생에 필요해서 사는 것이다. 또, 내가 하고 싶으니까. 100%.
정신건강, 신체건강이 가장 소중하게 여겨지는 요즘, 취업준비를 한답시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털어넣고, 새벽 6시까지 공부하고 아침을 먹은 후 낮 12시까지 다시 자는 생활을 해보기도 한 사람으로서 앞에서 이야기한 다른 사람들의 자기계발 행태에 조바심을 가지고 목적과 방향성이 애매한 '열심히 살기'에 동조하는 것 보다는 나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루틴을 지켜나가며 나의 페이스대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