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와 엄마

혼자 사는 자식을 바라보는 엄마는 어떨까?

by 양미숙

혼자 사는 자식을 바라보는 것

늘 다정하지 않은 딸이 불만이라는 엄마는 그래도 같이 술 한잔 할 수 있어 네가 좋다고 말한다.

스무 살이 된 이후로 무수한 날들을 기뻐서 혹은 슬퍼서 엄마와 한 잔 기울였었다.

기쁜 날은 좋아서 엄마와 똑 닮은 덧니를 드러내며 웃기도 했고 또 어떤 슬픈 날엔 소리치며 울기도 했다.

그날이 기뻤는지 슬펐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문득 엄마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자식이 혼자 사는 걸.. 혼자 늙어가는 걸 보는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는 줄 아냐?"

웃음으로 대답했지만 굉장히 혼쭐난 기분이었다.

혼자 사는 자식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난 자식이니까.


왜 혼자냐?

"왜 혼자 간다는 겨?"

생존 신고 같은 엄마와의 통화 끝에 혼자 전주여행을 갈 예정이라고 하니 의아하게 들려오는 엄마의 대답.

이유까지는 미리 생각해둔 게 없는데... 숙소가 아니라 이유부터 찾았어야 했나 싶었다.


"응? 그냥 같이 갈 사람이 없어"

"아니, 같이 갈 사람도 못 만들고 그동안 뭐한겨?"

"같이 갈 사람이야 있겠지.. 있는데.. 시간이 안 맞는 거지"

"참나~ 그려 그렇게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


생애 첫 혼자만의 여행을 그럴싸한 이유로 설명하고 싶었지만 큰 이유가 없었다. 그냥이었다. 그냥,

사실 긴가민가 했던 것 같다. 혼자 여행을 해봐야겠다는 다짐은 했지만 진짜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혹시나 특유의 변덕이 발휘되면(이를테면 알 수 없는 이유로 기분이 우울해진다던가의 변수 같은 것들)가기 싫어지면 그만둘 여행이기도 했다. 그런데 통화 이후 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난 왜 혼자 갈까?'


이내 피곤해지던 나는

'왜?라는 질문은 스트레스만 받는다. 어떻게라고만 생각하자. 이유가 어딨어 혼자 가면 혼자 가는 거지'

라고 정리한다. 그리고 이유는 더 이상 찾지 않는다.


간단히 숙소를 예약하고 기차표를 예약했다.

불을 끄고 홀가분한 마음에 잠이 들려는 찰나


"자식이 혼자 늙어가는 걸 보는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는 줄 아냐?"

전주여행에서 들른 브리티쉬 펍에서 마신 보드카 토닉.


혼자와 엄마

혼자 하는 첫 여행은 자체만으로 설렜다. 그리고 엉성했다. 지도를 더듬으며 봐야 하고 사람들은 죄다 낯설었다.

검색하면 쏟아지는 전주여행 리뷰대로 움직이며 나름 만족스러웠던 것 같았는데 밤이 되니 뭐가 나에게 남았는지 마음의 주머니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치... 혼자 여행은 혼술이지'


결론은 그랬다. 혼술이었다. 혼술만이 나의 남은 여행의 본전을 찾아줄 것이라 믿었다. 인스타를 뒤져 혼술 하기 좋은 집을 찾았다. 그렇게 시작한 첫 혼술. 혼술이 처음이라 자연스럽지 못했겠지만 어쨌든 좋아하는 술로 적당히 기분을 내면 좋겠다 싶어 보드카 토닉을 주문했다. 그리고 조용한 바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나의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웠으면 좋으련만 tv로 중계되는 엘지 대 기아 야구경기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친구들은 혼자 여행이 어떤지 감상평을 듣길 원했고 여행지에서 벌어질 수 있는 로맨스를 상상했다.

카톡을 통해 짧은 소감을 전하고 더운 날에는 전주에 오면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짧은 생각을 했다. 왜 오늘따라..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자연스럽게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안 잡혀가고 잘 있는겨?"

"멀 잡혀가"

"혼자 다니니까 말이여~ 참 너는 겁도 없다"

"심지어 지금 혼자 술 먹고 있는데?"

"그려~ 멋지게는 산다. 니가. 엄마는 못해봤어도 딸은 하고 살아야지"


가끔은 내가 엄마의 마음을 다 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생각이 깊다라기 보다 쓸데없이 감정 공감을 잘한다. 이것 또한 어미의 탯줄로부터 받은 한 가지로 나도 그렇지만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엄마의 마음이 어떨지 지금 어떤 생각으로 나와 통화를 할지가 느껴져 어금니를 꽉 물었다. 나는 울음을 삼킬 때마다 어금니를 지키기 위해 임플란트를 했을지 모른다.


"엄마, 나중에 엄마도 혼자와. 정말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