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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돌아 제자리

오래도록 방황했다.

by 하늘

돌고 돌았다.

나는 어디에 속해야 하는지 모른 채,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냥 돌았다.


글도 잠시 내려놓았다.

나는 어떤 쓸모를 가진 사람일까.

잘 모르겠어서 그냥 떠났다.

집 밖으로 나가면 뭐가 보일까 해서.


집 밖에는 자유로운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나와 달리 어딘가에 소속된 사람도 있었고

스스로 소속을 만들기도 했으며

나처럼 소속 없이 헤매기도 했다.


정처 없이 떠돌다가 두 달이 훌쩍 흘렀다.

제주에서 두 달은 황홀하기만 했다.

딱히 어디에 소속되지 않아도 행복했다.

오히려 소속되지 않아서 행복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현실도 빠르게 파악이 됐다.

나는 여전히 소속이 없었다.

그래서 또 돌고 돌았다.

전처럼 넓은 세상을 도는 것이 아니라

내방을 배회하고만 있었다.


역시 또 떠나는 것이 답이려나.

다시 떠났다.

이전보다 더 큰 캐리어를 꺼냈다.

그런데 열흘만에 돌아왔다.


초조함도 있었다.

내일의 내가 없다는 것이 사실 좀 두려웠다.

현실을 피하는 게 아니라 부딪혀야 했다.

그래서 부딪히기로 했다.

내가 갖고자 하는 그놈의 소속감을 찾아서.


돌고 돌아 결국 하던 게 제일 마음 편했다.

새로운 것을 도전했지만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다.

물론 내가 준비가 부족하고 처음이라 어려움이 큰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오래도록 미끄러진 마당에..

하던 것을 정교하게 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외면했거늘,

나도 어쩔 수 없나 보다.


우선은 내 미련을 놓아줄 만큼 열심히 해보자.

오늘의 결심이 후회되지 않도록.

내년의 나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사랑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또 한 번 제자리에서 도약해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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