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글을 쓴 이후로 1년 여가 지나 있었다.
올해부터는 새로운 일들과 지난 일들에 대해서
기록을 조금 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1년간 기록하고 싶지 않은 일들과 기록의 무쓸모를 느끼는 일들 사이에서
이 감정들을 어딘가로 던져버리고 싶었다.
비경제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시간은 없애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없애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습관에 남아 있는 찌꺼기들을
없애는 시간도 분명하게 필요한 시간이었다.
맨 처음엔 아이와 좀 단절된 시간과 공간을 갖고 싶었으나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한 공간에 있으면 또 감정이 생기고, 어렵고 힘들었다.
작은 것들이 커 보이고
아이는 아이대로 또 삐뚤빼뚤하게 되는 거 같았다.
직선을 벗어나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작정한 사람에게 그 선을 벗어나지 말라고 하는 것만큼 바보스러운 것이 없다.
마음을 먹었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을 바꾸지 않겠다는 다짐과도 같은 것이니까.
물을 먹고 컵을 정수기 옆에 두고 가는 것도 미웠고
방에서 하루 종일 나오지 않고 꾸물 거리는 것도 보기 싫고
학원 가라는 전화가 오거나
심지어 학교 가라는 전화가 와도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
저 아이는 목표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목표가 자기 자신을 망치거나
가족에게 가시 돋친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 집 남편이 생각을 하나 내었다.
아이방에 독서실 책상을 넣고 아이를 가족과 같이 있었던 거실에서 분리시켰다.
분리된 방에서 아이가 있으니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고집스레 앉아서 딴짓하는 모습을 보고 있지 않아도 되고
머리를 만진다거나 화장을 한다 거나한
내가 안 봐도 되는 장면은 되도록이면 안 보고 싶었는데 다행이었다.
아이는 내가 보기엔 아직도 무기력해 보이고 의지가 박약해 보인다.
남편은 좋아져 간다고 하는데...
아이에 대한 신경을 모두 남편에게 맡기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해 나가고 있다.
이기적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전에 처럼 가족을 위해서 보내는 시간을 줄였다.
쓸 때 없는 잔소리를 줄이고
밥하는 시간도 줄여서 체력을 비축하고
저녁 설거지도 애들이 할 수 있도록 하거나
남편이 하고 나는 아침시간에 밥 먹는 시간을 없애고
그때 식사 준비를 하고 출근을 한다.
아이들과 내가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그리고 애정을 표현한다고 달라는 게 별로 없다.
표현 방식이 잘못된 걸 수도 있었다.
가족에게서 도망치고 있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거 같다.
내가 틀렸다는 걸 느꼈을 때
또는 내가 가족에게 필요 없는 존재 같은 느낌이 들 때부터
나는 도망치기로 마음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