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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날

다시 교정으로

by 하늘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그때,

일곱살 난 아이들은 "선생님 날 축하해요"라며 손편지를 적어오곤 했다.


그리고 일 년은 휴식기를 가졌다.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지던지 교사는 안 하겠다고 나름의 큰 포부를 가지고 떠나왔지만

일 년 후, 나는 다시 이 일을 하고 있다.

심지어 이제는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자리에서.


돌아오는 주에 있을 스승의 날을 맞아 원장 선생님은 한자리에 교사들을 모아놓고

화분과 직접 뜨개질하신 핸드폰 가방을 전달해주셨다.

정성스러운 선물에 감동이 차올랐다.

꽃은 카네이션이 아니고 빨간 카랑코에였다.

칼란디바의 겹꽃으로 개량되었다고 한다. 꽃말은 설렘.


사실 다시 교정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고민을 했고

여전히 정체성에 대해 갈등하고 있었다.

볼멘소릴 하며 정신없는 새 학기를 보냈고

설렘 같은 건 조금 잊고 살아왔는데,

꽃말을 듣고는 처음 그때가 다시금 떠올랐다.


교정을 밟으며 출퇴근하고

아이들과 행복한 웃음 짓는 현장.


다시 돌아온 내 모습이 처절해도 기쁘게 맞아준 곳인데

나는 만족하지 못했다. 아니 완벽하게 불만족이었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족이었다.

아이들과 동료 선생님들께 괜스레 미안했다.


여전히 꿈에 대한 갈망, 가지 못한 길에 대하여 소망을 품고 살고 있지만

이 고민은 그 꿈을 성취하기 전까진 계속될 것 같다.


교실로 들어가니 18명의 아이들이 "감사합니다"를 한 목소리로 외친다.

아직 글씨는 못써서 부모님으로부터 전해받은 그림편지와 손편지, 감사패.

잘해준 것 하나 없어도 좋다고 달려와 안기고 웃어주는 아이들,

그중에서도 '선생님이 제일 좋아요,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스티커를 마스크에 붙이고 온

아이가 있었다.

편애하는 건 아니지만 평소에도 예뻐라 하는 제자인데

웃으며 마스크를 짚어 보이는 모습이 얼마나 따스하던지.

스승답지 않은 스승이라 어느 때보다 생각이 많은 스승의 날이었다.


요즘 스트레스와 면역력이 약화로 병원을 달고 사는데,

처음으로 응급실 신세도 져보고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스스로와의 싸움이다.

나와의 타협점을 잘 찾아봐야겠다.

나를 받아주는 곳과 내가 가고 싶은 곳 그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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