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면서
자기와의 싸움이 싫은 평화주의자
하루 결석을 하고 아침 일찍 찾아간 헬스장. 관장님은 무표정하게 PT를 시작하자면서 오늘은 '허리를 다 없애는 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잠시 허리가 아니라 뱃살이 없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누우라는 명령이 떨어졌고 나는 곧바로 누워 뒷목을 잡고 크런치를 시작했다. 이후로 몇 가지 복부 운동이 이어졌고 아랫배가 아픈 지 뒷목이 아픈 지 생각할 틈도 주지 않는 고강도 운동이 계속되었다.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점점 커지자 관장님은 잠시 쉴 시간을 주었다. 관장님은 "젊은 사람이 뱃살이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하셨고 '나는 늙은 축에 속하므로 괜찮겠지'하며 안도의 숨을 몰아쉬는데 관장님은 앞으로 자네에게는 결혼도 출산도 육아도 남았는데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되지 않겠냐고 하셨다. 그러면서 아직 자네에게는 4분의 3 정도 남은 인생이 있다고 하셨다. 내 기대수명이 160이 되지 않는 한 4분의 3이 안 남았을 텐데... 거기에 결혼과 출산 육아까지 내다봐 주시다니 운동인가 인생인가 어떤 트레이닝인가 싶어 잠시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다시 등 운동으로 이어졌고 상체 운동 루틴 몇 가지가 반복됐다. 관장님은 "내가 있어야 이 삶도 의미가 있고 유지가 되는 거지 내가 죽고 난 뒤에는 아무 의미가 없는 거야.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내가 건강하고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고 가능한 거지 죽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지"라고 말씀하셨다. 운동을 게을리한 대가가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지한 내용의 연설이 이어졌고 끝으로 관장님은 자기 관리에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자 하셨다. 관장님은 팔 굽혀 펴기를 하는 나를 내려다보시면서 "나와의 싸움에서 조차 지는 데 어떻게 다른 사람과 싸워서 이기겠냐"라고 하셨고 나와의 싸움에서 늘 이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셨다. 그러는 와중에 카운팅을 놓쳐 30개나 한 팔 굽혀 펴기를 "스물!"이라고 하셨고 나는 큰 소리로 "서른!!!!!"이라고 외치며 철퍼덕 쓰러졌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싸우는 거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나 자기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조언을 듣기로 했다. 그리고 무조건 맞는 말이라고 맞장구를 치기로 했다 그래야 운동이 빨리 끝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나와의 싸움보다 세상과의 타협이 빛을 발했던 운동이 끝이 났고 마무리 스트레칭을 마치고 탈의실에 들어와 아무리 괴롭히고 조져봐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나의 뱃살을 보면서 세상에 내 몸을 예쁘게 만들고 싶어서 괴롭히고 싸우고 이겨 내 몸의 지배자가 되는 것도 좋겠지만 내 몸의 본능을 존중하고 내 몸에 복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역시 존중에서 나오는 나의 인격의 상징은 배였구나 싶어 배를 두어 번 두드리며 '나는 평화주의자'라고 다시 한번 느꼈고 집에 가서 틈새라면을 먹을 생각에 콧노래를 불렀다.
남들은 내 몸에 대한 지배를 사랑한다 하지마는
나는 먹고 싶은 본능의 내 몸에 복종을 좋아하야요