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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요일 Jun 23. 2016

본질의 현대식 이름, 라이카 Q

상 - 현재의 전통도 그 시작은 분명 모험이었다.

나를 만든 카메라, 나를 길들인 카메라

라이카 M (Typ240)

약 2년간 제 여행을 담아준 라이카 M을 저는 이렇게 추켜 세웠습니다. 멋진 외모는 물론 함께한 여행들의 순간, 바닥난 듯했던 열정 등 많은 것들을 안겨 줬지만 가장 큰 의미는 '기록에 대한 제 생각을 완전히 지우고 새로 쓴 계기'에 있습니다. 놀라운 가격, 터무니없는 불편함이 던진 본질에 대한 질문 그리고 다가가지 않으면 내 것이 되지 않는다는 경험까지. 2년 전 당찬 포부야 이제 어디 뒀는지 알 수 없지만 한 순간 후회한 적 없으니 실패는 아니었다고 하겠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겠지만 이 카메라에 대해 한바탕 이야기한 직후,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눈에 띄게 다재다능하다는 이유로 이미 얼마 남지 않은 여행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라이카 Q가 그것입니다.


라이카 Q (LEICA Q Typ116)

사실 그 마음은 일 년 전 처음 본 순간부터 꾸준했지만 진지 하지는 못했습니다. 두서너 달에 한 번씩 떠올랐다 곧 가라앉는, 그땐 그 정도로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가볍기 짝이 없는 동경이 가끔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이 되기도 합니다. 익숙한 그리움의 우물 속에서 완벽하게 새로운 ‘그 무엇’을 발견한 그날 처럼요. 지난 여행들을 복기하며 내뱉은 자기 합리화는 지금 생각하면 창피한 것들이지만 그중 하나가 가슴에 푹 꽂혔습니다.


‘내 시선은 그동안 성숙했을까?’


어느새 ‘그늘’이 되어버린 멋진 카메라 아래서 벗어나 제 시선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싶었던 마음. 그것이 이 변화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 계기’입니다.


이미 충분했으니 어느 때보다 많이 주저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결정은 늦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며칠간 머리를 가득 채울 정도로 유난스러웠던 라이카 Q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가벼웠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기대보다 믿음직하지 못했습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이 카메라를 쥐며 질문을 던졌습니다. ‘내가 널 지난 그 녀석처럼 믿을 수 있을까’라고. 반신반의, 시작은 그리 상쾌하지 못했습니다.



라이카 Q (LEICA Q Typ116)


포맷 : 24 x 36mm Full Frame
이미지 센서 : 2,400만 유효화소 CMOS
렌즈 : LEICA SUMMILUX 28mm F1.7 ASPH. (9군 11매, 비구면 렌즈 3매)
초점 방식 : AF/ MF

셔터 속도 : 1/2000 - 30초 ( 전자식 셔터 사용시 최대 1/16,000초)

감도 : ISO 100 - 50,000
최단 촬영거리 : 30cm (MACRO 모드시 17cm)

연속 촬영 : 초당 10매
동영상 : 1920 x 1080 Full HD / 60p

디스플레이 : 3인치 104만 화소 LCD (터치 조작)

뷰파인더 : 368만 화소(1280 x 960) 전자식 뷰파인더
무선 통신 : Wi-Fi
배터리 : 리튬 이온 배터리 / 1,200mAh

크기 : 130 x 80 x 93 mm
무게 : 590 g / 640 g


2015년 6월 발매된 라이카 Q는 매우 특별한, 동시에 아주 흔한 카메라입니다. 라이카 디지털 M 시리즈의 얼굴과도 같은 2400만 화소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작고 가벼운 카메라로 이 카메라 전체 가격에 버금가는 Summilux 28mm F1.7 렌즈가 기본 제공됩니다. 지원 감도 ISO 100-50000으로 기존 사용자의 갈증을 저감도와 고감도 모두에서 해소했고 크고 선명한 화면은 터치 조작에 반응하는데다 무려 Wi-Fi 무선 통신을 지원합니다. 무엇보다, 이 카메라는 자동초점(AF) 카메라입니다. 그동안 사용하던 무겁고 멍청한(?) 라이카 M을 떠올리면 제게는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해질 만한 혁신이죠.  




하지만 이 카메라를 ‘최신 카메라’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그저 그런 신제품입니다. 35mm 풀 프레임 이미지 센서의 콤팩트 카메라는 소니의 RX1 시리즈 이후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며 Wi-Fi 무선통신은 요즘 없는 제품을 찾기 어렵습니다. 터치 화면은 도리어 왜 회전이 되지 않냐는 타박을 듣기 십상이고 ISO 50000 이란 숫자도 어느덧 무덤덤합니다. 사양표에 가득한 숫자들에서 새로운 것도, 놀라운 것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아, 하나 있군요. 역시나 이름값(?)하는 가격.  


라이카 M을 사용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최근 라이카 디지털카메라의 가장 큰 특징은 ‘극단적인 양면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들만의 세상에선 매우 특별한, 하지만 그 밖에선 그리 놀라울 것 없는. 재미있게도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매력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라이카 Q 크기비교 (출처 http://www.l-camera-forum.com)


이 카메라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사진 안에 있습니다. ‘나를 만든 카메라’라며 추켜세운 라이카 M와 같은 2400만 화소 풀 프레임 센서의 이미지를 조금 더 작고 가볍게 그리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라이카 Q의 크기는 130 x 80 x 93mm으로 139 X 42 X 80mm의 라이카 M과 너비와 높이는 큰 차이가 없지만 돌출된 렌즈부를 제외한 두께가 약 30mm로 약 30% 정도 슬림해졌습니다. 손에 쥐면 그 차이가 제법 크게 느껴집니다. 무게 역시 렌즈 포함 640g으로 렌즈를 마운트 하지 않은 M의 680g보다도 가볍죠. 제가 사용한 35mm Summicron F2 ASPH. Silver 렌즈의 무게가 약 250g이었으니 무려 400g의 가량의 차이입니다.


라이카 Q는 가격/크기에서 X 시리즈와 M 시리즈 사이에 위치합니다. APS-C 규격 이미지 센서와 Summilux 23mm F1.7 렌즈를 탑재한 라이카 X와는 여러모로 닮은 면이 많아 굳이 분류하자면 X 시리즈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필요로 하는 소수 사용자를 위한 ‘하이엔드’ 제품으로 정의할 수 있죠. 하지만 초점 방식과 렌즈 교환 여부 등 라이카 M과는 직접 비교가 불가능한, 다른 성향의 카메라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셋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게 되는 것은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가 갖는 상징성 그리고 Summilux 렌즈의 가치입니다. 그것만으로 라이카 Q는 분명 라이카 M의 타겟층 중 일부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동경하던 35mm 풀 프레임 이미지 센서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는 라이카 Q를 가장 쉽게 소개하는 방법입니다.


이 카메라의 2400만 화소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만 이것이 Q이기에 의미가 있습니다. 2013년 3월 출시된 라이카 M Typ240에서 처음 2400만 화소 이미지 센서가 선보였으니 사실 3년째 우려먹는 사골(?)입니다. 하지만 라이카는 최신 제품인 미러리스 카메라 SL에도 여전히 2400만 화소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으며 라이카 Q는 다양한 제품을 통해 검증받은 그리고 여전히 건재한 이 이미지를 모든 라이카 카메라를 통틀어 가장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솔루션입니다. 물론 이 카메라의 가격을 생각하면 아쉽기 이를 데 없지만요.


LEICA Q | 28mm | F2.8 | 1/125 | ISO 1600

물론 큰 센서와 화소가 반드시 고화질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센서 기술과 이미지 처리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그 차이를 뛰어넘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형 이미지 센서는 분명 고화질로 가는 ‘지름길’이며 높은 화소는 보다 섬세한 묘사로 이어집니다. 풍부한 표현력과 다양한 심도 표현 등의 장점으로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는 현재도 변함없이 많은 사진 애호가들의 ‘꿈’ 혹은 ‘동경’의 대상이며 우리가 간편한 스마트폰 대신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하는, 나아가 크고 무거운 그리고 매우 비싼 DSLR 카메라를 매고 또 이고 다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과거 1kg 이상의 무거운 DSLR 카메라에서만 누릴 수 있었던 35mm 풀 프레임 센서의 이미지를 이제 미러리스 & 콤팩트 카메라를 통해 절반 혹은 그 이하로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렌즈 교환 방식과 미러박스 등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엎는 시도를 통해 기동성과 화질을 모두 충족하는 디지털 이미지의 움직임, 라이카 Q의 출발점 역시 그 상상력에 있습니다. ‘최고 수준의 화질’과 동음이의어로 쓰이는 이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는 단연 이 카메라를 가장 쉽게, 그리고 극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입니다.



라이카 스탠더드, 2400만 화소 이미지

LEICA Q | 28mm | F5.6 | 1/800 | ISO 100


하지만 이 대애단한(?) 이미지 센서가 이 카메라의 가격 그리고 가치에 타당한 설명이 되느냐면 사실 그렇지 못합니다. 라이카 M이 출시된 2013년에야 뭇 사진가들의 가슴을 뛰게 했지만 5000만 화소 카메라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요즘 2400만 화소는 명함도 내밀기 힘든 스펙입니다. 최근엔 손바닥 위 스마트폰이나 작은 미러리스 카메라에서도 쉽게 2000만 화소를 발견할 수 있으니 앞으로 이 2400만이라는 숫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 카메라의 단점이 될 것입니다.



다만 제가 이 2400만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것은 현재 라이카 이미지의 표준이라는 의미 때문입니다. 2013년 라이카 M 이후 출시된 다양한 M 시리즈와 콤팩트 카메라 Q, 미러리스 카메라 SL까지 라이카는 풀프레임 카메라 전체에 2400만 화소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 모델들은 상향 평준화된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브랜드 특유의 컬러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크기와 무게부터 가격까지 서로 다른 라이카의 카메라가 이 2400만 화소 아래에서 주는 통일된 신뢰감에 저는 높은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 라이카 Q의 2400만 화소 이미지 확대 >

비록 최근에는 이것이 기술력의 정체 혹은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상술이라는 해석에 더욱 크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제게 2400만은 이 카메라의 가벼움과 여행 사진의 기동성을 잘 설명하는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낮은(?) 화소 덕분에 이 카메라는 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초당 10장의 고속 연사라는 새로운 항목까지 생겼습니다.



나의 시선에 잘 어울리는 팔레트

LEICA Q | 28mm | F1.7 | 1/3200 | ISO 100

이 카메라의 색에 대한 이야기는 수치화할 수 없는 것이라 제 주관적인 의견에 머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제게 가장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여행을 떠나면서도 의구심을 놓지 않았기에 그 안도감에 더욱 신이 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라이카 '마에스트로' 이미지 프로세서

라이카 M의 이미지를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라이카 Q의 결과물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외관부터 기능/성능 모두 고집스러운 M 시리즈와 다른, 현대 이미지, 전자 기술과 타협한 잘 빠진 일본 카메라 느낌이 강했거든요. 반신반의하며 떠난 여행의 결과물은 다행히 제가 사랑하던 그 이미지와 대동소이했습니다. 독자적으로 디자인하는 이미지 센서와 '마에스트로' 프로세서가 다른 형태에서도 통일된 이미지를 안겨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여행 첫날, 졸음을 달래 가며 몇 장의 사진을 보며 속으로 외쳤습니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다'


물론 이미지 성향이 M과 확연히 다른 것이 느껴졌습니다. 세련됐지만 가벼웠고 부드러움 역시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고품질 라이카 렌즈 특유의 샤프니스와 과감한 발색 등 그동안 제가 장면을 담아온 방식을 고수하기에 큰 무리가 없어 보였습니다. 심지어 요즘은 전보다 조금 더 밝고 맑아진 색이 제 것 같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다양해진 펜, 더 넓어진 종이 ISO 100 - 50000

LEICA Q | 28mm | F6.3 | 1/160 | ISO 100

50000이라는 숫자에 처음 눈을 의심했습니다. 라이카 M의 지원 감도가 iso 200-6400이니 저감도와 고감도 모두에서 굉장한 발전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다 해도 경쟁 카메라의 매끈함을 따라갈 수 없지만 적어도 몇몇 장면에서 한 숨 쉴 일이 사라졌다는 것에 위안을 삼습니다.


LEICA Q | 28mm | F1.7 | 1/5000 | ISO 100

ISO 100는 광량이 충분한 야외 촬영에서 보다 깨끗한 이미지를 기대할 수 있고 낮은 조리개 값의 개방 촬영에도 유리합니다. 라이카 Q는 기존 기계식 셔터에 전자식 셔터를 병용해 최대 1/16000초의 셔터 속도를 지원하는데, ISO 100과 함께 활용하면 화창한 여름날에도 F1.7의 개방 촬영을 맘껏 이용할 수 있습니다. 광량에 구애받지 않은 심도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수치입니다.


ISO 4000

최대 iso 50000의 고감도 촬영은 여행 중 가장 어려움을 겪던 실내/야간 촬영에서 진가를 보였습니다. 맛있게 익어가는 고기에 마음이 뺏겨 찍은 이미지와 마주오는 이의 표정도 구별되지 않던 성당 안에서의 사진은 ISO 4000이 넘는 고감도였지만 과하게 거칠지 않아 좋았습니다. M의 고감도 화질이 못내 불만스러웠던 제게 Q의 고감도만은 확실한 '업그레이드 포인트'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라이카 M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iso 3200 이상의 감도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종종 장면을 그냥 흘려보내기도 했죠. 하지만 Q를 사용한 후에는 iso 4000 이상의 고감도를 종종 사용하고 있습니다. 결과물 역시 발전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작고 가볍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제게 라이카 Q의 능력은 기대 이상이었고, 여행지의 밤 풍경을 밤 못지않게 좋아하는 제게 지난 여행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Q의 본질, LEICA Summilux 28mm F1.7 렌즈

이 카메라 가격의 절반 이상은 이 28mm Summilux F1.7 렌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허영을 팔아 연명한다는 이 브랜드가 입에 붙은 듯 강조하는 ‘본질(Essential)’. 라이카 Q의 본질은 단연 렌즈에 있습니다. 오직 이 카메라만을 위해 기획되고 만들어진 LEICA SUMMILUX 28mm F1.7 렌즈는 광각에 해당하는 28mm의 초점거리와 F1.7의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을 자랑합니다. 앞서 말한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가 이 카메라를 가장 쉽게 설명하는 타이틀이라면 SUMMILUX 28mm F1.7 렌즈는 라이카 Q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석하는 키워드입니다.


M 마운트용 라이카 SUMMILUX-M 28mm f/1.4 ASPH. 렌즈의 가격은 700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라이카 X의 SUMMILUX 23mm F1.7 렌즈가 카메라 가격의 절반 정도 가치를 갖는다면 라이카 Q의 SUMMILUX 28mm F1.7 렌즈는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로 라이카 M 마운트로 출시된 SUMMILUX-M 28mm F1.4 렌즈는 이 카메라 가격을 훨씬 상회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제겐 이 렌즈가 무척 익숙하면서도 매우 낯설었습니다. 28mm에서 35mm로, SUMMICRON에서 SUMMILUX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바뀌었기 때문이죠. 한동안 이것이 전체를 이야기할 정도로 커 보이기도 했습니다.  



섬세한 터치 LEICA SUMMILUX  

LEICA Q | 28mm | F4.0 | 1/400 | ISO 100

라이카 Q를 위한 단 하나의 렌즈는 그에 걸맞은 가치를 갖도록 제작됐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라이카 렌즈를 대표하는 이름 중 하나인 SUMMILUX 그리고 F1.7이라는 숫자입니다. 라이카 렌즈의 역사와 함께한 SUMMILUX 렌즈는 그 태양의 숫자만큼 빛나는 최신 광학 성능이 아낌없이 담겨 있고 현대 라이카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특성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라이카 Q의 이미지를 보며 웃음을 짓게 된 이유는 이 카메라의 SUMMILUX 렌즈에서 M 마운트의 현행 SUMMILUX 렌즈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SUMMICRON의 강한 대비, 높은 채도와 대비되는 SUMMILUX의 부드러운 하지만 섬세한 묘사와 사실적인 발색을 라이카 Q의 결과물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SUMMICON 35mm ASPH 렌즈의 열정적인 표현에 익숙해진 제게 Q의 이미지는 한동안 너무 심심했지만 오래지 않아 이 세련된 붓터치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도시의 밤 위에서 빛나는 F1.7

LEICA Q | 28mm | F6.3 | 1/2000 | ISO 100
LEICA SUMMILUX-M 50mm F1.4 렌즈

F1.4 값을 갖는 SUMMILUX-M 렌즈와 달리 Q의 렌즈는 F1.7의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을 갖습니다. 약 반스톱 가량의 작은 차이지만 높은 광학 성능에 대한 기대에는 미달입니다. 하지만 F1.7 최대 개방 촬영부터 시리도록 선명한 결과물은 이 숫자의 열등감을 곧 잊게 만듭니다. 저는 이 카메라의 2400만 화소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의 성능에는 큰 감흥을 받지 못했지만 F1.7 SUMMILUX 렌즈의 묘사력은 가히 ‘눈부시다’라고 치켜세울 정도입니다. 모든 조리개에서 놀랄 만큼 선명한 이미지가 장면에 분명 설득력을 더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LEICA Q | 28mm | F1.7 | 1/160 | ISO 100

F1.7의 밝은 조리개 값이 주는 실질적인 이점 역시 유효합니다. SUMMICRON 35mm F2 렌즈보다 야간/실내 촬영에 한결 더 자신감을 갖게 됐고 28mm 광각이지만 최대 개방 촬영으로 보기 좋은 아웃 포커스 촬영도 종종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것들은 우리가 이 1.7이라는 숫자를 보며 바라 마지않던 것들입니다. 향상된 고감도와 F1.7 렌즈, 손떨림 보정장치 등 이 카메라의 장치 덕분에 제 여행은 더욱 깊은 어둠까지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숫자 이상의 가치

LEICA Q | 28mm | F1.7 | 1/640 | ISO 100

F1.7의 놀라운 조리개 값을 보며 저 역시 몽환적인 배경 흐림을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1.7이란 숫자가 갖는 더 큰 의미를 요즘 조금씩 발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F1.7부터 F22까지 각 조리개가 보이는 서로 다른 표현을 감상하는 즐거움입니다.


라이카 Q의 SUMMILUX 렌즈는 언제나 선명하지만 그 속에서도 부드러움과 단단함, 고요함과 소란스러움을 고루 갖고 있습니다. F1.7 최대 개방으로 촬영한 이미지는 부드럽고 풍부한 감정을 품게 되지만 F8.0의 이미지는 종종 윽박지르듯 강렬하기도 합니다. 소위 ‘아웃 포커스’는 그 다양한 표현 중 일부분입니다. 이 매력을 알게 되면 때로는 어두운 실내에서도 고감도를 무릅쓰고 F5.6 이상의 높은 조리개를, 눈부신 햇살 아래 핀 꽃 한 송이에 F1.7의 값을 선택하게 되죠. 요즘 저는 이 렌즈가 사납도록 날카로워지기 직전인 F3.5의 표현을 즐겨 찾고 있습니다. 



전에 없던 17cm 매크로 모드

Q의 28mm 렌즈에 주목하는 이유는 하나의 렌즈로 매크로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라이카 M 시스템은 구조상의 한계로 매크로 어댑터를 활용한 몇몇 렌즈를 제외한 일반 렌즈의 최단 촬영거리가 약 50 - 80cm로 제한됩니다. 이는 많은 상황에서 이 렌즈가 줌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더 큰 답답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급기야 여행마다 근접 촬영 전용 서브 카메라를 추가로 가지고 다녀야 했죠. Q의 매크로 모드가 더없이 달콤하게 다가온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라이카 Q의 매크로 전환 링

렌즈 경통의 전환 링을 통해 일반 촬영과 접사를 전환하게 됩니다. 이때 아쉽게도 Summilux 렌즈의 최대 조리개 값이 f2.8로 제한되지만 피사체에 다가갈 수 있는 거리가 17cm까지 줄어듭니다. 타사 최신 카메라가 5~10cm의 근접 촬영을 지원하는 것과 비교하면 역시 그리 내세울 것 없다 할지 몰라도 제가 좋아하는 음식, 소품 사진을 찍는 데에는 충분합니다. 라이카 Q를 통해 제 여행이 가벼워진 것은 이 카메라 자체의 가벼움뿐 아니라 근접 촬영을 위한 추가 장비의 무게까지 줄여준 전천후 촬영의 매력에도 그 비결이 있습니다.


음식 사진을 맘껏 찍을 수 있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라이카 Q의 매크로 전환 링을 돌리는 순간, 마법처럼 경통의 거리계가 전환되는 것이 요즘도 감탄을 자아냅니다. 기계의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지, 라면서 요. 저는 이 카메라의 완성도를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매크로 전환 링은 종종 이유 없이 돌려 볼 정도로 맘에 쏙 듭니다.



뜻밖의 조력자, 손떨림 보정 장치

LEICA Q | 28mm | F1.7 | 1/30 | ISO 1250

밝은 조리개 값에 광학 손떨림 보정 기능이 탑재돼 셔터에 한결 여유가 생겼습니다. 처음엔 이 '추억팔이' 기업이 만든 손떨림 보정 장치를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그 능력은 기대 이상이었고 이제는 같은 1/30초에서도 라이카 M을 쥘 때와는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나 기동성이 중요한 여행지의 거리 사진에서 그 결정적 한방을 종종 경험했습니다.


손떨림 보정 장치의 안정감은 분명 제가 전보다 많은 것들을 시도할 수 있도록 도왔고 돌아와서 사진을 확인하며 쌓이는 아쉬움도 전보다 줄었습니다. 게다가 Full HD 동영상 촬영에도 이 손떨림 보정이 적용되니 ‘없느니만 못했던’ 것이 ‘한 번씩 떠오르는’ 기능으로 신분 상승을 하게 됐습니다.

아쉽게도 마음의 설렘까지 잡아주진 못합니다

35mm보다 넓은 28mm 렌즈에 향상된 고감도 이미지 그리고 손떨림 보정 장치 등 라이카 Q를 통해 이전보다 많은 장면을 흐림 없이 담았습니다. 최신 기능에 둔감하던 제 생각이 크게 바뀐 계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몇 스톱 보정 효과 같은 이 기능에 대한 설명은 아직 크게 와 닿지 않지만 셔터를 누르는 순간마다 되새기는 안정감만은 확실한 소득입니다. 



368만 화소로도 채울 수 없는 전자식 뷰파인더의 공허함

출처 : http://kristiandowling.com/

이 카메라에서 가장 아쉬운 것으로 광학 뷰파인더의 부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처음 이 카메라를 구매할 때 이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사용할수록 라이카 M의 그것이 떠올라 그 상실감이 더욱 컸습니다. 제게 장면 그대로와 마주할 수 있다는 의미는 생각보다 큰 가치였나 봅니다.


머지않아 이렇게 사진을 찍지 않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작은 위로라면 라이카 Q의 전자식 뷰파인더는 크기와 해상도에서 제가 사용한 어떤 카메라보다 좋았습니다. 368만 화소의 패널은 종종 광학식에 대한 아쉬움을 잊을 정도로 선명하고 노출과 컬러 등 결과물을 파인더를 통해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여전히 저는 광학식 뷰파인더를 맹신하지만 라이카 Q를 사용하며 전자식 뷰파인더의 놀라운 발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라이카 M 시리즈의 이 뷰파인더 방식을 정말 좋아합니다 <출처 : http://www.rangefinderforum.com>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라이카 M의 뷰파인더에서 가장 좋았던 가이드라인 방식의 부재가 역시 가장 아쉽고 빛이 부족한 야간/실내 촬영에서 도드라지는 미세한 랙과 딜레이, 그리고 셔터를 누를 때 파인더가 순간 꺼지는 블랙아웃 등이 전자식 뷰파인더의 여전한 한계를 느끼게 합니다. 이것이 어쩔 수 없는 구조상의 이유라 할지라도 촬영의 큰 즐거움 중 하나를 빼앗겼다는 슬픔을 온전히 위로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처음부터 다시 쓰는 본질, 라이카 카메라의 '최신 기술'

https://www.youtube.com/watch?v=RAObLJZiLcM&feature=youtu.be

라이카 Q로 촬영한 Full HD 동영상

   - 동영상    

있으나마나 했던 라이카 M의 full hd 동영상이 Q에선 그나마 없는 것보단 나은 기능이 됐습니다. 해상도는 동일한 1920 x1080 full hd이지만 프레임 수가 30 fps에서 60 fps로 향상됐고 손떨림 보정 장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tKhAl4d8vA&feature=youtu.be

그래서 지난 여행에서 사진만으로 아쉬운 장면을 짧은 동영상 클립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여전히 이 카메라의 장점으로 꼽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오랫동안 잊고 있던 동영상이 멋진 장면에서 종종 떠오른다는 것은 놀랍고 또 괜찮은 변화입니다.  


   - 터치화면    

이것이 M이라면 한바탕 욕을 퍼부어 줬겠지만 Q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라이카 Q가 전통의 M시리즈와 차별화되는, 본질에 대한 현대식 재해석이라는 것을 af시스템과 터치 화면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화면 터치로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물론 즉시 촬영까지 가능하고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것처럼 찍은 사진을 넘기며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손짓들이 이제야 카메라에 허용되면서 많은 것들이 쉽고 편리해졌습니다. 이 터치 화면의 가치는 아직 많은 이들에게 물음표입니다만, 불편하면 사용하지 않으면 되니 단점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메뉴 화면에서는 화면 터치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터치 조작이 라이카 Q에서는 상당히 제한적으로 제공됩니다. 초점 영역 지정, 노출 보정과 이미지 확인 등 일부 기능에서 터치 조작이 지원되지만 내부 메뉴 화면에선 버튼 조작만 허용됩니다. af영역을 변경하기 위해선 포인터를 길게 누른 후 이동하는 비효율적인 방법 뿐이고 터치 & 촬영에서만 즉각적인 반응이 이뤄집니다. 그래서 사실 저는 이 터치 촬영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아, 한 가지 팁이라면 화면을 두 번 터치하면 af 포인터가 중앙으로 즉시 변경됩니다. 그나마 이 터치 스크린을 가장 값지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 Wi-Fi    

딱히 자주 사용하지 않지만 있는 것만으로 왠지 든든한 그리고 없다는 것을 알면 허전한 것이 최신 카메라의 wifi 기능입니다. 대표적인 기능으로 스마트폰과 연결해 촬영한 이미지를 전송하거나 원격으로 카메라를 제어하는 리모트 컨트롤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완성도가 낮아 전송 이미지 크기를 설정할 수 없는 등 허점이 쉽게 발견됩니다. 애플리케이션의 속도와 완성도 역시 불만족스럽습니다.  



< 라이카 Q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

M과 함께한 여행 중 몇몇 순간엔 몹시 그리워했지만 막상 얻고 나니 금방 소홀해졌습니다. 제게 이 카메라의 Wifi 기능은 여행 중 잠시 카페에서 같잖은 여유를 누리며 이 여행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아직은 타임 킬러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선 없는 불안함'에서 해방시켜준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고마운 존재입니다.  



처음부터 전통이었던 것은 없다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아니 변했는 말로는 부족하니 완전히 처음부터 새로 쌓았다고 하겠습니다. 전통의 M이 1954년 선보인 M3에 그 출발점을 두고 점점 시대에 끌려가고 있다면 새로운 Q는 현대 포토그래퍼와 시작은 물론 보폭까지 맞추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빠른 걸음에 전통이라는 것이 이제 먼지 앉은 가치로만 보이기도 하지만 그 방향은 디지털 이미지 시대의 새로운 본질을 향해 있습니다. 더불어 그것이 필름 시대의 영광에 꼭 매여 있을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불필요하고 성급해 보이는 것들이 언젠가 '전통'으로 불리게 될 날을 떠올려 봅니다. 물론 그 가치를 입증하는 것은 온전히 포토그래퍼의 몫이겠죠.


그래서 다음, 이 새로운 본질이 가져온 변화들에 대한 고백이 필요합니다.




-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함께 보면 좋은 이야기


나를 만든 카메라, 라이카 M (LEICA M) https://brunch.co.kr/@mistyfriday/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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