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일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것

작지만 큰 일상

by 연하

최근 우리나라 안에서 발생한 몇 가지 좋지 않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더욱 느꼈다.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차분하고 자신의 루틴대로 살아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작년의 나를 돌아보면 연애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타지에 혼자서 생활을 하다 보니, 고독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은데, 그것을 연애라는 것이 해결해 줄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물론 작년에 정말 잘 맞는 사람을 만나서 연애를 하고 그 연애가 쭉 지속되었다면 괜찮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혼자 있는 상태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예전에 친분이 있었던 사람들을 만나서 연락하고 같이 놀기도 했고, 소개팅 어플이나 소모임 어플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는 시도를 해보기도 했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만 맴도는 것 같아 무작정 뛰기도 했고, 뛰다 보니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를 나가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10km를 뛰기도 했다.


집에 혼자 남겨지는 게 싫어 퇴근하면 집 앞 카페를 갔다. 그곳에서 사람의 소리를 듣고, 정작 뭐 하나도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집으로 왔다. 책을 읽기에 카페의 음악은 너무 시끄러웠고, 뚜렷하게 무엇을 했다고는 볼 수 없는, 그저 고독을 달래고 스트레스를 푼 것 같은 느낌에 의존했다. 사람들을 보는 것 자체로 무언가가 충족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새로운 것이라도 보자는 생각에 겨울방학 때 갈 여행 계획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외식도 꽤 자주 했다. 이제는 동네에 있는 맛집들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주말에는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에 가서 새로운 카페나 맛집들을 찾아가기도 했다.


이 도시에 온 지 한 달도 채 안 됐을 때는 무턱대로 헬스장을 등록했다가 하루만 나가고 마음에 안 들어서 환불 처리를 거의 6개월 정도 끄느라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앞으로는 무조건 일일권을 끊고 체험을 해본 후 회원권을 결제해야겠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현금 말고 카드가 환불 처리할 때는 간단하더라(물론 현금으로 지불하면 더 싸게 해 준다고 말을 할 테지만)


중간중간에 직장 스트레스도 물론 있었고.


독립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 모든 과정이 어느 낯선 도시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얻게 된 직장인이라는 신분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살고 있는 집에 웬만한 건 다 갖추어져 있다.

이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조리용 가위, 국자, 접시, 넓은 그릇, 지금 새로 바꾼 휴대폰, 행주, 집 안에 사놓은 몇 권의 책, 아령, 요가매트, 여름에 샀던 옷, 마라톤 메달, 운동복 같은 것들이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마음이 붕 뜨고 이 공간에 적응을 하지 못했던 것이 당연했다. 내 집 같지 않은 것이다.


설거지와 화장실 청소는 왜 이렇게 귀찮았는지. 쌓여가는 플라스틱 생수병이 안 그래도 좁은 방을 채워가는 것을 보며 답답했다. 이제는 동료 선생님께 추천받은 물병크기의 정수기인 브리타 정수기로 바꾸어서 플라스틱 쓰레기로부터의 스트레스가 없어졌다. 냉장고에는 식재료들로 차있다. 주말이 되면 방을 쓸고 닦는다. 예전에는 이런 걸 할 시간에 조금 더 가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공부를 한다거나 하는 것. 청소는 누가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두 발이 땅에 단단히 딛지 못하고 붕 떠있는 기분을 느끼고, 어딘가 충족되지 못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던 것이 이런 생각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마치 부유식물처럼.


토요일인 오늘은 방금 텀블러 안에 카누 아메리카노 미니스틱을 2개 넣고 뜨거운 물을 원두가 녹을 정도만 넣은 후 학교에서 가져온 우유 200ml를 넣고 카페라테를 만들어 먹었다. 물도 섞어본 적이 있는데 역시 담백한 맛을 느끼려면 물은 최소로 넣고 우유만 넣는 게 좋은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러닝, 헬스, 수영 중에 하고 싶은 운동을 하고 글을 쓰고,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책을 조금 읽고 10시 전후에 잠에 든다. 이런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임을, 조급해하지 않을 때 인연 또한 찾아온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중이다.


또 모임 같은 곳에서 불러주면 굳이 안 갈 이유 없으니 나가서 눈도장 찍으며 인연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


아 그리고 여성성 유지를 위해 하는 일들은

아까 말했던 요리나

일주일에 한 번씩 매니큐어를 셀프로 한다.

색이 거의 10개 정도 있는데 기분 내키는 대로 해주면 좋은 것 같다.


노래는 예전 취업 준비 때와 달리 힙합은 센 노래보다는 감성힙합 쪽으로 많이 듣는다.


예전에 내가 '생존'을 위하여 얼마나 고생하고 긴장하며 살았는지 새삼 느끼고 있는 중이다.

모두의 일상이 평온하기를, 또는 평온함을 되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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